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요즘 마음과는 다른 말로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상황 1) 맛집에서
"아,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아빠는 왜 여기를 오자고 해서. 난 줄 서서 먹는 거 진짜 이해 안 돼요. 줄이 길면 다른 데 가면 되지."
10분 후...
" 와, 대박! 여기 진짜 내 인생 맛집이다. 진짜 이건 또 먹어야 돼! 우리 내일 또 오면 안 돼요?"
상황 2) 물놀이장에서
"나 물놀이 싫어요. 그냥 나 빼고 하면 안 돼요? 가족들이 다 같이 가는 거니까 그냥 분위기 맞추려고 가는 거예요. 나 진짜 물놀이 싫어요."
10분 후...
"아~ 캬악~ 너무 재밌어!! 엄마 저기도 가봐요."
상황 3) 식탁에서
"요즘 살쪄서 진짜 다이어트해야 해요. 밥 진짜 조금만 주세요."
10분 후...
"엄마, 혹시 이거랑 이거랑 밥이랑 더 주실 수 있어요?"
상황 4) 학원 등교 전
"아, 난 정말 멍청이인가 봐, 영어 단어를 외워도 자꾸 까먹어. 난 정말 바보야."
학원 하원 후
"나 오늘 단어시험 백점! 이게~ 나야!"
상황 5) 동생과 싸움 중
"나 너랑 다시는 말 안 해, 진짜로! 너 너무 싫어!"
10분 후
"OO야~, 이리 와봐~, 이거 봐봐, 이거 진짜 웃기지."
상황 6) 아빠 퇴근 중
"네네~ 다녀오셨어요, 아빠! 아빠! 내 방에 들어오지 마요!"
10분 후
"아빠, 내가 부탁한 거 가져왔어요? 아 맞아 이거예요, 아빠 고마워요~땡큐~떙큐."
상황 7) 거울 앞에서
"난 너무 못생겼어... 쌍꺼풀도 없고, 코도 아... 진짜 못생겼다."
10분 후
세상 이쁜 포즈로 거울 앞에서 계속... 그렇게...
상황 8) 간식시간
"전 주지 마세요, 안 먹어요. 간식 먹으면 살쪄서 안 돼요."
10분 전
이미 쿠키 먹고 요구르트 먹고... 쓰레기는 식탁에...
상황 9) 방학 전
"방학되면 매일 9시에 일어나서 공부할 거예요."
방학 후
"아... 너무 피곤해, 자도 자도 졸려요. 더 자도 돼요?"
상황 10) 게임 전
"난 절대 게임 같은 거 안 해요, 시간 아까워서."
게임 후
"아, 벌써 시간 이렇게 된 거야? 더하고 싶은데."
아이는 마음과 다른 얘기를 할 때도 있고 마음이 순식간에 변할 때도 있고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를 때도 있어 보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번잡한 사거리의 신호등 같습니다. 수시로 바뀌고 딱히 규칙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말보다는 표정이나 행동을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진짜 마음의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서 저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네'라는 대답이 진짜 '네'가 아니고 '아니요'는 진짜 '아니요'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할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런데 사춘기도 아닌 저는 종종 딸아이의 눈치를 보며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고 좋지 않은데 좋다고 말합니다. 아이도 혹시 저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사춘기를 겪으며 아이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