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잡지에서 주최하는 생활수필 공모전인 제18회 생활문예대상에 원고를 응모했었다. 작년엔 입선했었는데 올해는 입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소재가 좀 평범했던 것 같다. 아쉬웠지만 금방 잊고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좋은생각에서 소포가 왔다.
입상하지 못했지만 공모전에 원고를 응모해주어 고맙다며 좋은생각 5월호와 작고 귀여운 노트 2권을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좋은생각 잡지사 참 따뜻한 곳이네. 5천 명에 가까운 입상하지 못한 응모자들을 챙겨주다니. 발송 비용과 선물 비용도 응모자 수만큼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 고마운 마음에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잡지사 걱정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글쓰기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번 분기에 나는 매일글쓰기 모임에서 빠졌다. 아무래도 "매일" 글을 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돈 안 되는 글쓰기"와 "돈 되는 재테크" 사이에서의 고민이 묻어난 결정이기도 했다.
글쓰기는 어찌 보면 참 비효율적이다. 내 생각과 마음을 털어놓고 글을 쓰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대충 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글을 쓸 때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렇게 효율적이지 않은 시간 활용이 글쓰기에 대한 내 발목을 붙잡곤 했다. 돈도 안 되는 글을 1시간 넘게 쓸 바에야 그 시간에 돈 되는 재테크 책을 읽자, 앱테크를 하나라도 더 하자, 가계부를 쓰고 자산 분배를 하자, 라는 매우 효율적이고도 경제적인 머리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글로 돈을 버는 것은 앞서 가신 많은 선배님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마이뉴스 등 신문에 글을 기고하거나,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에세이 공모전에 원고를 응모해서 당선되거나, 혹은 출판 계약을 하게 되면 글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글에 들어가는 정성과 시간에 비하면 그로 인해 버는 돈은 매우 적은 편이다. 돈을 버는 측면에서만 따져보자면 앱테크 몇 번으로 기프티콘을 받아 팔거나, 리워드 포인트를 받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한정된 시간 자원을 가진 나는 글쓰기의 이런 면 때문에 이번 분기에 돈 되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비효율적인 글쓰기를 또 하고 앉아있다. 글쓰기가 돈이 안 되어도, 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나 보다. "글을 쓸 시간에 재테크 공부를 하라니까?!" 라고 외치는 내 머리는, "공부하기 싫은데? 글 쓰고 싶어." 라고 심드렁히 말하는 마음에 지고 만다. 내 손은 머리의 명령이 아닌 마음의 명령을 따라 글에 쓸 사진을 고르고 단어와 문장을 골라 글을 쓰고 있다.
최소한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은 당신이 원해서 한다는 매력이 있다. 욕망에 좌지우지되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해방의 의미이다.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세상의 모든 기도》, p143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은 내가 원해서 한다는 매력이 있다. 이는 해방의 의미를 갖는다. 돈 안 되는 글쓰기에,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다. 글쓰기와 헤어지기로 결심해도 또다시 갖은 미련 다 싸들고 돌아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돈이 되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글쓰기. 자유와 해방을 느끼게 해주는 글쓰기. 글쓰기가 양 주머니 꺼내어 탈탈 털어보이며 돈 한 푼 없다고 배시시 웃어보이는 게 한심스럽다가도, 가진 매력이 철철 넘치는 꽃거지인 걸 어쩌랴. 오늘도 이 꽃거지와 시간을 흘려보내는 재미에 빠져본다. 어쨋든 오늘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