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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05. 2019

해외출장 일본 산요(Sanyo)에서 소싱을 하다(1)

삼성의 선생님이라고 자부하던 산요(Sanyo)사와 구매협상

    “사업부장님, 일본 산요(Sanyo)社에서 2차 및 특수 건전지 소싱을 해오겠습니다.”


     “정과장,  아니 그게 가능 하겠어?”  “일본에서 구매하면 구매가가 많이 올라갈 거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산요에서 반드시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소싱 해오겠습니다!”


       제품개발 및 구매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당시 사업부의 주력 아이템이던 건전지 사업을 기존 1차 건전지에서 2차 및 특수 건전지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브랜드 제품의 특성상 품질이슈가 우려되는 기존 중국산 제품에서 2차전지의 세계최고 품질을 자랑하던 일본의 산요사로 소싱을 전환하겠다고 사업부장에게 보고를 한 것이다. 일본에서 소싱을 하는 것은 구매원가 측면에서 기존 중국산보다도 높아지는 것이었기에 사업부장의 우려는 당연했다.  하지만 이미 1차 건전지의 홍콩, 중국 전략거래선을 셋업하였고 산요의 유럽 총괄과 제품을 소싱하는 것에 대해서 사전 협의를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과감하게 보고를 할 수 있었다.


       산요 유럽총괄은 일본인이 아닌 그리스(Greece)인이었고 그는 삼성 브랜드의 가능성과 산요 유럽 현지 헝거리 공장에서 삼성브랜드로 제품을 생산 공급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산요 유럽총괄과 나는 일본 산요 본사를 설득하기 위해 본사가 있는 오사카로 출장을 진행하였다.  산요 유럽총괄은 자신이 일본 회사에서 일하지만 일본 본사 출장과 소싱 추진 협의는 매우 흥미롭고 터프 할 것이라고 나에게 미리 귀뜸 해주었다. 나 역시 기존에 일본 다른 회사들과 업무경험이 있었기에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을 하자 말쑥하게 짙은 색 양복을 차려 입은 산요의 젊은 직원이 우리를 픽업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자신을 니시다(西田)라고 소개한 직원은 예상과 같이 매우 정중하지만 조금은 어눌한 영어로 손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항에서 산요 본사가 위치한 다른 섬까지는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나는 가는 동안 산요와 오사카 지역 등 이런 저런 질문을 그 직원에게 하였다.


오사카 시내

        “니시다상, 니시다상은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 픽업을 오게 되었나요?” 라고 내가 묻자 그는 “저는 입사한지는 얼마 안되었는데, 산요 공장본사에서 영어 점수가 제일 높고 통역이 가능하다고 해서 왔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뜻밖의 재밌는 대답에 나는 “아 그래요? 영어점수가 높다면 어떤 영어점수 입니까?”라고 재차 묻자, “네, 토익(TOEIC)시험 입니다.”라고 답변을 했다.


        나는 조금은 짓궂지만 다시 질문을 이었다. “대단하네요. 근데 토익 몇 점인데 회사에서 1등 입니까?” 그는 조금은 쑥스럽지만 자랑스러움이 묻어나게 “800점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당시 한국에서도 취업을 위해서는 토익점수가 중요한 어학 증명이었고 내기억이 맞다면 860점이상이 1등급이었다.  많은 취준생들은 토익 1등급을 획득하였고 900점대 이상의 신입사원들도 많았었다. 물론 토익점수와 영어회화 구사능력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양국의 영어에 대한 기준 등을 비교를 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되었다.


        일본 회사들 과의 비즈니스 협의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업무협의 시 유관부서 사람들은 거의 다 미팅에 참석을 한다.  그러한 만큼 결정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리고 신중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이슈들 같아도 그들은 즉답을 하지 않고 내부 협의 및 리뷰를 하여 대답을 한다.  반면 그들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완벽하게 결과물을 보여준다.  또한 약속한 것에 대해서 자신들도 철저히 준수를 하는 만큼 상대 파트너들도 자신들에게 했던 약속을 철저히 지켜주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일본산의 제품들은 가격이 높기에 이러한 것을 극복해야만 일본 회사들 과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유지가 된다.


        소싱을 하겠다고 겁없이 찾아온 삼성의 젊은 과장과 산요와 미팅은 예상대로 흥미롭고 진지하게 진행이 되었다. 산요측은 본부장을 비롯 미팅 때 마다 10여명의 유관부서 책임자 및 간부들이 참석을 하였다.  일본 회사 특히 공장의 특성상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회사 유니폼을 모두 단정하게 입고 매우 정중하고 진중한 태도로 회의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혹 간단한 영어구사가 가능한 담당자들도 있었지만, 나와 산요 유럽총괄의 영어는 우리를 픽업한 니시다상이 매 회의 시 마다 주로 통역을 하였다.

 

        하지만 매번 미팅 시 마다 내가 흥미롭게 느낀 점이 있었다.  내가 영어로 이야기를 할 때 마다, 내 얼굴을 주시하던 회의 참석 전 인원들은 내 말이 끝나면 모두들 일제히 노트에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 적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완벽을 기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스스로 영어구사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꺼려하지만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으나 너무나도 진지하게 전 참석인원들이 내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받아 적는 모습은 사뭇 흥미롭기까지 하였다.

 

       사실 산요의 전신인 산요전기(三洋電機)는 삼성과 협력관계 및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는 자부심이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삼성이 해외시장에서 무섭게 성장을 하는 것과 비교해서 산요사의 성장은 많이 더딘 편이었다.  이러한 점은 산요 내부에서도 삼성과 비교와 자성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한다.  미팅 중 잠시 쉬는 시간에 한 간부가 조심히 내게 다가왔다.  그는 “정상, 실례하지만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물었다.  “네, 얼마든지요” 라고 답하자 그는 매우 궁금 했었다는 듯이 즉시 질문을 이었다  


        “정상, 우리 사장님은 간부회의 과거엔 산요가 삼성선생님이었는데 이젠 삼성의 무서운 성장과 너무나 크게 차이가 벌어진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산요 간부들의 정신자세를 강하게 질타합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삼성 사람들에게서 정신력을 배우라고 하십니다.  특히 삼성은 간부 즉 과장 되면 서울에 있는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의식이 있다" 라고 하셨는데 이게 사실 입니까?  나는 순간 너무나 뜻밖에 질문에 웃음이 터져 나올뻔 했지만 능청스럽게 “그럼요~ 저도 수영해서 건넜는걸요~” 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그날 석식 자리에서 한강을 수영으로 건넜다는 것은 농담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긴 했지만 일본회사들이 한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서 경계를 하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가 있었다.




위의 산요(Sanyo)사 소싱은 2000년대 초중반의 경험이다.   요즈음 일본과 많은 이슈가 있다.  하지만 역사와 정치적인 감정으로 일본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비판과 미움을 갖지 말자.   비즈니스적으로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장점도 많이 가진 이웃국가이다.   우리의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선 냉정하게 일본인들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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