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장 : 눈물 2017.05.10

by 꿈꾸는나비

선애가 처음으로 우리 팀에 온 날, 우리는 오랜만에 후배를 받는다고 괜히 분주했다. 종훈은 우리 중 가장 신경을 쓰고 있었다.

“ 저 진짜 후배 오면 잘해줄 거예요. 저도 이제 사수되는 거잖아요? 3년 동안 제가 팀 막내였는데.”

“그래 알았다. 종훈아. 그만 좀 해라. 어떤 친구인 줄 알고 이리 설치고 김칫국이냐? 적당히 하자고.”

신난 종훈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종훈이는 후배의 빈자리를 쓸고 닦다가 자리에 앉아 본다. 내 책상 바로 옆에 신입의 책상이 붙어 있고 그 맞은편에 종훈의 책상이 맞대어 있다. 내 맞은편 책상에는 손도 못 댄 파일들이 가득 쌓여 있다. 그 파일들이 이제 내 책상까지 넘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신입일까요? 혹시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하지는 않겠죠?”

나는 자리에 앉아 쌓인 서류를 뒤적이다 수첩 위에 올려둔 바나나 두 개를 내려봤다. 두 개 중 하나는 이제 막 검은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검은 점을 드러낸 바나나를 집어 꼭지를 잡아당겨 길게 죽 벗겨내니 연한 속살이 예쁘다. 한입 크게 베어 먹은 후 우걱우걱 씹어 먹는다.

“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도 있어? 일 하는 속도보다 일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이 상황에서 난 형이든 동생이든 아무나 좋아. 이 서류 보이지? 이거 이달 안데 좀 다 처리해 보자. 일 가르치면서 하려면 더 속도 느려질 수 있으니까 한동안 신경 쓰라고.”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책상 아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남은 바나나 하나를 더 먹을까 고민하던 그때 팀장이 멀리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팀장 뒤로 단발머리의 여자가 씩씩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까만 눈이 어린 토끼 같았다. 그 까만 눈으로 이리저리 바삐 주변을 살피는 게 보였고 사무실에 앉아 있던 다른 팀 사람들은 그녀에서 시선을 집중했다.

‘여자 신입이야? 이런. ’

팀장은 인사팀 일 처리가 형편없다는 불평과 함께 인사 정보 서류랑 여자만 두고 가버렸다. 종훈은 쓸고 닦던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아무 소리도 못하고 서있다.

“반가워요. 나는 김석원입니다. 이쪽은 이종훈. 앞으로 잘해봅시다. 우리 팀이 일이 많아서 그렇지 그래도 일은 재미있어요.”

나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선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인사하고는 그녀도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순간, 손이 얼마나 차갑던지 나도 모르게 얼른 손을 뺐다.

“ 종훈아 자리 좀….”

종훈은 내 옆 자리 빈 책상을 가리키며 이제부터 이 자리 주인이라는 둥 평소답지 않은 구구절절 한 설명을 한 후에야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선애 씨라고 부를게요. 괜찮죠? 종훈이가 이제부터 사수니까 잘 챙겨주고. 신입 교육은 종훈이랑 내가 교대로 진행할 건데 오후에 회의실에서 시작합시다. ”

선애와 종훈은 동시에 “네”라고 대답했다. 내 자리에 와 앉으려는데 선애의 시선이 느껴졌다. 수첩 위에 놓여 있던 남은 바나나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바나나 좋아해요? 자 하나 먹어요. 난 방금 하나 먹었어요.”

바나나를 집어 들어 선애에게 건네자 선애는 당황해하며 어떨 결에 두 손으로 바나나를 받아 들고는 바나나를 내려 보았다. 종훈은 그런 선애에게

“과장님이 바나나를 참 좋아해요. 종종 얻어먹게 될걸요. 난 이제 지겨워서 줘도 안 먹어요.”

선애의 앞자리 종훈이 턱을 치켜들며 선애를 바라보며 웃었다. 종훈이 오늘따라 많이 웃는다. 앞으로도 많이 웃을 것 같았다. 순간 종훈의 표정이 바뀌며 급히 나를 바라보았다. 종훈은 눈짓으로 선애를 가리켰다. 그때까지 바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선애의 눈에서 순간 눈물이 조르륵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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