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가는 내내 머릿속이 멍했다. 그러나 지금 가장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제부터 모든 정보를 팀장과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 팀장의 차에 블랙박스가 있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할 생각이다. 냉정해져야 한다. 팀장은 거짓말을 했다. 숨기는 게 있으니까. 그렇다면 종현은? 일단 종현을 먼저 만나고 판단해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팀장의 차를 찾아본다. 없다. 사무실로 가서 팀장이 있나 확인해 봐야 한다. 그때 마침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종현의 차가 보였다. 종현이 주차하는 동안 그의 차에 올라탔다.
“왜요? 어디 가시게요?”
“아니, 네가 혹시 숨기는 게 있는지 확인하려고.”
나는 종현의 차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최근 목적지를 확인했다. 최근에 갔던 선애의 고향과 그 일대, 마지막으로 지방에서 올라올 때 찍혔을 종현의 집이 목록에 있었다.
“왜 그러세요? 제가 어디 갔다 왔는지 못 믿으시는 거예요?”
“아니, 못 믿는 게 아니라 믿는다는 확신이 필요해서.”
종현은 그런 나를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고 블랙박스의 저장 영상들을 쭉 훑어갔다. 어제 나와 통화한 시간대 6시 13분. 영상을 트니 나와 통화하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고 주변 시골길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후 한참을 지방 도로들과 고속도로 영상으로 가득하다. 그 이후로 종현이 어둠 속에 집에 도착하고 다시 출근하는 모습. 확인하고 나서야 한숨이 나오며 긴장이 풀렸다.
“대체 왜 이러시는 건데요? 지금 꼭 바람난 남편 뒷조사하는 사람 같아요.”
“내 차로 옮겨 타자.”
“네? 어디 가시게요?”
“아니, 내 눈으로 확인한 게 맞는지 네가 좀 봐줘야겠어.”
나는 차에서 내려 내 차로 갔고 종현은 내 뒤를 따랐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너무 싫었다. 운전석에 앉아 블랙박스 재생 목록을 확인하는 동안 종현이 조수석에 탔다.
“지금 진짜 이상하신 거 아세요?”
“지금 이 영상 네 눈으로 한 번만 확인해줘. 이건 내가 어제저녁 6시쯤 너랑 통화 하기 직전에 찍힌 영상인데 보고 누구 같아 보이는지 말해줘.”
종현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블랙박스 영상을 바라본다.
“화면이 너무 작은데 이게 보이겠어요? SD 카드 빼서 컴퓨터로 보는 게 낫지.”
화면은 재생을 시작했는데 종현은 문을 열고 나가 자기 차에서 노트북을 꺼내 온다. 그러더니 능숙하게 내 블랙박스의 SD 카드를 빼내어 노트북에 꽂는다. 몇 번의 클릭으로 어제의 영상이 화면에 주르륵 뜬다.
“어제 6시쯤이었죠? 음… 이건가?”
“아니 그거 말고, 후방카메라에 찍힌 거.”
“아 이거요?”
종훈은 파일을 재생시켰다. 아무도 없던 화면에 곧 두 사람이 나타났다.
“어? 팀장님인가?”
‘그렇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
“옆에 누구지? 어? 잠깐만.”
종훈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영상을 반복해서 본다. 블랙박스로 봤던 것보다 확대된 영상은 좀 더 뚜렷하게 보인다. 종훈쪽으로 몸을 붙여 화면을 같이 들여다봤다. 팀장이 부축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종훈은 반복해서 재생하다 얼굴이 잠시 보였을 때 정지 버튼을 눌렀다.
“뭐야!”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게 대체 뭐예요? 네?”
종훈은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믿을 수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네 눈에 이 사람들이 누구로 보이는지 말해봐.”
종훈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이게 누구냐니요. 팀장님이랑…… 그… 교수잖아요. 와 미치겠네. 워킹데드야 뭐야, 죽었는데 살았다고요? 팀장님이 왜 그 교수를 부축해서 지나가는 건데요?”
대답을 할 수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지금 너랑 나랑 가진 정보들을 좀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 나 혼자 이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겠어”
“이게 대체… 뭐예요?”
종훈은 노트북을 접고 조수석에 등을 대고 머리를 감싸며 신음 소리를 냈다.
“종훈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좀 정리해보자. 난 사실 감당이 안된다.”
“먼저 얘기해 보세요. 들으면서 저도 정리 좀 해볼게요.”
“삼 일 전 교수가 폭탄을 터트리려다 잡혀서 우리한테 왔어. 그리고 그 사람 조사과정에서 선애가 펜을 건넸고. 교수는 ‘북극곰이 몇 마리 남았냐’고 했고 선애는 287마리라고 답하고 교수는 펜에서 흘러나온 독이 스며든 종이를 뜯어먹고 그 자리에서 사망. 여기까지는 우리가 같이 알고 있는 얘기, 우리가 본 것들이고. 그 후에 선애가 아무 말도 안 했고 그러다 이틀째 되던 날 ‘나나 할머니’를 언급했어. 자기를 예뻐했다고. 그래서 팀장은 너를 선애 어릴 적 고향으로 보냈고. 단서 될 만한걸 찾으러. 그런데 팀장이 날 불러 휴가를 줬어. 출산을 핑계로. 그러고는 팀장이 누군가 부축해 차에 타는 걸 봤는데 팀장은 그런 일 없다고 했고. 그런데 블랙박스에 팀장이 그 교수를 부축하는 모습이 찍힌 거고. 그런데 그 시간대 안치실 cctv를 포함해 몇몇 보안 카메라들이 다 먹통이 된 거지. 하필 그때에. 이 정도면 팀장을 의심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지?”
“네, 저도 없고 과장님도 없던 시점에 팀장님은 그 교수를 데려간 거고요. 대체 왜일까요?”
“선애에 대해 더 알아낸 거 없어? 어제 나한테 말했던 거부터 다시 얘기해봐.”
“제가 선애가 어쩌면 선애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었잖아요? 왜인지도요. 선애 주민등록상 어릴 때 살던 곳을 찾아가 봤는데 선애라는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왜 기억하는지도 말해줬어요. 워낙 작은 마을이라 그 사건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나 봐요. 선애라는 아이가 마을 끝자락에 살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조부모한테 아이를 어릴 때 맡기고는 어쩌다 한 번씩 찾아왔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 하굣길에 교통사고로 많이 다쳤는데 의식이 없었데요. 사고 있기 2년 전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손녀 살리겠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시긴 했는데 결국 뇌사상태에서 의식 회복 못하고 죽었다고요. 그 충격으로 이듬해에 할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하고요. 여기까지는 제가 전화로 얘기한 거고요. 그런데 알아보니까 김선애 사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할머니야 그렇다 치더라도 부모도 끝까지 나 몰라라 했나 봐요. 그 후로 김선애란 이름으로 뭔가 특이한 점이 없었는데 3년 전 죽은 김선애의 신분으로 누군가가 우리와 함께 3년간 일을 한 거죠. 김선애 부모에 대해 오늘 정보 좀 요청해 보려고 했어요. 혹시 지금의 선애와, 아니 선애 인척 한 사람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런데 느닷없이 블랙박스에 팀장님과 부활하신 교수님이 등장한 거고요. 과장님… 우리 뭐부터 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