“교수! 교수부터 찾아보자. 우리가 교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얼마나 있지?”
“미국에서 유학하고 와서 3년 전에 한국대 조교수로 부임했고요,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기후변화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이번 학회에 참석하게 된 거고요.”
‘3년 전? 선애도 3년 전에 나타났는데. 우연인가?’
“그 학회에 앙심을 품은 거야? 아님 무슨 불만이 있었던 거야? 정보실에서 뭐 좀 알아낸 거 있나?”
“정보팀에 아는 친구 있는데 전화해 보죠. 지금쯤 어느 정도 정리됐을걸요.”
종훈은 정보실에 전화를 건다. 사무실 전화가 아니고 개인 번호였다.
“어, 종훈아. 나 좀 전에 출근했는데 밤사이 난리 났더라. 시신이 없어졌다며?”
“어... 그래. 저 다름이 아니고 그 교수님 정보 네가 조사하고 있지 않았냐? 정보 좀 줘봐.”
“그렇지 않아도 보고서 작성 거의 끝나가는데, 일단 구두로 핵심만 정리해서 알려줄게. 잠시만… 나 자리 좀 옮길게. 음... 그 교수님 3년 전에 한국대 조교수로 왔어. 그전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박사학위 받고 온 거였거든. 그런데 그 교수님이 나온 대학에 의뢰해서 과거 좀 확인해보려 했는데, 음... 기록이 없어.”
“뭐? 기록이 없다니?”
“그런 사람은 그 대학을 다닌 적도 없어. 비슷한 사람도 없더라고. 당시 그 학교 같은 과에서 공부한 사람들 몇이랑 연락이 닿아서 확인해 봤는데,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어. 사진까지 다 보여줬는데도. 한국대 임용 당시 담당했던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학위증명서랑 서류들 다 검토했었는데 문제없었다는 거야. 당시에 면접 점수도 좋고 사람이 총명하고 호감형이라 임용 당시 다들 좋아했대. 그래서 미국 대학에 학위 관련해서 물었는데 그건 또 맞다고, 자기네가 발급한 증명서라는 거야. 아마 그쪽도 그렇게 말해놓고 지금 난리 났을걸. 그런 사람은 다닌 적도 없는데 자기네가 발급한 증명서라니. 웃기지 않냐? 국적이 미국으로 되어 있던 사람이라 인적 사항 의뢰는 해놨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건 아직 결론 안 났어. 나중에 그건 따로 알려줄게. 아.. 그리고 그 학회도 알아봤는데 국내 TOP5 기업들이랑 경제인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건데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과 친환경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취지로 학회를 만들었다고 하고 그날은 그동안의 연구 실적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어, 표면적으로는.”
“표면적으로?”
“응, 그게 좀 규모가 되는 학회에다가 경제 거물들이 대거 참가하다 보니 언론 취재도 많이 왔나 봐. 아는 선배가 마침 그쪽 취재 왔었다길래 물어보니까 오프 더 레코드라며 말해준 건데… 이건 보고서에 못 넣은 거니까 그냥 너만 알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취지의 모임이 맞는데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규제나 친환경 정책들에 불만이 많아서 만든 학회였다고 하더라고. 정치 쪽에 어마어마한 로비가 이미 진행됐고 관련 기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 말로는 언론 쪽에 뿌린 돈도 어마어마해서 그런 애기는 알면서도 입도 벙긋 안 한데. 이 학회에서 세미나 한번 할 때마다 기업들과 경제인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실제로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든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작업들을 하는 거지. 그런데 그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들에 진심이었나 봐. 부임하자마자 프로젝트 맡아서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했다고 동료 교수들이 그러더라고. 굉장히 적극적이었대. 순진했던 거지. 자기가 그렇게 열심히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보고서들이 실제로는 이용당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 교수가 마지막 발표자였는데 주된 내용은 어떻게 해서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고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나 봐. 분위기야 뭐 뻔했겠지. 최근에는 환경규제 정책을 강화하고 강제해야 한다고 정부에 탄원도 넣고 해서 눈엣가시였고 이번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연구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폭탄을 준비했던 거 같아. 그래도 폭탄은 좀 심하지 않냐? 근데 이상한 게… 너도 봐서 알겠지만 관련기사가 하나도 없어. 하나도. 서울 한복판에서 건물 하나를 날려버릴 폭탄이 터질뻔한 사건인데도 말이야. 언론이 돈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게 뭔가 좀… 아무튼 한 가지 더, 이 폭탄이 더 가관이야. 교수 연구실에 직접 설계한 도면이랑 관련 데이터들이 다 나왔는데 폭탄 전문가들이 처음에 손도 못 댔데. 내가 그쪽 분야는 잘 모르겠는데 처음 보는 생소한 기술이 적용됐다고 하더라고. 그 교수님 안 죽고 살아 있었더라면 여기저기서 모셔가려고 했을걸. 종현아, 근데 교수님 지금 어디 계시냐? ”
“나도 모르지, 아무튼 고맙다. 보고서마저 쓰고 새로운 내용 추가되면 나한테 꼭 연락 좀 주라.”
“아 당연하지, 일 마무리되면 밥이나 사. 교수님 빨리 찾고”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머릿속으로 내용을 아무리 정리해 봐도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은 맞지 않는 퍼즐들만 늘어나는 기분이 든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