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동 멈추기도 이렇게 어렵다.
#20220116
병원에 들렀다가 집에 가는 길에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니께서 갑자기 ‘이사하고 설 연휴까지 이사한 집에 있을 건데, 그 사이에 절에 같이 가서 3배(拜)하고 가자’고 하셨다. 나는 시험을 앞두고 바쁜 마음에 말문이 막혔고, 생각은 제멋대로 구르다가 떠오르는 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절 3배 하러 4시간을 왔다 갔다 하라고요? 말이 몇 시간이지 하루가 그냥 가는 건데?” 어머니께서는 ‘여유 있으면 와서 좋은 기운도 받아 가고, 점심도 같이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셨다. 평소 같으면 그냥 별 뜻 없이 들었을 말씀이지만, 한 번 일으킨 이기심에 불이 붙어 내 마음은 더욱 좁아졌다.
“나는 그렇게 절실하지 않아요, 엄마. 3배 하지 않아도 시험에 붙을 거예요. 떨어진대도 내년에 다시 보면 돼요. 그리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3배 하러 가면 어떡해요?” 어머니는 알겠다고 하시고, 전화가 들어온다고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셨다. 불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 마음은 계속해서 활활 타는 게 느껴졌다. ‘절실하지 않으면 왜 3배를 하러 가야 하나?’ ‘엄마는 왜 말을 그렇게 해? 역시 우리 가족은 말을 참 예쁘게 못 해’
카페에 가서 공부한답시고 책을 펴놓고도 마음은 계속해서 불편했다. 어디서부터 불편해졌던 걸까... 이사도 하시는데 이사한 집에 한 번 다녀가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 시험은 통과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나는 왜 그렇게 마음이 좁지? 시험이 그렇게 중요하던가? 어머니는 나 잘되라고 하신 말씀이고, 또 겸사겸사 나도 보면 좋으니까 그렇게 말씀하셨던 건데 내 마음은 그렇게 순식간에 좁아져 버렸다. 내 멋대로 어머니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종교에 의지하는 약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머니는 내 생각보다 강하고, 또 내 마음이 좁은 것뿐이었는데.
서너 시간 뒤,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 어머니께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3초 정도 말씀이 없으셨다. 알겠다고 하셨지만 어머니께서도 아직 정리가 덜 되신 것 같았다. 내 멋대로 상처 주고, 내 멋대로 사과하는 게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를 받아주시지 않아서 불안하다니. 또, 사과를 받아주신대도 그 흔적은 그대로 남지 않는가? 그게 참 죄송했다. 애초에 상처를 줄 말을 안 했으면 됐을 텐데. 마음이 확 일었을 때, 말(행동)을 멈췄어야 했는데. 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