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부녀교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lo On Sep 18. 2022

아빠는 칠오

예의 바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어느 날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앞으로 우리는 150살까지 산대!"     


그래서 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는 오래 사는 거 싫다. 딱 70까지만 살 거야" 했더니,     


"그럼 앞으로 얼마 남은 거야?"라고 묻는다.     


"한 25년?"이라고 하니,


딸아이의 눈이 똥그래지며 묻는다.     


"그렇게 빨리? 나 애 낳는 거 봐야지?" 그러는 것이다.     


그러더니 조그만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폈다 오므렸다 하더니     


“에이. 5년만 더 살아.”이러는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의 타당한 말에 5년 더 살기로 했다.     


인간은 너무 오래 살려는 욕심에 모든 괴로움이 시작된다.     


종교에서는 자살이 지옥에 가는 큰 죄라고 하지만     


오래 살려는 인간의 욕망만큼 죄스러운 것도 없다.     


적당한 때에 알맞은 이별을 하고 온전한 정신으로 떠날 수 있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보는 가운데 혹 상처 주고 상처받은 것이 있다면 용서하며 그렇게 서로를 축복하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니 난 75살의 예의바른 죽음을 신께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151217

매거진의 이전글 서툴러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