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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앤 Aug 29. 2023

어느 여름밤


나는 밤에 나올 때마다 괜시리 감격스러워 하곤 한다.


밤에 나오는 날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서 그런가. 밤에는 보통 아이들을 재우고, 자는 아이들을 홀로 집에 둘 수 없어 나도 그냥 집에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제는 아이들이 피곤했는지 무려 오후 5시에 거실에서 낮잠이 들어버렸다. 남편과 나는 '이거 어떡하지... 오늘 이른 퇴근은 글렀군.' 하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아이들은 6시쯤 요란하게 깼다. 소고기를 구웠는데 라면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 뭐, 덕분에 부모는 소고기를 배불리 먹고 아이들은 라면을 만족스럽게 먹었다. 쌩쌩한 아이들과 아직 많이 남은 시간.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







나가자마자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던 하늘. 노을 색도, 구름도, 넓은 하늘도,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바다도 환상적이다. 제주 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 넓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밤에는 아직 많이 덥지 않았다. 둘째는 킥보드를 씽씽 타고, 첫째는 아빠와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





자전거, 킥보드, 그네타기, 잡기 놀이, 달리기를 하니 모두들 땀 범벅이 되었다. 마지막은 시원한 편의점에서 다같이 간식을 사 먹었다.


"이 정도 여유로운 저녁이 참 만족스럽네. 이만큼만 계속 누리며 살면 좋겠어."


남편이 말했다. 나 역시 조용히 끄덕였다.

평소와 달랐던 일요일 밤.

그 여름밤의 나들이로 모두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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