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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27. 2019

나의 검도 이야기(5)

한국 검도(KUMDO)와 일본 켄도(KENDO)(3)

     어느날 일본 고단자가 도장에 왔다.   


     미국 유학중 이었을 때 였다.  당시에 젊은 혈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이나믹한 칼싸움에 열심이던 나는 당연히 그 일본인과 대련을 하였다.


     그 일본인은 약 40세 후반이었다.  만일 수련을 꾸준히 하였다검도의 경우 노련미를 갖춘 40대는 다른 무도나 스포츠와는 다르게 실력의 정점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 나보다는 검도 수련 경력이나 단(段)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나는 젊은 패기와 한국인의 다이나믹한 칼싸움과 파워를 무기로 저돌적으로 그와 대련을 하였다(분명 일본인에 대한 미묘한 감정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과 대련 및 그날의 수련이 끝난 후에 그는 나를 별도로 불렀다.   그리고 그가 해준  흔히 하듯이 나에게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쎄게 얻어 맞은 듯한 깨우침을 주었다.  그날의 한마디는 나의 검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된 몇가지 중요한 계기  하나다.


    그가 대련 후 말은...


    "Mr. 정, 대련 잘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죽인 사람을 왜 또 죽입니까?(의역)"   그가 영어로 이야기 한 표현을 직접적으로 옮긴다면 그는 내게 "why do you 'chop' the head? Just one is enough"  즉 "왜 (상대)머리를 난도질 합니까? 한번이면 충분 합니다" 였다.   그리고  그는 "만일 죽도가 아니고 진검을 가지고 한 겨룸 이라면 단 한칼이면 모든 것이 결정이 됩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는 전편에도 언급을 했듯이 한국의 다이나믹한 검도 방식 즉 연속으로 타격을 시도하는 검도 스타일에 대한 충고.. 아니 충고라기 보다는 일본 켄도(검도)를 수련한 사람이 켄도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는 그렇게 죽도로 막 치는 것은 검도(켄도)가 아니라고 하고 싶었을 것이나 그말은 차마 하지 않았다. 지만 나는 그의 표정에서 분히 그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일본인들 그들의 켄도(검도) 수련 및 대련 시에 사용하는 죽도를 진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그리고 상대와의 대련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검 승부 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한칼 한칼 매우 신중하다. 하지만 한칼을 낼때는 온몸을 던져 공격을 한다.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서 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본 켄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몸으로 움직이는 무도이지만 정신적인 측면을 더 강조한다.   바른 정신이 올바른 몸의 움직임을 이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검도를 안한 사람들에게는 기술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더 이해가 쉬울 수 있다.   검도의 네곳의 득점 가격부위(급소)는 머리, 손목, 허리, 목(찌름) 이다.  검도의 매력 일 수도 있는 점은 바로 어느 부위지 내가 공격을 할때 나 자신은 방비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의 머리 공격을 한다면 그 순간 나의 손목과 허리는 상대의 반격에 노출이 된다.   또한 만일 내가 상대 손목을 공격하러 들어가면 나의 머리는 상대 반격에 고스란히 노출이 된다.  머리를 공격하하는데 혹시 손목이나 허리를 격 당할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만일 그런 마음으로 머리공격을 행한다면 거의 실패하게된다.  망설이고 두려운 마음은 육체적으로도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머리 공격시에 손목이나 허리를 맞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몸을 던진다면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검도에는 사계(四戒)라는 말이 있다.  사계란 상대와 대련 시에  경(驚), 구(懼), 의(疑), 혹(惑)의 네가지를 경계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경은 놀람, 구는 두려움, 의는 의심, 혹은 미혹(혹은 망설임)을 극복해야 올바른 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점이 비록 대나무칼인 죽도를 사용하는 검도에서도 죽도를 함부로 쓰기보다는 진검을 가지고 겨룬다는 느낌으로 칼을 운영하는 것이다.  생각 해보면 시퍼런 진검을 뽑 목숨이 걸린 결투라면 칼을 그리 쉽게 쓸까?  내가 한번에 상대를 쓰러리지 못하면 내가 쓰러지는 진검의 결투라면..  


검도 수련에는 진검 수련도 포함된다.

 

   죽도 칼싸움이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도의 개념으로 보면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  일본 켄도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은 대부분의 외국 검도수련생들 역시 검도의 수련과 대련 방식에 있어서 일본 스타일을 많이 추구한다.  물론 그들에겐 한국의 검도 역시 감히 넘볼 수 없는 큰 벽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지않은 외국의 검도인들에 한국 검도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한국 검도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점은 바로 진검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한국의 죽도 칼싸움이다.   


    한국은 한국 스타일로 검도를 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을(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해외의 도장)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일본의 켄도를 수련한다.  그럼에도 독보적인 검도의 2대 강국은 한국과 일본이다.  각종 세계 검도대회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결국 결승에서 만난다.   한일전의 검도 경기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듯이 살벌하다.  한국선수들이 경기내내 시합을 주도하는 것 처럼 보인다.  이는 한국선수들이 일본선수들에 비해 훨씬 다이나믹하게 공하기 때이다.  


     매 3년마다 열리는 세계 검도선수권 대회(World Kendo Championships)는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열린 대회 포함 금까지 총 17차례 열렸다. 이중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자단체전에서 일본은 16회 우승 한국은 1회 우승을 하였다.  일본이 우승한 16회 모두 한국과의 결승전이었고 한국이 한차례 우한 것은 일본을 준결승전에서 꺾고 올라온 미국팀과의 결승전 승리였다(미국팀이지만 선수들은 거의 일본계).


    세계 검도 대회 후  항상 단골로 나오는 말이 있다.  결승전에서 편파판정으로 인해 한국이 졌다는 것이다.   공격을 훨씬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결국 한판을 따는 것은 일본 선수들인 것이다.   약 30년전인 1988년에 한국에서 대회가 열렸었고 그때 결승전에서도 한국이 일본에 패했다.  이때는 흥분한 관중들이 야유와 물병등을 던지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도 수련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중에게는 한국선수들이 훨씬 공격적이었고 상대를 더 많이 때린 것으로 보였던 것이 당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기, 검, 체가 일치하여 검도에서 정하는 '한판'의 타격은 많은 공격과 타격수와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그럼 과연 심판 판정이 정말 편파적으로 일본에만 유리한 것일까?  검도 시합의 심판은 1명의 주심과 2명의 부심으로  3명으로 이루어진다.  워낙 빠른 순간에 타되기 때문에 1명이 아닌 3명의 심판으로 구성된다.   한일전이 열린다면 제3국가의 심판들로 구성이 되어 경기를 진행한다.  물론  모든 국가의 심판들 역시 검도를 수련하는 고단자들이다.  이말은 그들 역시 모두 일본 켄도를 수련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교류가 더욱 깊다.   그렇지만 그들이 눈에 보이게 편파판정을 하기에는   어렵지만 검도(켄도)의 철학 등에 입각한 관점으로 심판을 본다면 아무래도 일본 선수들이 행하는 검도 스타일의 칼과 타격에 더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그냥 땀을 빼는 운동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검도(KUMDO)이던 켄도(KENDO) 이던지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도의 관점에서 수련을 하고 있거나 검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론 내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지난 글들에 이어서 쓴 한국과 일본 검도 차이 내용들에 대해서)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본다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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