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붉은 광장 주차 대작전과 킹크랩의 한(恨)

유라시아 캠핑카 여행, 50대 부부의 시베리아 횡단 기록

by 편부효


모두가 말렸던 무모한 도전,붉은 광장 차박


"절대 안 됩니다. 가지 마세요."


모스크바 시내로, 그것도 크렘린 궁전 코앞으로 캠핑카를 끌고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현지 교민도, 여행 선배들도 고개를 저었다.


"모스크바 교통 체증은 세계 최악이에요. 게다가 붉은 광장 주변은 주차 불가입니다. 딱지 떼이거나 견인될 겁니다."


마치 '자살 행위'라도 되는 양 뜯어말렸다.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여행자의 본능 아닌가.

어제 물동이 15번을 나르고 차를 깨끗하게 씻겨놓은 것도 다 이날을 위해서였다.


"여보, 안 되면 돌아오더라도 일단 가보자. 에벤에셀, 출동!"


우리는 내비게이션에 '붉은 광장(Red Square)'을 찍고 액셀을 밟았다. 모스크바의 도로는 전쟁터였다.

시내 중심부로 진입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왕복 10차선의 거대한 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끼어들기의 달인들인 모스크바 운전자들 사이에서 덩치 큰 에벤에셀은 둔한 곰 같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지만, 예상대로 주차는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유료 주차장 몇 군데를 기웃거렸지만, 관리인들은 우리 차를 보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No! Big Car! Go away!"


높이 제한에 걸리고, 길이 제한에 걸리고. 에벤에셀을 받아줄 땅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는 없는 것 같았다.


신이 내린 틈새, 택시 뒤를 노려라


포기하려던 찰나, 뾰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센트럴 칠드런 스토어' 옆 도로변. 노란색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보였다. 그리고 그 택시 줄의 맨 끝자락, 거리에 묘하게 남는 빈 공간이 있었다.


"저기다! 저기 딱 한 대 들어가겠는데?"


뾰는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었다. 마치 에벤에셀을 위해 준비된 공간 같았다. 주차 금지 표지판도 없고, 소화전도 없는 완벽한 사각지대.

노란 택시들 사이에 당당히 주차된 에벤에셀호

러시아의 심장에 말뚝을 박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눈앞에 붉은 벽돌의 박물관과 저 멀리 크렘린의 첨탑이 보였다.


"여보, 우리 진짜 해낸 거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붉은 광장 1열 주차. 우리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지나가던 러시아 사람들이 신기한 듯 에벤에셀을 쳐다보며 지나갔다.


"봐봐, 하면 된다니까!"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것은 단순한 주차가 아니었다. 러시아의 가장 높고 단단한 심장에 우리의 깃발을 꽂은 승리였다.

우리는 개선장군처럼 어깨를 펴고, 테트리스 성당이 기다리는 붉은 광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굼(GUM) 백화점의 50 루블 아이스크림


광장 한편에는 웅장한 굼(GUM) 백화점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화려한 명품 매장들 사이로 긴 줄이 보였다. 바로 그 유명한 50 루블짜리 아이스크림!


우리도 줄을 서서 하나씩 받아 들었다. 진하고 달콤한 우유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와, 이거 옛날 서주 아이스크림 맛인데? 더 진해!"


화려한 백화점 한복판에서 맛보는 1,000원의 행복.

굼 백화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찍은 뾰와쪙

블라디보스토크의 한(恨), 와인 앤 크랩에서 풀다


붉은 광장의 감동을 안고, 저녁에는 근처 식당 ‘와인 앤 크랩(Wine and Crab)’으로 향했다. 사실 우리에겐 작은 아쉬움, 아니 ‘한(恨)’이 있었다.


러시아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그 유명한 킹크랩을 구경조차 못 하고 왔다는 것.


“여보, 오늘 여기서 그 한을 아주 제대로 풀어보자고!”


우리는 비장하게 킹크랩 다리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식탁 위에 거대한 게 다리들이 산처럼 쌓여 나왔다.

“와... 여보, 이거 꿈 아니지?”


통통하게 꽉 찬 게살을 발라 소스에 푹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질 만큼 황홀한 맛이었다.

"와! 살이 어쩜 이렇게 탱글탱글하지?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입안 가득 꽉 차오르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풍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못 먹은 게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완벽한 만찬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밤, 모스크바 붉은 광장 한복판에서 잠자리를 폈다.

조명이 화려하게 켜진 붉은 광장의 야경


*매주 화, 목, 토요일에 새로운 이야기가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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