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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찾아준 주짓수, 주짓수 하는 엄마로.

by 제니앤


A : 요즘 어떻게 지내?

나 : 아침에 주짓수 갔다가, 집안일 하고, 애들 오면 애들 보고 그러지, 뭐.



작년 6월에 시작한 주짓수가 이제는 내 일상 루틴에 당연하게 들어와 있다.


내 MBTI 는 ESFJ 이다. ESFJ 성향의 사람들은 친선도모형으로, 아주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애엄마가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E (Extraversion, 외향성) 가 아닌, I (Introversion, 내향성) 로 살게 되었다.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면서 혼자 있거나, 아이와 남편하고만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스타일인데, 엄마로 살게 되면서 나는 자주 소진되고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주짓수를 시작하면서 아침마다 체육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함께 땀흘리면서 주짓수 기술을 배우고 겨루기를 했다.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했을 뿐이고, 별로 대화를 한 것도 아닌데 이게 나에게 정말 큰 활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나를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지혜 씨" 로 불러준다. 이제는 내 이름보다 "엄마" 로 많이 불리게 된 나에게, 내 삶을 살기 보다 엄마로서의 삶을 사는 데에 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나에게, 주짓수는 나 자신을 찾아준 셈이었고, 주짓수를 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는 기분이었다.




처음 몇 달은 몸이 뜻대로 잘 안 움직였다. 배운 기술들도 금세 까먹어 버려서, 스파링(겨루기)할 때마다 버벅거려 금방 깔리고 제압당하기 일쑤였다. 새로운 걸 배우기엔 내 몸과 머리가 너무 굳어진 게 아닐까 시무룩했다. 그런 나에게 관장님은,


"스트레스 받으실 필요 없어요. 오늘 땀흘려 운동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이번엔 여기까지밖에 기억이 안 났지만, 다음에 같은 기술을 다시 배울 때에는 오늘 기억한 것 다음 것까지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열심히 운동했고 재밌었다고 느끼며 체육관을 나가는 사람이 진정한 위너입니다."


이 말을 들은 뒤로 마음이 참 가벼워지면서 나도 주짓수를 조금씩 즐기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체력을 좀 키우고 싶을 뿐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주짓수가 참 매력있다. 내가 다니는 주짓수 체육관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는 많지만, 아이가 아닌 자신이 주짓수를 하는 엄마는 없다. 주짓수 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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