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선애에게서 받은 볼펜에서는 맹독성의 신경 독이 검출되었다. 소량의 잉크로 막아두었던 독이 그가 종이에 볼펜을 끄적거리는 동안 종이에 스며들었고 그걸 씹은 그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국과수에서는 신경독의 자세한 성분 분석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교수의 부검은 내일 오후로 예정되었다. 그가 숨진 취조실 바로 옆방에서 선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일 이후로 선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선애와 같이 일한 지 3년. 종현도 같이 일하기는 했지만 종현이가 선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마 나보다 더 충격이 클 것이다. 대체 선애는 누구일까? 그동안 우리가 알던 그녀는 대체 누구인 걸까. 내가 선애의 취조를 맡는 동안 나는 종현을 선애의 집으로 보냈다. 흥분한 상태의 종현을 당분간 선애와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선애의 집에서 뭔가 단서가 나와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지금은 선애의 집에서 정말 뭔가 나오게 될까 봐 불안하다. 선애와 마주 앉아 있는데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말 안 할 거야?”
“……”
“선애야, 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일에 어떻게 관여된 거냐고? 그 교수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대답 안 할 거야? 북극곰은 또 뭔데? 네가 속한 조직 같은 뭐, 그런 거야?”
나의 계속되는 질문에 그녀는 천천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잠시 뒤 선애의 눈물이 뚝뚝 떨어져 뺨을 타고 내렸다. 불현듯 그때가 떠올랐다. 선애가 처음으로 우리 팀에 온 날. 그날도 그녀는 지금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