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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혜 Jan 19. 2024

내가 나를 먹이는 삶

정말 오랜만에 상담실에 갔다.

아이들 방학 3주 동안 상담을 받지 못했고, 폭설로 미룬 것도 있어서, 한 달이 훨씬 지나 선생님을 만났다. 

그동안 잠도 잘 자고 기도 생활도 회복했으니, 이제 상담 안 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당 7만 원의 상담 비용이 다시 아깝게 여겨지는 요즘이었다.

오늘 상담 받고 다음 달부터는 상담을 중단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며 상담실로 향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었는데,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선생님의 질문을 듣고, 정리해주시는 걸 듣고 나니, 확실히 혼자일 때보다 좋았다.

2월에 또다시 결제하겠구나.






새해가 시작되고 

나는 영어 공부하기를 그만두고, 운동하기를 그만두고,

일찍 자고,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삶을 택했다. 

이건 내게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영어 잘하는 멋진 나,

운동하는 멋진 나, 

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기로 결정한 거다. 

이런 이미지는 타인에게 인정받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나를 좀 쉬게 해주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은 내가 스스로를 돌보기로 선택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타인이 주는 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먹이고 살아가는 것. 

외부를 향해 입을 벌리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게 아닌,

혼자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나.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

지금의 나를 사랑해주는 삶. 






오랜만에 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그러다 또 울기도 했다. 

상담을 다녀오면 좋긴 좋은데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다. 

다녀와 낮잠을 잤는데도 밤에 여전히 무겁다.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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