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중요하다.
밥때에 맞추어서 차려내는 것은 엄마의 임무이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 끼니에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해야만 한다. 가족의 식성과 취향을 고려하여 모든 사람이 만족하게 한 상 차려내었을 때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면
뿌듯함이 올라온다.
이렇게 밥을 차려내는 사람만이 가지는 마음가짐이 있다.
하지만 밥을 차리는 사람과 달리 밥을 먹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바로 밥을 차려 놓고
"식사하세요"
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움직여서 식탁으로 와야 한다.
아니면 안 먹겠다고 의사를 표현해주어야 한다. 힘들게 차려 놓았는데 아무 말도 없고 움직임도 보이지 않으면
가슴속 저 밑에서 서서히 올라온다.
특히 손수 만든 음식의 개수가 많을수록 가슴속 밑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는 더욱 빠른 속도로 올라온다.
기회도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어서 3번까지 말한다
"식사하세요"
"식사하세요"
"식사하세요"
고운 말이 아닌 말이 속사포로 나간다.
"00 아 엄마가 말했지 밥 먹으라고 , 한 번해서 바로 안 나올래"
"당신은 뭐 하는 것이야 바로바로 안 나오고 도대체 애나 어른이나 다 똑같아"
나와 다른 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성이 달라서 그런가 왜 말을 듣지 않는 것인가?
아이들은 아이라서 그나마 참아 줄 수 있다.
큰소리를 지르면 후딱 움직이는 척을 하며 나와서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다.
내 자식이니 먹어야 크니 어떻게든 비유를 맞추어서 많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평소에 가지고 있다.
"엄마 밥이 제일 맛있어"
라는 말에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던 화가 다시 저 아래로 들어간다.
하지만 누워서 TV를 보면서 쉬고 있는 어른에게는 그런 자비가 생기지 않는다.
결혼 초 중반에는 어린애들을 챙기기도 힘든데 그냥 큰 애가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고
밖에 나가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면서 왜 안 먹느냐고 하면서 빨리 오라고 해서 챙겨서 같이 먹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욱 깊게 습관화가 되었다.
식사 때가 되면 가족들이 순서대로 차례로 부르러 가야만 천천히 리모컨을 놓고, tv 화면에서 눈을 떼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다. 아빠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너무 짜증이 났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하면 먹기 싫어도 총알같이 튀어와서 앉아서 동참해야 하는 것이 가족 구성원으로 힘들게 밥상을 차린 엄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밥상을 차리다 보니 얼마나 밥을 차린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지만 우리 집 큰 아들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일을 하거나 전화를 받는 것이라면 이해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tv와 핸드폰을 보면서 쉬다가 늦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수히 많은 협조와 이해를 구하기도 하고 , 화를 내며 말하기를 해도 일찍 나와서 다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어도 그때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복되었다.
나만 열불날 수 없다.
이에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이제는 식사를 다 차리기 전부터 외친다.
"식사하세요"
수저를 놓으면서 또 외친다.
"밥 먹자"
이제 밥을 푸면서 마지막 외침을 한다.
"식사합시다"
이런 식으로 하니 처음 외침에 나온 아이들이 식사 준비를 도와주기도 하고 , 다시 들어갔다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다 함께 한 번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밥이 먹고 싶은 때 먹으면 되는 것이지 한꺼번에 먹어야 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솥뚜껑 운전수는 한 번에 준비한 음식을 따뜻할 때 같이 먹고 나서 치워야만 퇴근할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마무리를 짓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가 마음이 편하다.
어쩔 수 없을 때는 한 명씩 차려주는 1인 식당의 주인이 되어주지만 집에 다 함께 있을 때는 다 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식구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점점 크면 어차피 각자의 식사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어릴때 만큼은 가족들이 함께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기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또한 아들아 식사할 때는 나오라고 하면 바로 바로 나와서 식탁에 앉아야 사랑 받는 남편이 될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