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호텔 욕조에 마개가 없는 이유

지구의 미래를 미리 본 것일 수도

by 표류자차
KakaoTalk_20250522_142733627_02.jpg

숙소 정보를 찾으며 가장 많이 보았던 호텔이 바로 오닉스 람블라였다. 광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후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하다 싶은 정보가 없었다. 그건 바로 욕조의 마개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KakaoTalk_20250522_142704430.jpg

처음엔 호텔의 실수인 줄 알고 데스크로 내려가 문의했다. 직원은 마개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바르셀로나의 가뭄이 지속돼 모든 호텔의 욕조에 마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나도 바르셀로나의 가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 유명한 몬주익 분수를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욕조의 마개를 쓸 수 없다는 건 아예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이래서 첫날 묵은 실켄산트 헤르바시 호텔엔 욕조가 아예 사라졌던 걸까 싶었다. (호텔 사이트 기준 실켄산트 헤르바시는 작년까지 욕조가 있던 곳이었다.)


물부족 영향인지 유일하게 물도 유료였던 곳인데, 욕조를 보고 예약한 숙소에 욕조를 쓸 수 없으니 짜증이 한껏 밀려왔다. 지칠 때로 지친 여행 후반기였기에 더 그랬다. 족욕이 불가능했으니 마사지 업체까지 찾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안 풀리던 이놈의 몸뚱이... 매번 기절해 잠들었지만 여기서는 쉽지 않았다.


내가 너무 힘들어해서일까? 포기를 모르던 남편이 수건으로 마개를 대체해 물을 채워줬고, 족욕을 할 수 있었다. 풀리는 피로와 함께 행복했던 순간이다. 수건으로 덮으니 물도 조금씩 빠져나가 오히려 물낭비를 초래했을 텐데 이건 알 바 아니었다. 가뭄 문제의 심각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던 귀중한 시간이었음에도 또다시 환경을 어지럽힌 나란 인간이었다.


*참, 화장실에 족욕기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건 유럽식 비데이니 참고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페인 표류 비용은 얼마나 나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