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물기

악순환을 끊으려면

by 초이

#20260121 #꼬리물기 #운전


그날 퇴근길에는 눈이 많이 왔다. 길에 차가 꽉 막혀 있었고, Tmap은 교통량을 분산시키려 했던 건지, 아니면 나름 빠른 길로 안내한다는 건지 평소 가던 길과는 다른 길로 안내했다. 그냥 원래대로 왔다면 어땠을까? 괜히 꼬불꼬불 돌아온 거 같은 이 느낌. 그래도 Tmap이 시키는 대로 갔다.


신호를 받고 좌회전해서 지하차도로 들어가려는데 다른 차가 끼어들어서 지하차도 옆길로 빠지게 됐다. 다시 지하차도 길로 들어서려는데 앞차가 브레이크가 안 먹히는지 갑자기 비상등을 켜고 미끄러지길래 그냥 쭉 갔다. 지하차도 옆길에서 신호를 받고 직진해야 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초록 불이 2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가지도 못하고 거기서 꼼짝도 못 했다. 꼬리물기 때문이었다.

KakaoTalk_20251219_170530730.jpg 저쪽에서 좌회전해서 들어오는 차들과 직진하는 차들이 뒤섞여있다.


꼬리물기를 네 방향에서 다 하니까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이쪽에서 꼬리를 물면 그쪽이 신호를 받아도 바로 못 가니까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또 꼬리를 물고, 그러면 저쪽에서 신호를 받아도 못 가니까 또 꼬리를 물고…. 어느 한쪽에서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 무슨 마음일지 짐작은 간다. 나만 손해 보는 거 같겠지. 억울하겠지. ‘남이야 알빠노? 일단 나는 가야지. 이건 어쩔 수 없어’ 상대의 이기심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니 나도 화가 난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욕먹는 것도 감안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반응해서 욕을 하는 건 내가 지은 내 몫이긴 하지만)


‘나’를 생각하면 가야 하니까 꼬리를 무는 게 맞고, ‘남’을, 전체를 생각하면 멈추는 게 맞았다. 근데 이런 경우에는 나를(나만) 생각하면 다른 사람이 제 신호에 못 가니까 남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나는 일단 멈췄다. 악연(惡緣)을 끊을 때도 억울한 마음이 일겠지만 참아야 하지 않나, 사람들이 꼬리 무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세 번째 신호가 되어서야 비로소, 좌회전으로 꼬리물기를 한 버스 앞을 지나쳐 길을 건넜다. 원래는 집까지 30분이면 오는데, 1시간 15분이 걸렸다. 고된 하루였다.

KakaoTalk_20251219_170530730_01.jpg 후방카메라 앞에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cf) 도로에서 옆 차를 끼워줄 때도, ‘그건 네 일이야’하고 양보를 안 해줄 수도 있고(더 나아가면 ‘감히 내가 가는 길에 끼어들어?’가 된다. 아주 못된 마음이다), 너그러이 들어오게 양보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본인의 자유이지. 과보도 본인이 받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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