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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Mar 10. 2020

한식(韓食)을 버려라!​

글로벌 전사(戰士), 이젠 세계인이 되자!!

‘비빔밥 주세요’


‘저도 비빔밥이요’


‘저도요’


    불과 두어 시간 전, 인천공항을 떠난 출국 비행기이지만 첫 기내식 메뉴를 고를 땐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륙 후 식사 시간이 되면 보통 비빔밥을 포함해서 2~3가지정도의 기내식들이 제공되는 데 언제나 한국인(韓國人) 승객들에게는 비빔밥이 최고의 인기 메뉴인 것이다.  불과 몇시간 전에 한국을 떠난 승객들임에도 대부분은 비빔밥을 먹기 원해서 결국 싣고 간 비빔밥 숫자가 모자라는 일이 항상 발생한다.  게다가 비빔밥을 못 먹게 되면 승무원에게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한식(韓食)에 대한 유별난 사랑인 셈이다.


    그렇게 많은 출장을 다녀본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출국편의 항공기가 아니고 귀국편이라면 출장과 여행에 지친 승객들이 빨리 한식이 먹고 싶어서 일 것이라고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출국(出國) 비행기에서부터 한국인들의 한국음식 선호는 결국 출장간 현지에서도 주로 한국음식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로컬 음식보다는 친숙한 한국음식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가실 때 마다 어머니가 소고기를 넣고 볶은 고추장을 담아서 주시던 것이 기억난다.  차마 김치를 담아서 가지 못하니 볶은 고추장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챙겨 가신 볶은 고추장은 아침식사 때 마다 같이 간 일행들에게 최고의 반찬이었다고 한다. 토스트에 볶은 고추장을 발라서 드신 것이 외국에서 하루를 힘내서 일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말씀도 하셨었다.  어쩌면 평생 먹어온 익숙한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입맛에 맞지도 않은 외국 음식을 참아가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왕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기회라면 현지 사람들과 문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로컬 음식점을 찾아 현지인들이 즐기는 현지 음식을 시도해 보는 것을 나는 강력히 추천한다.

포루투갈의 어느 식당에서(닳군 돌판에 고기를 올려서 먹는다)

    내게는 출장을 가면 꼭 지키는 규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현지음식을 먹고 가능하면 한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한식을 싫어하거나 유별난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한식 보다는 로컬 음식점을 방문하여 새로운 현지 음식을 시도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어렸을 때는 소위 ‘입이 짧은 아이’여서 가리는 음식도 많았고 못 먹는 음식도 많았다. 다행히 군대를 다녀오고 성인이 되고 나서야 점점 가리는 음식이 없어졌다. 덕분에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음식은 나에게 힘들고 피곤한 출장과 업무를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고 처음 먹는 음식들이 즐비했는데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느끼하지만 영국에선 피시앤칩스도 맛나게 먹어보자

    게다가 출장을 가면 식사시간도 불규칙 한 경우가 많다. 거래선과 멋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식사를 때워야 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기분상으론 집 떠난 출장때는 괜히 더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다. 더구나 아직까지도 한식당이 없는 외국 현지가 훨씬 많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할 것인가?  맥도날드나 KFC에 가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그 먼 곳까지 가서 햄버거를 먹는 게 그리 좋은 선택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내가 추천하는 것은 과감히 현지 음식을 시도하고 즐기라는 것이다. 혼자 현지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고 주문하기도 불편하고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분의 이러한 시도가 현지 거래선들과의 친교를 쌓는데 훌륭하고 재밌는 대화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요즈음은 인터넷에 세계각국의 수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따라서 어느 국가의 출장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호텔 근처의 유명한 현지 식당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묵고 있는 호텔에 원하는 메뉴와 가격대의 현지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점심까지 든든해지는 네델란드의 어마무시한 크기의 아침식사

    나 역시 여러 국가에서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들을 접하는 기회가 많았다. 중남미 출장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던 페루의 세비체(Ceviche)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세비체는 해산물이 풍부한 페루에서 발전된 요리로 바다생선 뿐만 아니라 문어, 새우, 관자 등 다양한 해산물을 회처럼 얇게 잘라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운 후 양파 토마토 샐러리 등 각종 야채를 버무려 차갑게 먹는 식전 애피타이저이다. 한마디로 회무침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중남미의 대표음식으로 이야기되기도 해서 칠레 등에서도 세비체를 즐길 수 있지만 내 경험상 세비체의 원조국가인 페루의 세비체가 최고이다. 페루의 길거리에서 세피체리아(chevicheria)라도 쓰여진 식당은 세비체 전문식당이므로 현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가볼 것을 추천한다.  현지의 세비체맛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회와 해산물을 사서 직접 세비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국 포장마차에서 공짜로 주는 홍합탕이 유럽에선 계절메뉴(Mussel)로 깜짝놀랄 가격이기도 하다

    우리들도 외국인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을 보면 왠지 더 정감이 가지 않는가?  만일 한국을 방문한 외국 출장자가 햄버거집만 가겠다고 이야기하면 나 역시도 왠지 더 밉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입맛과 음식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 문화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맨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re:Global(다시, 글로벌)' 저자 정해평




    현지 문화(文化)에 열린 마음은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세계는 넓고 미지의 기회는 많다.  현지 음식과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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