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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23. 2022

14. 푸라닭을 시키며

상대가 어떻게 하든 내가 하려던 걸 하는 것 

#20220806 #일기 #불교 


 절에 다녀오는 길에, 어머니 피곤하실 테니 더운데 불 앞에 서시지 말라고 배달시켜 먹자고 했다. 지난주에 브런치 먹으러 갈 때, 어머니께서 푸라닭 고추마요 말씀하셨던 게 떠올라서 그걸 먹어보기로 했다. 배달의 민족 앱으로 시키면 수수료가 붙는다기에 굳이 전화로 주문했다. 메뉴를 말하고 가격을 물었는데 앱으로 시키는 거랑 가격이 똑같단다. 나는 떨떠름하게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깐 생각해보니, 가격은 같아야지.


 ‘그럼 왜 나는 떨떠름했지?’ 생각해보니,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배달의민족으로 시킬 수 있었던 걸 ‘굳이’ ‘수수료 떼이지 말라고’ 전화까지 걸었으니 ‘돌아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바라는 마음. 나는 가격 할인이나 서비스를 바라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처음 먹었던 마음은 분명 ‘가게가 배달의민족에 수수료를 떼이지 말라’는 선의(善意)였다. 그럼 그걸 그대로 갖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되었을 텐데 나는 주저했다. 주저함에는 무언가가 나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상대가 어떻게 하든 나는 내가 하려던 걸 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닭 한 마리 반을 시키는데 콜라는 원래 500mL가 오는 걸까, 1.25L가 오는 걸까? 서비스인지 큰 게 왔다. 치킨 마요, 블랙 알리오, 후라이드 다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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