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원유매장량은 진짜일까?

일상 속 지구과학 이야기

by 전영식

* 표지사진: PDVSA Gas Nueba Esparta, 위키미디어: Wilfredor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의 2025년 연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3,032억 배럴로 OPEC 회원국 중 1위이다. 2위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2,672억 배럴에 불과했다. 세계에서 가장 어마어마한 석유를 가졌으니, 욕심쟁이 미국이 그걸 노리고 작전을 감행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OPEC 회원국의 주요 지수, 출처: 2025 OPEC Anual Statistical Bulletin


위의 표에서도 매장량(Proven) 밑의 원유 생산량(Crude Oil Production)을 보면 베네수엘라는 일일 92.1만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거의 10% 수준밖에 안 된다. 그 많은 석유를 가지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석유 산업의 투자 부진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운영 난맥상 등으로 2016년 이후 생산량은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취임 전 일일 340만 배럴에서 사망시인 2013년에는 233만 배럴로 줄었다. 다시 후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재임시기인 2018년에는 122만 배럴로 거의 1/3로 급감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0).


자원의 경제적 분류


자원은 물리적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광물 자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동일한 자원도 채굴하여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경제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다 같은 자원이지만 부존 하는 지질학적 위치, 채광물의 품위 등에 따라 채굴에 소요되는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의 석탄은 고갈되어 광산이 문 닫은 것이 아니다.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이 채굴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적으면, 그 광산은 문을 닫는 것이 맞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바로는 석유 자원은 당시로부터 30년이면 고갈이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 수업을 곧이곧대로 심각하게 들은 학생들은 인류의 미래는 끝장이고, 우리는 아이들은커녕 결혼도 못해보고 원시시대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고민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전기와 석유를 펑펑 쓰면서 따뜻한 겨울과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것으로 보아, 아직 석유가 바닥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지구 온난화를 고민하면 했지 말이다. 당연히 석유나 석탄이 없다면 지구온난화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말이다.


자원 분류 체계, 출처: SPE, 2011

위 그림은 석유 엔지니어 학회(SPE) 등에서 발간한 자원을 분류하는 체계(Resources Classification framework)이다. 자원의 총 원시 부존량(Total Petroleum Initially in Place, PIIP)은 발견된 원시부존량(Discovered in Place)과 미발견된 원시부존량(Undiscovered in Place)으로 나뉜다. 당연히 발견된 자원만이 채굴이 가능하다.


다시 발견된 자원은 상업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것(Commercial)과 불가능한 것(Sub-Commercial)으로 구분된다. 상업적으로 채굴 가능한 것은 확인 매장량(Proved), 추정 매장량(probable), 가능 매장량(Possible)으로 분류된다. 위 그림에서 1P는 확인 매장량만을, 2P는 확인 매장량 + 추정 매장량을, 3P는 2P에 가능 매장량을 합친 것이다.


비상업적인 원시발견부존량은 발견잠재자원량(Contingent Resources)라고 하고 최소(1C), 최적(2C), 최대(3C)로 나눈다. 미발견 원시부존량은 탐사자원량(Prospective Resources)라고 하고 마찬가지로 최소추정, 최적 추정, 최대 추정으로 구분한다.


이렇게 자세하고 조금 복잡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자원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인데, 이 글의 첫 OPEC 도표에서 나온 Proven이 확인 매장량(P1)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경제적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석유의 시장 가격과 채굴 비용간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맞다. 석유값이 오르면 채굴의 경제성은 올라가고 이에 따라 확인 매장량은 늘어난다. 또 경제적인 채굴방법이 개발되면 원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확인 매장량은 올라가게 된다. 결론적으로 석유의 값과 개발 원가에 따라 움직이는 양이지, 과학적으로 정의된 양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일셰일이 각광을 받았다. 새로운 오일셰일의 개발 방법인 수압파쇄(프레킹, hydrulic fracturing) 공법이 나오면서 미국이 갑자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당연히 OPEC의 영향력은 떨어지고,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의 수출에서 재미를 못 보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은 주로 북부와 동부의 거대 퇴적 분지에 집중되어 있다. 2026년 현재 약 3,030억~3,040억 바렐의 확인된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8%에 달한다고 보도되고 있다.


