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블라인드를 걷었는데 저런 하늘이 보였다. 흐트러진 구름이 예뻤다. 자취방에는 맨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창고뿐이었고 그나마도 최대한 열어서 찍은 게 다음 사진이다.
문득 '내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방충망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고 싶은 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듣고 싶은 걸, 느끼고 싶은 걸 제대로 듣고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지. 한 사람은 자신의 인식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한다는데, 같은 걸 보고도 저마다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형과 '본질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했던 글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도 본질은 볼 수 없다는 주의였고, 형은 본질은 볼 수 있는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는 주의였다. 예컨대, 본질이 A라면 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건 A가 아닌, 각자의 인식대로 받아들인 A'나 A''라고 생각했고(A 자체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고), 형은 A를 볼 수는 있지만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볼 수 있어서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