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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Aug 19. 2023

설렘과 행복이 가득한 여섯 살의 그림일기


첫째는 그동안 어린이집에 다니다 6살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의 첫 방학을 맞이했는데 어린이집에 비해 방학이 어찌나 긴지, 7월 31일부터 8월 15일까지 무려 16일 동안 방학이다. 첫째의 방학을 보내보니, 둘째의 어린이집 일주일 방학이 매우 짧게 느껴질 정도. 게다가 유치원은 방학 숙제까지 있는데 바로 방학동안 그림일기를 그려오는 것이다.


내게 있어 그림일기는 초등학생 때 개학을 며칠 앞두고 허겁지겁 방학의 기억을 끄집어내 어쩔 수 없이 해 내는 것이었다. 남편에게도 그림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니,


"그림일기? 방학 숙제는 당연히 안 하고 개학하면 몇 대 맞고 끝나는 거 아냐?"


부모에겐 그림일기가 이러했는데, 그림일기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달랐다. 하루를 보낼 때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설레는 얼굴로 그림일기장에 그려냈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는 그림을 먼저 그리고, 엄마에게 일기에 쓸 말을 불러줬다. 그러면 내가 날짜와 날씨, 오늘 있었던 일을 글로 써주는 식으로 그림일기장을 채워나갔다.유치원에서 준 그림일기장은 A4 용지에 5장이 인쇄되어 있었는데, 아이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엄마 종이가 너무 작아. 나는 그림 그릴 게 엄청 많은데."


16일의 방학 중에 5일의 그림일기는 순식간에 채워졌다. 방학숙제를 이렇게 빨리 끝내다니. 게다가 그림일기가 이렇게 즐거운 숙제였다니. 아이는 그림을 그리며 오늘 있었던 즐거운 순간을 머릿속에 다채롭게 떠올리는 듯했다. 신나고 행복했던 많은 순간들 중에서 종이에 그릴 단 한 장면을 골똘히 골라냈다. 그러고선 까만 크레용으로 밑그림을 순식간에 그리고 알록달록하게 색칠을 했다. 그림일기를 완성하고 나면 아이의 얼굴도 행복과 기쁨으로 채색된 듯했다. 새삼 그림일기가 참 좋은 숙제로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그림일기로 인해 방학이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아이에게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니, 나도 괜히 흐뭇해진다. 아이가 그린 그림일기처럼 아이의 삶이 계속 다채롭고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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