Venezuela Oil Reserves, 위키미디어: Dragons flight



그런데 위 도표에서 보면 베네수엘라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걸쳐 크게 증가했다. 갑자기 석유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1980년에는 250억 배럴에서 2010년대 초반에는 10배 이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에 매장된 막대한 양의 초중질유(extra heavy oil)가 '확인 매장량'으로 공식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매장량이 많아진 이유


오리노코 오일 벨트, 위키미디어: Christopher J. Schenk


베네수엘라에는 남한 면적 절반에 달하는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가 있는데, 막대한 양의 중질유 및 초중질유가 매장되어 있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문제로 이 원유가 '확인 매장량'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유가상승과 채굴 기술 발달로 인해 상업적 채굴 가능성이 인정되면서 공식 매장량으로 재분류되었다.


2000년 연평균 20달러대를 유지하던 유가는 2005년 50~60달러대를 기록하는 등 3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초중질유 개발이 경제적으로 가능해졌다. 이는 오리노코 벨트의 매장량을 적극적으로 탐사하고 공식화하는 동기가 되었다. 언론들은 당시 우고 차베스 정부가 석유 산업 국유화 및 매장량 공식 인정을 통해 국가 자원 주권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고 보도들을 한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과 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당시 차베스 정권은 국뽕 차원에서 매장량을 늘리기에 앞장선 느낌도 있다.


2006년 ~ 2010년대 초반에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은 오리노코 벨트의 초중질유 매장량을 공식적으로 확인 매장량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OPEC의 창립 회원국이어서 아마도 OPEC을 주무르기가 어렵지 않았던 듯싶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는 2007년 말 전년 대비 약 355억 배럴 증가한 1,348억 배럴 이상의 확인 매장량을 발표하며, 당시 세계 3위 산유국이 되었다고 보도했다. 2011년 1월에는 베네수엘라가 드디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 보유국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한번 올라간 석유 매장량은 유가가 떨어져도 조정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원유 가격


원유는 API 비중(밀도)과 유황(황) 함량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API 비중이 높고(가벼울수록) 황 함량이 낮을수록(황이 적을수록) 고급 원유로 평가받아 가격이 높다. API 비중은 33도 이상을 경질유(Light Crude), 30~33도는 중질유(Medium Crude), 30도 이하는 중질유(Heavy Crude)로 나누고, 황 함량에 따라 저유황(sweet, <0.5%) 또는 고유황(sour, >0.5%)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API가 높은 원유를 생산에 투입할 때 휘발유, 경유, 항공류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이 나와 높은 가격을 받고, 황 성분이 많을수록 정제과정에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하지만 수급현황에 따라 가격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기준 원유(Benchmarker)로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류(West Texas Intermediate, WTI)와 영국 블렌트(Brent) 유는 저유황 경질류이고, 두바이(Dubai) 유는 고유황 중질류이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수출 원유 등급은 API 16 내외의 초중질류(heavy and extra-heavy crude)인 메레이(Merey)이다. 국제가격은 기준 원유에서 할인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보통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15달러 정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2026년 1월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60~62 달러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에 석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급한 원유이다.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 가장 타격이 큰 유종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마두로 정부는 사법부, 국영기업, 군, 언론 등을 장악하면서 비정상적인 독재국가를 만들어 갔고,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고자 원유수입을 재원으로 무상의료, 교육, 저가 주택 공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일반인과 엘리트 층을 갈라 치기 하며 나라는 썩어나가게 됐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내려갔으나 생산성과 건전한 경상수지 등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러한 정책은 2018년 6만 퍼센트의 초인플레이션을 낳았고 결국 국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쓰레기 통을 뒤지거나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난민신세(현재 790만 명 추정, 전체 인구의 20~30%)로 전락하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경제성이 바뀌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부실한 자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수출로 번돈을 석유 산업에 재투자 하지는 않았다. 자원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곳은 아예 기댈 자원이 없으니 이런 일이 덜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공짜 점심은 없으니 눈을 부릅뜨고 조심할 일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참고문헌


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와 한.중동 에너지 협력 다각화 방향, 2020

2. OPEC, 2025 Anual Statistical Bulletin, 2025

3. SPE, Guideline for Application of the Petroleum Resources Management System, Society of Petroleum Engineers, 2011. 1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쩌면 만날지도 몰라,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