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데렐라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밤10시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일찍 서둘러야만 막차라도 타야만 집에 갈 수 있다.
한참 재미있게 놀 시간에 분위기를 봐서 일어나야 했다. 아니면 나 때문에 일찍 마무리를 하고 헤어진다.
일찍 만나서 놀 다가 늦게 온 친구와 바톤터치 하고 나오기도 했다.
집과 더 먼 곳에서 만날 수록 나는 더 빨리 일어나야 했다.
"벌써 가?"
라고 말을 하지만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
"시골 사람은 이만 가볼게"
하고 쿨하게 일어나서 눈치껏 빠졌다.
더 놀고 싶다고 버티다가는 늦어져서 친구 집에 신세를 지거나,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온갖 방법들을 다 찾아내야 한다.
한번은 내 생일날에 신나게 놀고 나니 10시가 되었다. 근데 분위기가 여기서 끝내기는 아쉬워 조금만 더 놀다가 헤어졌다.
마지막 동안 막잔을 몰아서 주는 바람에 좀 과하게 먹고 일어나게 되었다.
택시비를 내주겠다고 좀 더 늦게 까지 놀자고 했지만 그렇게 까지 하기에는 우리 모두 학생이였다.
대학생의 주머니 사정이 다들 넉넉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나는 우사인 볼트 저리가라 할 정도의 속도로 달려야 했다. 술을 많이 먹어서인지 내 다리가 아닌 것 처럼 매우 빠르게 느껴졌다.
막차 전철을 타고 한 숨을 돌리고 나서, 오늘 만남의 아쉬움과 기쁨을 담아 마무리하는문자를 주고 받다 보니 자리가 생겨서 앉았다.
앉고 나서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는 우리집에 도착할 때가 다 왔다는 것이다.
전철에서 내리면 막차 버스를 타야 한다. 조금만 지체되면 바로 놓치게 된다.
아까 먹은 술이 이제 좀 깨나 싶은데 속이 자꾸 울렁거렸다. 내가 좋아라하는 안주들이 서로 자기들의 맛을 뽐내며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기분이 좋다보니 술이 술술 들어가고 안주도 쑥쑥 들어갔다.
많이 집어 먹어서 그런지 뭔가 속이 불편했다.
다행히 마지막 버스까지 잘 탔다. 연신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잔소리 폭격과 함께 말이다.
이제 버스까지 탔으니 거의 다 온 것이다. 한숨 돌렸다.
운 좋게 자리까지 앉았다. 오늘 생일이라서 이렇게 운이 좋은가 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
이런 내가 짝사랑했던 남자아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전에는 얼굴한번 어떻게든 보려고 애써도 잘 볼 수 없었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인기가 있는 남자아이였다. 난 그리 존재감이 있지 않아서 그 아이는 날 잘 모르겠지만 난 그 아이를 너무 잘 안다. 2 년을 짝사랑 하다가 대학을 가면서마음을 접었다.
하필 이 상태로 보게 되다니 술기운 탓인지 , 뛰어서 인지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마음을 접었는데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너무 신경이 쓰였다.
속이 자꾸 자꾸 울렁울렁
아까부터 안 좋았던 속은 계속 난리를 부렸다. 버스의 덜컹거림으로 더욱 심해졌다.
'이러면 안돼 '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붙잡았다.
'두정거장 전까지만 버티자 '
'그 이상은 내려서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어 '
하지만 한계 임박이 다가왔다. 머리가 어질어질 하면서 속은 울렁울렁
가방 속에서 비닐봉지를 찾아봤지만 없다. 그렇다고 내 생일 선물이 담겨있는 소중한 내가방에다 쏟아 낼 수 는 없다.
다급하게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손 사이로 주루룩
'삶은 역시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울렁거리는 내 속은 이성을 뛰어 넘
고 그대로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게 했다.
또한 역한 냄새까지 코끝에 머물었다.
울렁거리는 속은 달래졌는데 이제는 내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달래야 했다.
홍해바다 갈라지듯이 내 주변에서 다 멀어져갔다.
난 어쩔줄 몰라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이대로 바로 내려야 하나 온갖 생각을 했다.
바로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의 한마디가 내 귓가를 강타했다.
"거기 여학생 토한 것 얼른 처리해요"
나는 빨개진 얼굴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고 주변에서 휴지를 주셔서 일일히 닦고 정리를 했다.
'아 창피하다'
내 짝사랑했던 남자아이도 이 광경을 다 보았다는 사실로 더 힘들었다.
그 아이는 나를 그저 버스에서 토하는 여자애로 기억하겠지
학교에서 봤던 애 같은데 어제 막차에서 구토하던 여자로 말이다.
이제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이렇게 토했던 아이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내 흔적을 정리하고 나자 우리 집 전 정거장에 도착했다. 나는 바로 잔여물과 함께 바로내렸다.
소설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운수가 좋았다고 생각했던 오늘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 다음 부터는 안주발은 세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난 신데렐라니깐
자칫하면 먹은 것은 다시 두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도 않으니깐 말이다.
또 언제 어디에 내 짝사랑 남자가 있을지 모르니깐 말이다.
그리고 나도 서울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이제는 나와 친구들 모두 신데렐라가 되었다.
다들 주어진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일상을 살다보니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신데렐라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신데렐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