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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Mar 31. 2023

이적 엄마 책을 읽고

키우지 않아야 잘 크는 아이들


박혜란 님의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을 3월에 읽었다. 2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지금도 잘 읽힐만큼 시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육아와 교육, 여성 환경.


박혜란 님의 자녀 셋이 다 서울대에 들어갔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것보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 벌이도 잘 하는 야무진 어른들로 자라난 것이 놀랍고 부러웠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운 비결은, 엄마가 키우지 않고 저희들이 알아서 잘 컸다는 거다. 핵심은 엄마가 "키우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엄마의 계획과 통제가 아이들에게 그닥 먹히지 않는다는 것. 엄마가 아무리 아이들 미래를 위해 핑크빛 계획을 세우고 그 미래로 이끌어간다고 해도, 애가 스스로 안 하면 결국 말짱 도루묵 되고, 엄마는 엄마대로 애는 애대로 힘들 거라는 거다. 그러니까 엄마는 아이를 키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엄마 스스로 잘 크면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보고 자기들도 알아서 잘 클 거라는 거다. 엄마는 아이가 잘 할 거라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면서, 여기에 잘 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해주면 좋다.


음... 맞는 말씀이지만 읽으면서 회의감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 일단 부모가 둘다 서울대 출신이니 유전적 영향을 무시 못할 것이고, 서울대 나온 부모가 있는 집이니 집안 환경 자체도 공부가 가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 님의 성격 자체가 타고나게 긍정적이시고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으시는 성격을 지니신 느낌.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예뻐하고 사랑하는 게 철철 넘쳐흘러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실 것 같은. 그래서 내가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일단 출발점부터 다르다.


그래도 엄마가 편한 것이 아이도 편하다는 것.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효율이 좋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기억하면서 나의 육아에도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푸름아빠 거울육아》 책을 읽었을 때, 거기에 10세 이전에 외국어 습득을 해야 더욱 효율적으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이 영어를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습득했으면 하는 마음에 유아기부터 영어 노출을 시켜준다고 요즘 평일에 영어 영상보기를 시작하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마찰이 잦았다. 애들은 우리말 영상 틀어달라고 하고, 나는 평일엔 영어 봐야한다고 하고 실랑이가 자주 이어졌다.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유아기에 영어 영상만 잘 봐도 나중에 엄청 수월하다는 선배맘들의 이야기에 어떻게든 영어로 티비를 보여주려고 애써왔는데, 책을 읽고 굳이 이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지들이 영어 잘하고 싶으면 영어 영상도 찾아 보겠지, 싶은 거다. 그냥 우리말 영상 보고 깔깔거리고 "엄마, 이거 진짜 웃겨." 하는 게 모녀 관계엔 훨씬 좋지 않을까. 내가 실천하기에 무리다 싶은 건 과하게 애쓰지 말고 그만두자. 내가 버겁다 느끼는 건 아이들에게도 버거울 게다.


그래도 거실에 TV를 없애고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다같이 책을 읽거나 공부하거나 일을 하는 일상은 여전히 꿈꿔봄 직하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놀이가 일상인 거실이지만, 초등학생이 되고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한번 시도해봐야지.


그리고 청소를 싫어하는 1인으로서, 치우지 않는 집안에서 창의적인 아이가 자라난다는 부분, 매우 좋았다. 덕분에 남편 잔소리를 좀 덜 듣게 됐다. 나도 치우는 데 예전보다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 어질러라, 어질러, 그게 지금 너희들이 할 일이지. 잘 한다 내새끼들.


애 키우는 것보다 내가 크는 것에 신경을 쓰면 좋은 엄마가 된다. 좋은 엄마는 곧 좋은 사람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성품, 인격, 지성, 사회성 등 전인적으로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에 더욱 에너지를 쓰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은 나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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