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쿠쿠
"치이~치이~"
전기밥솥이 밥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고 뚜껑 주변으로 증기를 내뿜어 되었다.
마치' 나 화났어요' 시위하는 듯 김을 몸 전체로 내뿜고 있었다.
전기밥통을 바꾼 지 1년뿐이 안 지났는데 왜 저런 것이여
난 고무패킹이 늘어나서 그런 것일 뿐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밥통이 증기를 초반부터 내뿜어 버려서 찰진밥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끈기 없는 맛없는 밥이 탄생한 것이다.
미식가 아들은 바로 밥맛의 변화를 감지하고 한마디 한다.
"오늘 밥이 맛이 없네요. 밥통 고장 났어요?"
우선 지난번에 미리 사둔 고무패킹의 교체하고 다음 날 바로 밥을 해보았다. 하지만 증기를 온몸으로 뿜어 내던 밥솥은 여전했다.
밥솥을 보자기에 모시고 서비스센터로 낑낑거리며 들고 방문했다. 역시 패킹의 문제가 아닌 다른 곳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수리를 마치고 모셔왔다.
제발 10년 아무 탈 없이 같이 잘 살아보자고 약속하며 밥통과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잘 사나 싶더니 몇 달이 지난 오늘 또 이상증상을 표현했다. 버튼을 누르면 바로 에러 표시가 나는 것이다. 힘들게 낑낑 거리며 밥솥과 함께 외출을 나서야 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났나.
당장 저녁부터 해결해야 해서 급하게 냄비밥을 지였다. 밥 전용 냄비가 아니라 그런지 힘이 없는 밥이 되었다. 저녁식사시간에 밥통은 왜 이렇게 잘 고장이 나는지에 대해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밥을 너무 자주 해 먹다 보니 밥통이 힘이 든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외식을 많이 해야겠어요"
아이들도 밥통이 열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밥통을 고치는 것이 이득이라고 결론을 내면서 식사를 마무리했다.
밥통아! 그렇게 힘이 들었니?
왜 이리 자주 아프고 그러니 넌 아직 젊단다.
요즘 한국인이 더 이상 쌀이 밥이 아니라고 한다. 하루에 고작 '한 공기 반' 먹는 다고 한다. 식습관이 변하면서 쌀밥을 대체하는 다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서다. 20년 전보다 밥 1 공기 덜 먹는 다고 한다. 주변만 돌아봐도 쉽게 밥이 아닌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어찌보면 쉽고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밀가루로 만든 것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여 될 수 있으면 밥으로 먹으려고 한다.
밥통이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다른 주인을 만났으면 그나마 밥을 덜 해 먹었을 텐데 오로지 전기밥통에 밥을 해 먹다 보니 이렇게 자주 아프게 된 나보다.
전기밥통이 당연하게 밥을 해주고 있으면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면 친절한 언니의 음성으로 끝났다고 말까지 해준다.
"맛있는 백미밥을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면 뚜껑을 열어 휘휘 저어서 따끈하게 갓 지은 밥을 떠서 식사를 시작하면 된다.
밥통이 제 할 일을 충실히 해주었기에 당연하게 받아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자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기에 소중한 존재임을 까먹을 때가 있다.
"당연한 것 아니야"
라면서 당연함을 앞세워 뻔뻔하게 대할 때가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넌 원래 이렀잖아. 왜 이러는 거니. 변한 거니? 이러면 내가 곤란하잖아.' 라며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없는데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서로 공존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편하고 익숙함에 취해 상대방의 호의와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안하무인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매너 손은 고마움과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행위는 당연한 것이요. 본인은 시간이 없어서 라는 핑계와 다른 사람이 대신할 텐데 굳이 나까지 해야 하나 하는 귀차니즘으로 변한다. 만약 잡아주지 않아 부딪치기라도 하면 매너 없는 사람들 천지라며 본인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더욱 강하게 마음먹게 된다.
당신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것은 없나요?
유독 가까운 가족들에게 당연하게 요구하고 받으며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고 , 친한 친구일수록 내 사정 아니깐 이렇게 해도 이해해 줄 거야 라며 자신을 합리화할 때도 많은 것 같다.
새삼스레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나의 당연함과 뻔뻔함으로 혹시 마음을 다치게 되는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전기밥통은 열심히 밥을 하고 있을때 반찬과 국을 만들고 있으면 예쁜 언니는 어느새 밥을 다 되었다고 나에게 말을 해준다. 그러면 식탁에 가지런히 식사를 차려낸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한끼를 먹었다.
예쁜 목소리의 주인공 꾸꾸씨 더이상은 아프지 말고 오랜 시간 함께 해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