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지구과학 이야기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됐다. 공격은 원거리 전략자산을 이용한 정밀타격이 위주다. 얼마 전부터 미국 항공모함 2척이 이란 인근으로 집결한다는 보도가 나와서 짐작은 하고 있었다. 두나라의 대낮 기습공격으로 지도부의 공백이 생긴 이란은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길은 전 세계 원유의 1/3,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하는 중요 수송로이다.
지도에서 보듯 중동에는 크게 2개의 내해가 있는데, 하나는 홍해(Red Sea)이고 다른 하나는 페르시아만(Persian Gulf, 아라비아 만, 아랍만)이다. 홍해는 잘 아는 것처럼 북쪽으로 수에즈 운하로 지중해와 연결되어 있다. 양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수단, 에리트레아, 지부티 그리고 소말리아와 예멘이 맞닿아 있다.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가 아덴만인데, 아프리카 쪽 코뿔소의 뿔 모양으로 튀어나온 곳이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다. 카이로에서 아덴만 입구까지가 대략 2,200km 정도 거리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3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출현한 호모사피엔스가 10만 년 전 이곳을 통해 유라시아 쪽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
동쪽에 있는 바다가 페르시아만이다. 북쪽은 비옥한 초승달지대로 칭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흘러든다. 양안에는 북쪽으로는 전부 이란지역이고 서북쪽에서부터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오만이 접해있다. 이란과 아랍에미레이트 사이의 폭이 52km로 좁은 해협이 있는데 이곳이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다.
게다가 이 해협에서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깊이인 곳의 폭은 10km에 불과하다. 여기에 선박의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지정된 중앙분리대격인 통항분리대(TSS)가 중앙에 3km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조선 등 선박은 한 줄로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15~17세기 포르투갈이 통제했던 무역거점으로 페르시아어로 '광명'을 뜻한다고 한다. 명나라 정화의 함대가 다녀갔던 지역이다. 쿠웨이트에서 직선거리로 860여 km 정도 된다.
미군은 바레인에 제5함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2026년 2월 중순 기준으로 미국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호 전단이 이란 해안 700km, 오만 해안 200km 떨어진 북인도해에 배치되었다. 또 다른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CVN-78)함은 지중해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 기지(Crete Souda Bay Naval Base)에 입항했다.
한편 양쪽 바다의 가운데에 위치한 사우디 아라비아 왕립 해군(RSNF)은 2026년 2월 해군 현대화를 위해 3000톤급 디젤 공격 잠수함 4~6척을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함정은 홍해를 작전구역을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리야드에서 열린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 참석하여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과 관련 시스템의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걸핏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을 투입하여 이에 맞서면 될 것 같은데,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은 주로 아라비아만의 낮은 수심 때문(평균 수심 50m)이다. 미군 제5함대(United States Fifth Fleet ) 사령부가 위치한 바레인 마나마 해군지원기지는 수심 26m 밖에 되지 않는다. 핵잠수함이나 항모가 출입은 하지만 좁고 얕은 해로 탓에 회피기동 등이 쉽지 않고, 유조선 등 민간선박과 충돌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은 아라비아판(Arabian Plate)과 유라시아판(Eurasian Plate)의 경계에 위치한다. 홍해의 생성으로 아프리카판에서 떨어져 나온 아라비아판은 신생대 올리고세 후기(3,000~2,500만 년 전)에 유라시아판과 충돌하였다. 아라비아 판이 유러시아판의 아래로 침강했다. 이 충돌로 테티스 해(Tethys sea)가 사라졌고 터키 동부와 이란의 자그로스 산맥이 융기했다. 또 충돌지 주변이 구조적으로 침강하면서 얕은 '구조적 침강지'가 만들어졌다. 이 침강지에 인도양 바닷물이 흘러들어 페르시아만이 형성되었다.
마지막 빙하기 시절이었던 10만 년 전에는 해수면이 현재보다 훨씬 낮아서 현재의 페르시아만 대부분은 우리나라 서해처럼 강이 흐르는 평평한 육지였다. 북서쪽에서 유입되는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과 카룬강 등이 엄청난 양의 흙과 모래를 실어 날라 수심을 채웠다.
