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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Sep 01. 2023

박완서가 마흔에 등단할 때, 자녀들은 몇 살이었을까?


요즘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읽고 있다. 그러다 문득 박완서 작가가 전업주부로 살다 마흔에 혜성같이 등단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2년 후면 나도 마흔인데, 하다가 요즘의 마흔과 그때의 마흔이 같았을 리 없다, 그때 박완서 작가의 아이들은 몇 살이었을까? 에 불현듯 꽂혀 새벽 2시에 나무위키를 뒤졌다.


그러나 나무위키에 박완서 작가가 몇 살에 결혼했고, 언제 첫 아이를 낳았는지는 자세히 상술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추론할 수 있는 힌트는 있는 법.


박완서 작가의 출생연도는 1931년이다. 박완서 작가는 슬하에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그 중 맏딸이 호원숙 수필가이다.


호원숙 수필가의 출생연도는 1954년. 그렇다면 박완서 작가가 맏딸을 낳은 나이는 1954-1931=23. 한국식 나이로 쳐서 24살에 첫 아이를 낳은 것이다. 집필을 시작한 39살까지 박완서 작가는 15년을 전업주부이자 다섯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적지 않은 기간이다. 그녀는 이 15년 동안 뭘 하며 살았을까?




책을 많이 읽으셨구나.


그러시다 박수근 화백의 유작전을 보고 그에 대한 기록을 쓰기 시작하다가 여성동아 공모전을 통해 등단하시게 된다. 아이들 학교 간 틈에, 또는 밤에 글을 쓰면서 남편한테 나도 돈 벌어올 수 있는 여자야,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저도 잘난 사람이에요, 라고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쓰셨다고. 이 얼마나 전업주부로서 격하게 공감되는 동기인가. 그렇게 한번에 장편소설을 써서, 엄마이자 주부인 박완서는 입상해 상금 50만원을 벌고 소박했던 소원을 이룬다. 그후로 별세하시기 전까지 참으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셨다.





내가 전업주부로, 엄마로 산지 만 6년이 지나고 있다. (임신 기간까지 포함해서) 감히 박완서 작가와 비교하면 내게 아직 9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전업주부이자 엄마로 산지 15년이 지나면, 내게도 뭔가 내 삶을 펼쳐 갈 제2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박완서 작가가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 하면서 틈틈이 꾸준히 책을 읽으셨던 것처럼, 나도 주부의 일에, 엄마로서의 일에 충실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간다면, 때가 되었을 때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재밌게 소설 읽다가, 전업주부의 희망찬 성공을 그려보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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