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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13. 2020

카투사 이야기

KATUSA는 한국육군 이에요

근래 정치인들때문에 잠깐 이슈가 되었던 카투사(KATUSA).  카투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의 카투사때 경험 한가지가 생각이 났다.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고참 한명(같은 방 생활도 함) 이야기 이다.  참고로 당시 카투사들은 미군처럼 한방에 2~3명 생활을 했다(방에 제일  계급이 높은 고참은 '방장' 중간 고참은 '방중' 그리고 방에서 제일 계급이 낮은 쫄병은 '방쫄'이라고 불렀다).

그는 제대를 앞두고 전역 후에 취업을 위해 근무시간 후엔 방 책상에 앉아 취침 전까지 시험준비를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는 그가 제대가 다가올 수록 곧잘 하던 말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정치를 하고 싶은데 본인의 '카투사 근무'가 정치인으로써 나쁜 꼬리표가 될 까봐 걱정이고 이 카투사 근무를 숨기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80년대 후반 학번으로 당시 대학가의 민주화 운동, 반미데모, 최류탄 등에 익숙한 세대이긴 했다.  어찌보면 그가 카투사에 대해 미제의 앞잡이, 미군의 용병이라고 입대전까지 화염병을 던지며 목청을 높였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지만 내가 볼때 그는 카투사생활의 온갖 혜택은 아주 특별나게 더 잘 이용하며 즐기고 있었기에 그의 그 이야기는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전역 후 취업 준비를 위한 독서실 같은 방의 환경,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던 그는 주말이면 여자친구를 부대로 초대해 데이트를 해서 같은 방을 쓰던 나와 내 쫄병은 러한 고참을 고려해서 가급적이면 방에 늦게 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또 제대를 앞두고 근무한 본인의 파트 미군 중대장에게 자신에게 미군 훈장(메달)인 ARCOM(The Army Commendation Medal)을 수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ARCOM은 카투사가 미군에게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부대나 근무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복무기간중 근무를 성실히 마친 카투사에게는 부대장이 ARCOM을 상신해서 카투사 제대 시에 수여를 하곤 했다(미육군성의 훈장임).  

ARCOM이 있으면 미국 비자를 받을 때 거의 프리패스 처럼 활용이 되기도 하고 나중에 미군으로 재입대를 해도 그만큼 인정을 받는 다는 설들이 있었기에 제대를 하는 카투사들이 ARCOM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의 훈장 요구는 미군 중대장에 의해서 단칼에 거절 되었다.   왜일까?  이는 그가 근무 시 dayoff(휴가)를 비상식적으로 자주 요청, 사용했고 근무평판이 좋지 않았기 때문임을 모든 부대원들이 알게 되었다.

이미 제대한지도 30여년이 되어가지만 지금 이 일이 다시금 생각나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투사 이야기와 더불어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몇몇 위정자들에게서 오늘에도 보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공정, 정의를 외치면서 사리사욕을 위해선 비난 받아 마땅할 일들을 너무나도 태연히 저지르고 있는 그들이 오버랩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대 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고참이 유명 정치인은 안된 듯 하다.  하지만 어디선가 자신의 카투사근무를 숨기고 더 목청껏 미국과 카투사욕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PS1:  카투사(KATUSA: Korean Agmentation Troops to United States Army)는 '미육군에 증원된 한국군'이라는 영어의 약자이다.  즉 카투사는 엄연한 한국 육군소속으로 단지 미육군 부대에 파견이 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카투사의 인사복무규정은 미군이 아닌 한국육군의 규정을 따르게 되어있다.


PS2:  카투사를 종종 카츄사 혹은 카추샤로 발음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카추사는 러시아 여자이름인 카추사(Катюша)로  여자 이름으로, '예카테리나' (Екатерина)의 애칭이다.   또한 카츄사는 러시아군의 다연장로켓포의 명칭 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육군에 파견된 한국육군을 칭할때는 '카투사'가 올바른 발음이다.

 

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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