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부모와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되고 점점 성장해 갈수록 부모 관계뿐 아니라 친구관계, 스승과 제자관계, 선후배관계, 직장동료관계 등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이중 부모자식의 관계를 천륜이라고 한다. 여기서 천륜이 하늘의 인연으로 정하여져 있는 혈연관계의 의미와 부모 형제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기도 하는 것으로 사전에 정의되어있다.
아이들을 키워가며 부모자식 간의 관계 속에서 혈연관계에 따른 도리의 문제가 더 크게 두드러지면서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도리를 말하고 암묵적으로 강요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이런 엄마를 보면서 그래야 하는 것이 효이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친정엄마와 전화하며 언쟁이 일어났었다.
"딸 좋다는 것이 뭐니? 이렇게 해주면 좋잖니"
"엄마는 이럴 때만 꼭 딸 찾더라"
매번 이런 대화를 하지만 이날은 그냥 부화가 나서 말을 가시 돋게 뒷말을 이어갔다.
옆에서 듣던 아이가 전화가 끝나자마자 말을 한다.
"엄마는 나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왜 할머니한테 그래"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이 없는 곳에서 통화를 했어야 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드는 엄마가 괜스레 미워졌다.
결국에는 엄마 원하는 대로 해드릴 것이면서 한 번씩 지랄을 떨게 되니 병인가 보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니 말이다.
아이에게 이유 설명을 빙자한 주저리주저리 변명만 늘어놓았다.
실상 그 도리를 나야말로 부모에게 했는가?
어릴 때는 잘 모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른이 되면서 일부러 안 하려고 묵인하거나 귀찮아하기도 하고
억지로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내 아이에게 도리를 논할 때 난 제대로 그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였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한테 뭐라고 한다는 말처럼 나도 못하고 있으면서 내 아이에게 요구하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늘에서 맺어준 인연인 부모자식 간에 관계에서도 서로가 지켜야 하는 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니면 그 관계의 스트레스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
어릴때 무한하고 헌신적인 희생과 사랑 속에서 컸는데 지금 부모에게 도리를 운운하는 하냐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커고 나면 나 잘나서 현재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식 아닌가
내 자식도 나에게 나의 헌신과 사랑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잘나서 컸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식이기도 하고 부모이기도 한 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는 자란다고 하니 다시 한번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바른 길인 도리가 자식입장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은 어릴 때 이미 다 효도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초롱초롱 눈망울로 눈 맞춤에 웃어주고 , 작고 귀여운 손으로 손잡아 준다.
짧은 두 팔을 벌려 안아주기도 하니 말이다. 아이는 부모가 이 세상에서 신적인 전지전능한 존재로 무한 신뢰와 믿음을 보인다.
하지만 점점 커가며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해 가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느라 바쁘다.
또한 부모로서 해주어야 할 도리를 말하고 요구하기도 한다.
비단 부모 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다른 관계들 속에도 각각 입장들 만에 도리가 요구된다.
외줄 타기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바로 중심을 잃고 떨어지고 만다. 관계에서도 한쪽으로 중심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어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균형과 도리를 신경쓰기 싫어진다. 사춘기는 지났는데 반항기가 다시 시작 되는 것인가. 아이의 사춘기 시작과 더불어 나에게도 갱년기가 시작되는 것인가 보다.
사춘기아들아 갱년기 엄마가 더 무서운 것 알지.
서로 도리를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