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조사와 고민 끝에 결정을 한 녀석이 바로 미놀타 TC-1 카메라 였다. 고민 끝에 결정을 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조그마한 카메라가 구매 시에 백만원이 넘는 가격이였기 때문이다.
당시에 일반적으로 소형 자동카메라라고 하면 촬영 피사체를 향해 셔터만 누르면 되는 P&S (point & shoot) 카메라를 의미했다. 이러한 자동카메라들은 대부분의 경우 플라스틱 몸체에 셔터 스피드와 노출 등을 사용자가 별도로 조정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사진을 찍는 단순한 기능만을 탑재하게 된다. 이러한 보급형 똑딱이 카메라는 통상 10~ 30만원대면 충분히 일상생활에 사용이 가능한 좋은 제품을 구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 조금 관심이 있고 카메라를 만져본 사람들이라면 수동 조정기능과 좀더 고급 스러운 제품을 찾기도 했었고 이러한 수요에 부응한 카메라 제조사들은 고급형 럭셔리 P&S 카메라들을 선보였다. 그 대표적인 제품은T3로 대표되는 콘탁스의 T시리즈와 카메라계의 롤스로이스라고 할 수 있는 라이카의 미니룩스 같은 제품들이 있었다. 여기에 필적했던 일본의 럭셔리 P&S 카메라가 바로 미놀타의 TC-1 이다. 1990년 후반 일본의 호(好)경기시절이였기에 개발이 가능했다고 일컬어 지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손바닥에 들어가는 크기의 TC-1은 몸체는 티타늄으로 제작되었고 몸체의 가죽 마감 등 한눈에 봐도 럭셔리한 느낌을 주었다.
사진기의 생명은 렌즈이다. 콘탁스는 칼같은 선예도를 자랑하는 칼쟈이스 렌즈, 라이카는 영혼이 담긴다는 전설의 라이카 렌즈로 그 유명세를 얻었다. TC-1은 미놀타의 대표 렌즈인 Rokkor렌즈를 TC-1 전용인 28mm 광각의 G Rokkor렌즈로 개발하여 탑재하였다. F3.5 밝기가 조금 아쉬울 수는 있으나 손톱 크기만한 렌즈로 찍힌 결과물을 보는 순간 모든 의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더욱 TC-1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작지만 고급카메라 답게 시도보정 장치를 포함해서 왠만한 SLR 카메라에 있어야 할 기능들을 오밀조밀하게 탑재를 하고 있기도 하다.
TC-1 카메라 각 기능 설명
붉은광장, 모스크바, 러시아
제노아, 이태리 (동트기전 호텔방에서)
제노아, 이태리 (아침 식사전 아무도 없는 지역 호텔 식당에서)
라스베가스 공항, 미국
미안해 친구야~ (모스크바 굼백화점)
인물과 거리 사진에서 자연스러운 인생샷을 건지는 것은 찍히는 대상이 사진기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 찍은 사진일 경우가 많다.그러기 위해서는 찍히는 대상에게 카메라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소위 대포만하다고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큰렌즈와 찍을때마다 철컥 거리는 셔터 소리는 전문적인 모델 혹은 스포츠 경기 촬영 등에는 필요하지만 지인 촬영 등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기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 출장 등 짐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가볍고 작은 그렇지만 사용자가 의도한 대로 찍기 위해 노출 등 사진기의 수동조정이 가능한 카메라가 절실하기도 하다. 나의 이러한 목적에 100프로 부합했던 것이 이 TC-1이었다. 미놀타사에서는 TC-1을 개발 및 출시 하면서 그들이 이 조그만 P&S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카메라 이름에 나타내었다. TC-1라는 이름은 '최고의 카메라'라는 의미로 The Camera number one(1)의 약어로 작명이 되었던 것이다.
점퍼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TC-1은 아직도 나의 출장길에 언제나 동반을 함께하는 소중한 카메라이다. 디지털 카메라와는 다른 감성의 필름 카메라 그렇지만 중대형 SLR 카메라나 그 보다는 작지만 RF카메라라도 들고 가기에 부담스러운 출장길에는 이보다 더 적합하고 만족스러운 카메라는 찾기 힘들다.
홍콩
어느 공항이었는지 기억안남...
게다가 TC-1은 또 다른 장점은 수동 조작을 통해 나만 잘 찍는 카메라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경우 사진기술이 없는 초보자라도 그냥 셔터만 흔들리지 않고 누른다면 사진이 잘 나오는 그런 자동 똑딱이 카메라라는 것이다.
이태리 거래선과
풍경과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고급 카메라로 멋지게 찍어주는 사진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불만 한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나도 잘나온 내 사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사진 취미가 있는 사람들의 고급기종은 사실 일반인들이 찍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TC-1은 그런 고민도 해결해주는 고마운 녀석이기도 하다!
로마, 이태리
로마, 이태리
마카오
미놀타 TC-1은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인 아라키 노부요시가 애용 및 예찬을 한 카메라로도 알려졌다. 사진작가인 그는 지진이 잦은 일본 답게 만일 큰 지진이 나면 비상용으로 TC-1 카메라와 필름 10통 그리고 현금 200만엔을 챙겨서 대피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