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도로는 난장판이다. 여기저기 생겨난 포트홀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포트홀 보수 건수는 2019년 3,700건, 2021년 4,200건, 2023년 5,800건으로 4년 만에 57%가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시 포트홀 접수 건수는 2024년 2월에 전년(2,200건)의 2배가 넘는 4,500건이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타이어나 휠의 파손, 충격흡수장치가 손상되기도 한다. 포트홀을 지나다 핸들을 놓치면 통제를 벗어난 차량이 2차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칫하면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되기도 한다. 다행히 정부와 지자체에서(도로의 관리 주체에 따라) 포트홀에 의한 사고를 보험으로 보상해 주기는 하는데,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길기 때문에 피하고 조심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다.
도로를 포장하는 이유
1903년 자동차의 주행 모습,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by Smithsonian Institution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포장도로에 대한 요구는 함께 시작됐다. 비싼 돈을 드려 산 멋진 자동차가 포장이 안된 도로를 다니면 옆에서 마차가 추월해 갔다. 조악한 품질의 초기 차량은 오프로드에 적합한 내구성을 갖추지 못했다. 여름에 먼지 풀풀 나는 차를 타고 에어컨도 없이 마적단처럼 두건을 쓰고 운전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돈 많은 부유층들은 아마도 시청이나 주정부에 좋은 소리를 하지는 않았으리라 쉽게 짐작된다.
문제는 포장도로는 영구적인 시설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끊임없이 보수를 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다. 또 도시가 발달하면서 각종 시설물들이 땅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도 일 년 내내 도로를 파내고 시설물을 복구하고 다시 메우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다.
포트홀,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일단 땅 속이야 어떻게 됐든 간에 도로 표면이 편평하고 매끄럽기만 하면 된다. 싱크홀이야 누가 봐도 분명하니 책임소재도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빈도도 크지 않다. 도로는 인공적인 석재로 조성되는데 그럼에도 내구성에 한계가 있다. 차량이 너무 많이 다닌다거나 과적차량이 다니면서 짓누르면 아무리 설계대로 시공을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포트홀(pothole)이다.
포트홀의 정의, 원인
도로 피로에 따른 포트홀의 생성 과정(강설->동결->해동->파괴) ,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포트홀은 복합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원인을 간단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가장 크게 알려져 있는 것은 다음의 3가지이다.
(1) 도로의 구조적 강도의 문제 및 유지 보수 미흡
(2) 과적차량 하중에 따른 도로의 구조 파괴
(3) 동절기 동결 및 해동에 따른 도로 피로 (제설제의 과다 살포 포함) => 기후변화 이슈
앞의 두 가지 원인은 사람이 잘 만들고 법규를 잘 지키면 해결되는 문제여서 개선이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은 3번째의 기후변화 이슈이다. 포트홀의 발생 빈도가 유난히 높아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2023년 겨울철 기후특성
2023년 겨울철 전국 평균온도 분포도, 출처: 기상청
기상청이 발표(2023년 겨울철 기후특성)한 바에 따르면 2023-2024년 겨울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236.7mm라고 한다. 이는 예년 보다 2.7배 많은 양으로 관측사상 역대 1위의 강수량이라고 한다. 평균기온 역시 2.4도로 예년의 1.9도에 비해 높았고 역대 2위의 포근한 겨울을 우리는 보냈다.
하지만 평균기온이다. 간간히 엄청 추웠던 날들이 끼어 있었다. 12월 중후반과 1월 하순에 두 차례 추위가 있었다. 1월 26일엔 한강의 결빙이 관측되었다. 겨울이 꾸준히 추우면 땅도 계속 얼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데, 올해처럼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면 지표면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 얼음의 팽창압이 여러 번 작용하여 흙의 구조가 불안정해져 지표면은 들뜨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차량이 위쪽을 지나가면 포장물질에 균열이 생기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안정해지다가 결국은 큰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온다. 일단 구멍이 생기면 점점 직경이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 작은 포트홀은 서로 연결되면서 더욱 커지고 깊숙이 파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지질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개구멍도 이런 원리로 생긴 것들이다.
영월 주천강 요선암 돌개구멍, ⓒ 전영식
여기에 빗발치는 민원을 피하기 위해, 강설 예보만 나오면 선제적으로 제설제를 뿌려 대는 관청의 대응이 더해졌다. 몇 번의 안 좋은 기억으로 언론과 신문의 뭇매를 맞은 관청은 예상은 둘째치고 눈만 내릴 것 같으면 몇 시간 전에 비상을 걸고 미리 주요 도로에 뿌려둔다. 눈이 내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눈이 안 내리면 세금을 팍팍 쓴다고 뭇매를 맞는다. 그래도 잠시뿐 고생한 사람은 없으니 다 잊는다.
문제는 과다하게 뿌려진 제설제가 물의 어는점을 낮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제설제로 염화나트륨과 염화칼슘을 쓴다. 두 가지를 섞어 쓰기도 하는데 주로 염화칼슘만 쓴다. 염화칼슘 1g은 물 14g을 흡수한다. 이때 눈이 녹는다. 그리고 염화칼슘이 녹으며 열을 내서 눈이 녹는다. 한 번의 살포로 2번의 제설효과가 있는 것이다.
염화칼슘이 물에 녹으면 칼슘과 염소가 물이 어는 것을 방해한다. 순수한 물이 0도에서 언다면, 염화칼슘이 목은 물은 영하 54.9도까지 얼지 않는다. 문제는 이물이 어디로 가지 않고 지표 아래로 스며들어 도로 구조물이나 차량의 하체에 부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인도나 도로 주변으로 튄 염화칼슘을 맞거나 먹은 식물, 조류 등은 수명이 단축된다. 염소의 강력한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눈을 녹이는 제설제가 아니라 단순히 물기를 흡수하는 흡수제를 쓰기도 한다.
포트홀 보수작업,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포트홀 보수 현황, 방법
포트홀의 보수는 손상된 도로를 갈아내고 아스콘을 재포장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동절기에는 실시할 수 없고, 보수 예산도 작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는 못한다. 현재 포트홀의 보수는 '록하드'라고 불리는 포대에 든 아스콘을 1톤 포터트럭에 싣고 가 인력으로 땜질하며 긴급보수한다.
이렇게 도로를 보수하는 인력은 구청 2개에 1팀이 담당하는데, 3인(운전, 교통통제, 도로보수 담당)이 1조로 움직인다. 25kg짜리 록하드 30포대 정도를 한 번에 가지고 나가면 5~10곳 정도 보수한다고 한다. 오전, 오후 작업하면 10~20곳 정도 작업을 할 수 있는데, 날씨가 궂으면 이것도 못한다. 따라서 포트홀의 발생을 보수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도로설계기준을 변경하고 품질 좋은 아스콘을 사용하는 것인데 예산의 문제라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따라서 겨울이나 장마철이 지난 다음에는 의례 포트홀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포트홀은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다. 내기를 해도 좋다. 포트홀이 많아야 도로보수업체, 자동차수리업체, 병원이 돈을 많이 벌게 되겠지만, 그냥 놔둘 수는 없다. 변화하는 기후변화에 맞는 도로 포장재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인구 감소가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제까지 깔린 도로의 유지보수에 돌아갈 예산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 새 도로 만들기보다 있는 도로라도 잘 간수하고 제때 보수하는 것이 우리가 할 유일한 일이다. 그전에 개인이 할 일은 천천히 달리며 재주껏 포트홀을 피하는 것이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