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이는 느리게 걷기의 대가였다. 익숙한 곳에서는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길가에 늘어선 이름 모를 자동차들을 보느라 시속 1mm의 속도로 최대한 느리게 걸었다. 나는 무료함에 하품이 나고 목이 말랐다.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을 등지고 앉아 길섶의 하수 시스템을 유심히 보는 아이를 끌어내 성당의 역사를 읊어주고도 싶었다. (...) 육아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혹시 어른의 보폭과 성미를 아이에게 보채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는 이방의 땅에 갑자기 떨어진 여행자다. 불과 며칠, 몇 달, 몇 해 전 밀쳐지듯 여기에 왔다. 위대한 존재가 되기 위해, 부모가 바라는 어떤 모습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지어진 대로 '살아내기 위해' 무수한 적응을 겪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