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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비 Sep 02. 2023

13-1. 브런치에 악플이 달렸다.

'13. 내 딸은 전교 1등 - 그래서 나는 억울하다'

라는 글을 올리고 잠시뒤 연이은 구독자와 댓글, 좋아요, 조회수를 알리는 알람이 오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아... 내가 의도한 글의 내용은 이게 아닌데 내가 딸자랑하는 자랑글을 하나 쓴 거구나라는 생각에 글을 내려야 하나 고민이 됐다.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끄는 글로 전락한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내 글을 본 언니가 글이 주목받는 것 같고 악플도 있는 것 같은데 괜찮냐는 전화가 왔다. 나는 악플은 괜찮은데 내가 좋아서 쓰는 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보기 시작해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내가 그동안 쓴 글들이 어땠는지 복기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자기 검열이라고 해야 할까...

대체 어떤 알고리즘을 탔는지 구독자와 조회수가 계속 올라갔다. 그러다 정말 가슴이 덜컹하는 악플이 달렸다. 그랬다. 이런 악플은 괜찮지 않았다. 나는 고민 없이  글을 내렸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 글을 보러 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그런 댓글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컸다. 내 글에 대한 비판과 의견은 받을 수 있지만 맥락 없는 비난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글을 내리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잔상이 남아있다고나 할까. 브런치에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내가 주목받고 셀럽이나 성공한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저 소소하게 내가 살면서 느끼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었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악플 하나 받았다고 내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5개월 되었다. 처음 받아본 하트에 맘이 설레기도 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면서 '나는 왜 쓰는가...' 고민도 했었다. 그래도 내가 계속 글을 썼던 이유는 쓰고 싶기 때문이었다.  브런치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자 다른 사람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도 구독과 관심이 부담스러워도, 엄청난 댓글과 악플을 받아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법과 윤리와 도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내 생각하나 당당하게 글로 써 내려가지 못한다면 나는 그 어디서도 온전히 나를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이번 일로 내가 쓰는 글이 모두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고 내 의도를 드러낸 글쓰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은 말과 달라서 억양도 없고 뉘앙스도 없다. 온전히 내가 쓴 단어, 문장, 문맥이 전부다. 재밌고 완벽한 글은 못쓰더라도 내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글쓰기에 좀 더 노력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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