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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Dec 23. 2022

대단한 엄마

배 타러 가요


뽀로로는 너무 위대했다.

 

tv 속 뽀로로에 푹 빠져 보던 아들이 갑자기 젖먹이 동생 기저귀를 갈고 있던 나에게 다가왔다.

“엄마 나도 뽀로로처럼 배 타고 싶어요”

“응 아빠랑  같이 주말에 가자”

라고 대답 했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 당장 배를 타러 가자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울고불고 쌩 난리 부르스를 선보였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주말일정을 물어보니 약속이 있다며 이번 주에는 갈 시간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아 이런 니미럴

이번 주말도 또 독박육아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나니 바깥공기 구경한 지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내가 쳇바퀴 속에 다람쥐가 된 듯했다.


나도 떠나고 싶다.


어린것들이 앞에서 알짱거린다.

뽀로로처럼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뽀로로가 친구들과 신나게  배 타고 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러워 보였다. 친구랑 바다에서 놀고 싶어 졌다.

그래 바다까지는 못 보더라도 배라도 타보자



여기는 시골이 아니잖아 바로 서울이니깐 서울근교로 후딱 갔다 올 수 있어.


"아들아  엄마가 뽀로로처럼 배 태워줄게."

"우리도 배 한번 타보자."

 


‘남편 없이도  아이들과 나가보지’라는 생각으로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리 어려워 결심까지 했었나 싶은데 그때는 어린애들 데리고 지리도 잘 모르는 서울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좀 힘들었나 보다.




근데 문제는 내게는 차가 없었다. 그렇다고 못 가라는 법은 없지.


바다에만 배가 있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는 한강이 있지 않은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한강에 떠다니는 유람선을 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준비를 하였다.

번개 같은 스피드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마치고 나니 기저귀가방이 한가득이다.

아기띠로 나와 둘째가 합체를 이루어지면 준비 끝이다.

아들은 신이 나서 뽀로로처럼 커다란 배를 타러 가는 것이냐며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딸을 아기띠에 메고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니 이미 기진맥진이 되었다.


몸은 이미 갔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 왜일까?






배를 타러 가는 여정은 우선 전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 후 타고 내리면 도착이다.

전철은 양반이었다.

버스를 타러 가서 문제가 발생했다.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유모차가 문제였다. 마을버스였기에 유모차는 접어서 타야만 했다. 유모차와 아이는 각각 따로따로 케어가 필요했다.

버스 타기 전략을 머릿속으로 세우며 순서를 정해서 빠르게 탑승하자는 생각으로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서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아이를 먼저 차에 태워놓고 유모차를 가지고 탈 생각으로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아이를 먼저 차를 태워 놓으러 올라가는데 뒤에 있던 아저씨가 유모차를 들어서 버스에 실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연신 감사인사를 하는데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셨다.


“애가 하나인줄 알았는데 하나가 더 있었네. 애기 엄마 대단하네”


아기띠 속에 있는  또 한 명의 아이를 보신 거였다.

일순간 작은 마을버스 안에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난 주목받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주목받는 것이 싫어 학창 시절 알아도 절대 손을 들지 않는 학생이었다.


나는 졸지에 대단한 엄마가 되었다.

 

돈 아끼겠다고 택시를 이용하지 않은 억척스러운 나, 애들 끌고 나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주변에 불편을 일으킨 나를 자책하였다.

난 어색한 웃음만 지어보며 버스가 빨리 출발하기를 바랐다.





이 대단한 엄마는 내릴 때도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 셋은 그렇게 한강유람선을 타는 곳까지 왔다.

머나먼 여정이었다.


아들은 커다란 유람선을 보면서 뽀로로 배보다는 훨씬 크다며 좋아하며 신나게 유람선을 탔다.

갑판에서 시원한 한강바람을 온몸으로 받고 있으니 타이타닉 여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큰아이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자기가 마치 뽀로로가 된 같았다.


"계속 타고 가면 바다로 나가면 고래를  만날 수 있어? "


"낚싯대 가지고 올 걸"

이라면 말을 했다.


유람선은 어느덧 선착장에 도착했다. 내려서 이제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비록 멀리 뽀로로처럼 떠나지는 못했지만 멋진 여행의 마무리로  음료수를 마시며 집으로 향했다.

아들은  유모차에 앉자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한 몸이 된 딸도 이미 꿈나라로 떠난 뒤였다.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뽀로로 덕분에 콧바람도 쐬고, 다양한 대중교통을 타본 하루였다.

아주 어릴 때 나는 부모님과 유람선을 타고 웃는 사진이 있다. 사진만 있을 뿐 기억은 나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그날 이후 나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남편 없이 다니는 것이 어쩔 때는 더 편하다.

아이들 기억 속에는 어린 시절의 유람선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을 통해서만 확인할 뿐이다. 엄마의 기억 속에만 선명하게 남았다.

대단한 엄마이니깐



아이들도  각자 기억 속에 자리 잡을 만한 대단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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