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피하고픈 속내
#20230830 #SNS #가능성 #자기노출
H언니는 SNS를 안 한다는 말에, J에게 우리도 하지 말자고 했다. 근데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왜 SNS를 그만하고 싶었을까? 자극적이라서? 뇌가 도파민에 절여지는 거 같아서? 시간만 많이 잡아먹어서?
SNS도 어딘가 ‘괴로워서’ 피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들어가면 원치 않는 자극에 끝없이 노출되고, 또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안 하게 되니까. 그런데 SNS가 오탁악세(五濁惡世)라면 SNS의 괴로움도 피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은 언덕 위에서 고고하게 피워내는 것이 아니라, 언덕 아래 진흙탕에서 중생들과 함께 뒹굴며 피워내는 것이니까*, 피할 게 아니라 그 안에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고 잘 쓰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의 바다에서 정보를 잘 끄집어내는 것도, 나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도.
그렇게 생각하니 한창 운동을 열심히 하며 매일같이 영상을 올리던 S가, 꾸준히 글을 올리던 Y가,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작업물을 꾸준히 올리던 재수씨 등등의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저렇게 꾸준하게 나를 드러내면서 활동할 수 있는가? 나는 꾸준히 글을 쓸 수도 없고,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초이’라는 가면을 쓰고, 관심받고 싶지만 그에 따라올 무관심이 두려워 숨는데. 저들은 적극적으로 본인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을 견딜 줄 아니까!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지도 않은 채 가능성만 품고는, 어디까지가 자신의 역량인지도 모른 채 모호하게 내버려 두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저거보다는 나을 거라고 쓸데없는 자존심만 부리는. 이런 모습은 방구석에서 혼자 쉐도우 복싱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자신을 잘 안다’라는 말은 자기가 어떤 걸 잘하고 못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받아들이는 용기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조차 없다면, 다른 사람을 욕할 자격이 없다.
지금은 시대가 좋아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데, 콘텐츠로만 승부를 보기에는 매우 성실해서 주기적으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거나, 엄청난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해품달 작가 정은궐 님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도 남모를 고통이 있었겠지. 아무도 날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무도 날 모르고 돈도 없다. 그렇지만 성실한 하루하루를 쌓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게 맞는 길인지 틀린 길인지, 옳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高原陸地 不生蓮花(고원육지 불생연화) 卑濕淤泥 乃生此花(비습어니 내생차화) - 유마경
** https://www.youtube.com/watch?v=gYErpoXUOQE
***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2.12.30. 가수 윤하 인터뷰, 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