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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Aug 20. 2023

네 살짜리와의 전쟁


요즘 나는 매일 네 살짜리 둘째와 전쟁이다. 아침마다 소리를 지르고 울지 않고는 하루 시작이 안 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손을 내밀어 놓고는 아무 말도 안 하고서 왜 손을 안 닦아주냐고 난리다.


"손 닦아달라고 말해야 알지."


물티슈를 꺼내 손을 닦아줬다.


"더!"


더 닦아줬다.


"더!! 더 닦아달라고!!"


진상 상전도 이런 진상 상전이 없다. 진짜 과장 없이 30번은 손을 닦아줬다.


"더!! 더!! 더!!"


뭐지, 이놈은?

이제는 진짜 손에 뭐가 묻거나 불편해서 닦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심사가 뒤틀려서 계속 닦으라고 억지를 부리는 거다. 나도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충분히 닦았는데 뭘 더 닦으라는 거야? 그만해."

"더 하라고!! 더!! 더!! 더!!"


이제 나도 뚜껑이 열린다. 나는 맴매를 가져오고, 아이는 울고불고. 몇 번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부린 뒤에야 억지 쓰고 고집부리던 걸 멈춘다. 어휴.


글을 쓰다보니 좀 더 부드럽게 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이렇게.


"손에 뭐가 묻어서 불편했어? 어디 봐봐. 엄마가 한번 자세히 볼게. 이제 엄마가 다 닦아서 뭐 묻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불편할까? 엄마가 바로 안 닦아줘서 기분이 상했어? 엄마가 몰라서 그랬지. 이리 와. 안아줄게."


이렇게 말했더라면 아이가 억지를 안 부렸을까. 그런데 정말 이렇게 반응하는 건 책에서나 가능한 느낌. 현실에 맞닥뜨리면 엄마도 감정이 있는데 열받고 꼭지가 도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어쩌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첫째도 4-5살 때 그 놈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고집 때문에 매일 싸웠던 것 같은데, 6살 되니 그런 억지가 많이 없어져서 사이가 좀 편안해졌다. 첫째와 평화로워지니 둘째 시작. 어휴. 빨리빨리 좀 커라.



© zmachacek,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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