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 이야기
오랜만에 나온 심각하지 않고 시간보내기 좋은 SF 어드벤처 영화다. NETFLIX에서 2025년 3월 14일 개봉됐다. 감독과 주연, 조연이 나름 지명도가 있어서 보는데 부담이 없다. 등장하는 각각의 로봇이 개성 있고 성우도 잘 캐스팅된 감이 있다. 스토리가 조금 도식적이어서 식상하고 반전이 뻔히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그만큼 관객으로서 우월감(?)을 느끼며 볼 수 있는 팝콘 무비다.
스웨덴 아티스트 시몬 스톨렌하그(Simon Stålenhag, 1984~)의 그래픽 노블 <The Electric State>가 원작이다. 뉴런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정신과 기계를 이을 수 있는 기술이 보편화되었으며 특히 뉴로캐스터(Neuro-Caster)란 제품의 흥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뉴로캐스터는 오류를 일으켜 착용해 있던 모든 인간들이 무의식 상태에 빠진 아포칼립스가 벌어진다. 1990년대의 복고미래적 과거(Retro-Futuristic Past)가 시대적 배경이다. 그래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클린턴의 영상이 나온다.
비상한 수학 실력을 갖춘 천재 소년 크리스토퍼(우디 노먼 분)는 누나 미셀(밀리 바비 브라운 분)과 아주 친한 평범한 10대이다. 로봇만화를 좋아하고 옷도 그것만 입는다. 때는 1994년, 미셀(밀리 바비 브라운 분)은 고아가 된다. 가족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슴을 치는 사고로 인해 모두 사망하고 미셀만 남은 것이다.
그사이 전 세계의 로봇은 인간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일하겠다고 봉기한다. 미국은 로봇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하지만 인류는 2년간 번번이 지기만 하다가 센터 테크놀로지의 CEO인 이선 스케이트(스탠리 투치 분)가 해결책을 들고 나타났다. 이선은 '뉴로캐스터'라는 장치로 인간의 정신과 드론을 연결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제 로봇의 몸을 갖은 인간은 이 드론을 이용하여 로봇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배한 로봇은 추방구역(일렉트릭 스테이츠, 로봇의 주로 간주한 듯 하다)에 감금되었으며, 로봇을 숨겨주거나 보관하는 것이 불법화된다.
보호 대상 아동이 되어 위탁 가정에서 뉴로케스트에 중되된 보호인에게 푸대접을 받던 미셀에게 '키드 코즈모' 로봇이 나타난다. 미셀은 이 로봇이 동생 크리스토퍼와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동생을 찾아 나선다. 가는 길에 괴짜 밀수꾼이자 전직 군인인 키츠(크리스 프랫 분)를 만나 함께 비록 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온전한 로봇들의 도움으로 동생의 소재를 아는 닥터 앰허스트(키호이콴 분)를 만나게 된다.
닥터 앰허스트의 고백에 따르면 센터는 아직 살아있는 크리스토퍼의 뇌를 이용하여 뉴로캐스트와 드론을 연결했다는 것이다. 닥터는 죄책감을 느껴 네트워크로 트리스토퍼가 나올 수 있는 구멍을 만들었다는 것을 실토한다. 이제 모든 것을 알게된 일행은 로봇들과 협력하여 센터의 캠퍼스로 크리스토퍼를 구하기 위해 진격한다. 한바탕의 신나는 싸움 끝에 결국 동생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감독은 루소 형제가 맡았다. 루소 형제라면 코엔 형제, 워쇼스키 자매 등과 더불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형제자매 감독이다. 형이 앤서니 루소(Anthony Russo, 1970~)이고 동생이 조 루소(Joe Russo, 1971~)이다. 이들은 미국 출신이지만 조부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이런저런 저예산 영화와 TV쇼 제작을 전전하다가 마블 스튜지오에 영입되어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저>(2014),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을 연달아 흥행 시키면서 누적흥행기록으로 매우 잘 나가는 감독이 되었다. <애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제작자로 나섰다. 웬일로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키호이콴이 출연하나 했다.
미셀 역의 밀리 보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은 2004년 생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생으로 현재 영국 국적이다. 2024년 제이크 본조비와 결혼했는데, 그는 록 스타 존 본조비(Jon Bon Jovi, 1962~)의 차남이다. 밀리는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 주인공 일레븐 역할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와 <고질라 VS. 콩>(2021)에서 주연을 맡았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에서 주연을, <댐즐>(2024)에서 주연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요즘 뜨는 여배우다.
키츠 역에 맞춤 캐스팅된 크리스 프랫(Chris Pratt, 1979~)은 그의 이전 영화와 똑같은 캐렉터로 나온다. 2019년에 결혼을 했는데 부인이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장녀인 캐서린 슈워제네거(10살 연하라고 한다)다. 그래서 그런지 둘째애부터 넷째인 막내의 이름에 슈워제네거가 들어간다. 우리가 아는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쥬라기 월드>(2015), <패신저스>(201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2017),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2023)이 있다. 이 정도 되면 연기나 장르에 변화를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써로게이트>(2009)와 비슷한 설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원격조종 대리 로봇인 '써로게이트(surrogate)'를 이용하여 사람들은 삶에서 유리되고 거리에는 로봇만이 돌아다닌다. 어느 날 써로게이트가 공격받아 사용자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두 영화는 원격조종 로봇에게 중독되고 현실에서 피패해진 인간의 모습이 매우 유사하게 그려진다.
이렇게 주로 텔레비전, 무선 네트워크 ( wifi, blutooth,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 ) 또는 테더링 된 연결을 통해 원거리에서 반자동 로봇을 조종하는 로봇공학의 한 분야를 텔레로보틱스(telerobotics)라고 한다. 이런 기술이 실용화되면 인간의 육체는 현장으로 이동할 필요 없고 집에서 원격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단순한 배달, 육체노동 등이 대체될 수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수많은 드론이 원격조종에 의해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기술이다. 다만 인간의 정신이나 신경을 직접 로봇과 연결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통신 기술과 로봇 제어기술이 발전하면서 텔레로보틱스는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로봇이 자체 의사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인간이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는 현실화되어 있는 그 기술에서 우리는 이미 미래 SF에서 그리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럴수록 인간 본연의 사고와 마음, 감정 등이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