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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16. 2022

13. 맥도날드에 다녀오다

사과와 용서 

#20220802 #사과 #용서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낸 다다음날이었다. 비가 오니 점심 먹으러 차를 타고 갈 텐데, 부대 안에서 먹기 싫어서 밖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고 싶어서 맥도날드로 차를 몰았다. 여기 맥도날드는 주유소 옆에 같이 있는데, 주유소의 출구가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의 입구인 식이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맥도날드의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나도 차를 돌려 맨 뒤에 줄을 섰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씩씩대면서 오더니, 눈을 부릅뜨고는 나를 째려보며 “용서를 해드릴까요? 말까요?”라고 하면서 차를 앞으로 빼라고 화를 내는 것이다. 나는 다짜고짜 그렇게 얘기하기에 무슨 말인가 싶고, 또 줄을 서 있는데 차를 어디로 빼라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차를 어떻게 빼냐”라고, “앞에 줄 서 있는 차들더러 다 빼라고 할 거냐”라고 되받아쳤다. 아저씨는 뭐라고 뭐라고 말하다가 내가 계속 못 알아듣고 말이 안 통하니까 소리를 지르더니, “말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하더니 주유소 안에 있는 자기 부스에 들어가면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했는데, 백미러로 뒤에 따라오던 차를 보니까 주유소 입구 부분을 띄워놓고 줄을 서고 있었다. ‘아차, 내가 주유소 입구를 막고 줄을 섰구나.’ 몰랐지. ‘차분하게 말을 해주던가?’, ‘어떻게 하면 이 주유소를 폭발시키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와중에(정말 다행히도),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그거에 대해서 사과드리자’라는 생각에 닿았다.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받고 나가는 길에 주유소에 차를 대고 내렸다. ‘아저씨가 또 화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화를 내든 말든 어쨌든 사과는 해야 했기에. 부스 안의 아저씨에게 가서 ‘몰랐다, 죄송하다’라고 하니까, 아저씨가 자기도 감정을 실었던 건 아니고,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니까 그랬다고,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고 했다. 아까는 그렇게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던 분이 웃기까지 했다. 상큼하게 사과하고 주유소를 나오는데, 어떤 얌체 하나가 길게 선 맥도날드 줄 중간으로 새치기를 했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과하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면 내 마음속에서 이 일이 계속 생각났겠지? 상대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용서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마음이 일어났던 자리에서 바로 해결하고 오니 마음도 편하고, 햄버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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