수심이 낮아 해안가와 바다 밑바닥에 탄산염 퇴적물과 산호 파편들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바다의 깊이가 깊어지지 못했다. 또한 주변이 사막 기후라서 매우 덥고 건조하여 증발량이 강수량을 초과한다. 그래서 바닷물은 지속적으로 증발하고 퇴적물만 남아 수심을 더욱 얕게 만들었다. 페르시아만은 북동쪽(이란 쪽)은 다소 깊지만 남서쪽(사우디아라비아/UAE 쪽)은 매우 넓고 얕은 대륙붕 형태를 띠고 있는 비대칭적 구조를 갖는다.
홍해는 약 2,300km 길이의 좁고 긴 바다로 아프리카판과 아라비아판이 분리되며 형성된 신생대 열곡대(Rift Valley)이다. 모세 때는 바다를 가로질러 육지로 연결됐는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바다 가운데 중앙 해구에서 마그마가 상승하여 땅이 갈라지며 새로운 해양지각이 만들어지는 해저 확장 지역이다. 수심이 깊은 해연(Deep)과 산호초가 특징이다.
약 2,500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가 갈라지기 시작한 대륙 분리(Rifting)에 의해 생성되었으며 동아프리카 지구대의 북쪽 연장선에 위치한다. 중앙 해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해양지각이 형성되고 있어 홍해는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고(10~16mm/yesr) 아라비아판을 밀어 올리고 있다. 홍해 아래의 맨틀은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맥동하며 마그마를 상승시키고 있어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길이 약 2,300km, 너비 최대 360km로 좁고 길다. 중앙 해구는 수심이 2,730m 이상으로 매우 깊지만 전체 면적의 40%는 수심 100m 미만으로 해안가는 얕다. 대서양 II 해연(Atlantis II Deep) 등 깊은 해저에서는 금속 광상이 발견되어 경제적 잠재력도 주목받고 있다. 건조한 기후와 높은 증발량유입되는 하천의 부족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바다 중 하나이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징으로 인해 홍해는 해양학적, 지질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어린 대양'으로 불린다.
주변 지질학적 특징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트럼프 할아버지라고 해도 페르시아만으로 해군을 밀어 넣기가 쉽지 않다. 2007년에는 미해군 핵잠수함인 뉴포트뉴스호(Newport News, 7천 톤)가 일본 유조선 모가미가와호(Mogamigawa, 30만 톤)와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하게 잠항하던 잠수함이 거대 유조선의 추진력이 만든 수중공간으로 끌려 들어가 발생한 사고였다.
이렇게 혼잡하고 위험한 해역이니 이란으로서는 손쉬운 압박 카드로 사용할만하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적 공격은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긴 이란의 해안선과 페르시아만의 낮은 수심과 좁은 해로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사우디가 잠수함을 도입한다고 해도 페르시아만에서의 작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란은 소형 잠수점과 로켓쾌속정을 이용하여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한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서해와 동해의 특징을 눈치챈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서해(평균수심 44m)는 아라비아해 같이 수심이 낮고 해저 지형 변화가 심한 조석간만차가 큰 퇴적물이 많아 뿌연 바다다. 잠항이 어렵고 온도변화와 염분변화가 커서 소나 탐지가 어렵다. 게다가 폐그물과 쓰레기가 바닥에 가득하다. 2003년 4월 말 중국의 재래식 잠수함인 361호의 스크루에 그물이 걸려 승조원 70명 전원이 사망했다. 2022년에는 중국 핵잠수함 093-417호가 산둥지역에서 자국군이 설치한 체인과 앵커에 걸려 선원 55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래서 서해를 '잠수함의 지옥'이라고 부른다.
반면 동해(평균수심 1750m)는 한반도와 일본이 지질학적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수심이 깊은 바다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여 물덩어리(water mass)가 생겨 소나 탐지를 방해하고 복잡한 수온약층이 형성되며, 해역 중간중간에 거대한 소용돌이(Eddy) 통로가 존재해서 잠수함의 은밀한 이동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동해를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만일 지금 동해의 물길을 막고 물을 다 빼내면 바닥에 수십 척의 잠수함이 뒹굴지도 모른다. 다 지질학 놀음이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