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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06. 2019

일본 공장에 휘날리던 태극기

종합상사맨의 일본 산요(Sanyo) 소싱 (2) 

앞글인 "해외출장 일본 산요(Sanyo)에서 소싱을 하다(1)" 을 읽으시고 이글을 이어 보시면 됩니다. 


  

      산요(Sanyo) 본사 미팅 외에 추가로 산요 공장을 직접 현장 방문하며 공장 점검 및 협의를 지속하였다.  본사보다 더 외곽에 있는 공장에 도착을 하니 니시다(西田)상이 나에게 “정상(さん), 저기 본관 건물에 있는 기 국기 게양대를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곳엔 놀랍게도 태극기가 일장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었다.  ‘아니 이런 시골 공장에 태극기라니’ 나는 내심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마중 나온 공장장에게 “아, 이 공장에 한국 기업인들이 많이 방문을 하나 보네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뜻밖에도 “정상이 우리 공장에 방문한 첫번째 한국인입니다.”라고 답변을 하였다. 보통 외국 혹은 주요 거래선이 방문을 할 경우 ‘웰컴보드(Welcome Board)’라고해서 상대방의 회사, 방문자의 직급 이름 등을 보드판에 적어 놓기도 하지만 일개 과장이 방문을 했다고 태극기까지 구해서 일장기와 같이 게양해 놓은 일본인들의 준비에 감탄을 하였다. 


        본관 건물 국기게양대의 놀라움은 회의실로 들어선 순간 더 큰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TV에서 보면 두나라 정상간 혹은 외교장관 회의 등에서나 보았듯이 큰 테이블 위에는 미니 태극기와 일장기가 교차되어 셋팅이 되어 있었다. ‘아 정말 이래서 일본인들의 세심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구나’라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는 산요 본사와 같이 아니 일본회사들의 특징대로 공장장을 포함 10여명이 넘는 간부들이 참석을 했다.  내가 이야기하면 진지하게 받아 적고 하는 전형적인 일본회사의 모습을 보여주였다.  당시는 푹푹 찌고 습도가 높은 일본의 한 여름이었기에 커피보다 차(茶)를 즐기는 일본인들 답게 테이블 각자 자리에는 시원하게 준비된 일본차 패트병이 준비 되어있었다.  


        회의가 어느정도 진행된 후 이제 공장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시설 투어를 시작하였다.  제품 개발 소싱 등의 업무를 하고 있던 나는 한국을 포함 유럽,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여러 국가 수많은 공장들을 방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공장에서 당시 내가 느낀 점은 기존 다른 국가들의 공장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공장 기계 설비나 규모의 하드웨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공장의 청결함, 정돈, 매뉴얼화, 규칙준수 등의 일본인들의 소프트웨어 적인 운영에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이었다.  공장 바닥은 당장 누워서 뒹굴어도 먼지 하나 묻지 않을 것 같이 깨끗하였고 도저히 기름때와 더러움이 기본사양으로 생각되는 다른 나라들 공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공장 투어 역시 손님들에게는 당시에는 흔치 않던 무선 이어셋을 나누어 주어 공장을 설명해주는 내용이 기계소리에 묻히지 않고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수많은 공장을 가보았지만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공장 특유의 어수선함 속에서 설명자가 아무리 목청껏 소리 높여 설명을 해주어도 바로 옆에 졸졸 붙어 다니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공장투어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러한 세심한 준비에 부러움과 감탄을 안 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산요 공장 미팅의 백미는 후덥지근한 공장 투어 후에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회의실에서 10여명이 넘는 인원들이 회의를 하다가 공장투어를 다녀왔는데 각자 마시던 일본차 패트병들이 그 자리에 앉아있던 참석자들 순서대로 냉장고에 다시 들어가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실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자 다시 각자가 마시던 패트병을 순서에 맞추어서 꺼내 주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아니 그깟 차한병이 얼마나 한다고 저렇게 각자 마시던 것을 순서대로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가 내어줄까?  한국사람들 아니 통상 보통국가에서 손님맞이 시에 보여주는 넉넉함과 호기와는 다른 문화였다.   만일 한국과 중국이었다면 음료들을 수북히 준비해서 쌓아 놓았을 것이다.  마시다 남긴 음료는 치워 놓든지 아니면 시원하게 준비된 새 음료를 마시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우리가 일본인들은 ‘째째하고 속이 좁다고’ 폄하해야 하는 것인가?  ‘아 이것이 일본이고 일본인 이구나’라고 나는 그날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차한병 가격의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것이 이들의 문화이고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되며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깨우쳤다. 


're:Global(다시, 글로벌)' 저자 정해평 




        당시 일본 산요에서 소싱을 하겠다고 했을 때 사업부장 외에도 부서내 대부분 조직원들은 “그게 되겠어?”  “소싱을 해도 가격이 엄청 높겠지” 라는 걱정과 반신반의 그리고 반대를 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산요와 수차례 구매 협상을 통해 일본 공장에서 2차 및 특수 건전지 소싱은 물론 추가 유관 제품들은 헝거리와 중국의 산요 공장에서 소싱을 하여 양사간에 새로운 사업관계를 구축할 수가 있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가격 역시 사업부장과 조직원들이 우려했듯이 기존 중국산보다 높은 구매가가 아닌 중국 공급선 수준으로 소싱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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