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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18. 2021

패스트푸드점 단상

케첩 주세요..

말이나 휴일 아침에.. 모닝세트를 먹으러 M  패스트푸드점에 가끔 간다.  요즘은 그 가끔이 자주가 되고 있기는 하다..


아침을 패스트푸드점에서 사 먹는다는 것은 사실 20여 년도 훌쩍 넘은 미국 유학 시절에 나에겐 큰 문화 충격이었다.  당시에 한국에서의 패스트푸드는 가볍게 점심 대용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사실 아침에 패스트푸드점은  문도 열지 않았었다.

 

하지만 미국 유학 중에 아침에 패스트푸드점이 영업을 하 것에 놀랐고, 더욱이 나이가 지긋하신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아침으로 모닝세트나 팬케익을 드시는 모습에 더 놀랐던 기억이 난다.   노인들이 M에서 아침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나름 생각했던 것은 '역시 미국은 부모님 공경을 안 하는구나..' 라는 나름의 개똥철학에 대한 증거를 보는 듯했다.

'어찌 나이 드신 부모들이 자식들이 차려주는 식사를 하지 않고 아침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빵 쪼가리를 사서 드시나..' 참 씁쓸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각인이 되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는 다른 문화이고 탓하거나 흉볼 것도 아님은 좀 더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이해가 되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받은 또 다른 놀람은 음료 기기가 매장 홀 안에 있다는 점이었다.  즉 음료를 주문하면 빈 컵만 주었고, 손님은 매장 홀 안에 음료 기기에서 직접 음료를 받아서 마시는 것이었다.  료는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했다.  나름 절약이 미덕이었던 한국의 교육을 받은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유학생들은 2~3명이 패스트푸드점을 가게 되면 햄버거는 각자 주문했지만 음료는 스몰 사이즈 1잔 만을 시키고 기계에서 리필을 해서 여럿이 나누어 먹곤 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너나없이 개인 각자가 음료를 주문했고 그것도 사이즈가 당시 내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커 보이는 라지 사이즈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아 저렇게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니 살이 저렇게 찌는구나'라고 나름 생각을 하곤 했다.    


당시와 그 후 여러 나라에 출장, 여행 등을 하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풍요의 나라라고 느낀 점들에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경험한 것이 적지 않았다.  1회용 케첩과 마요네즈 같은 것들은 매장 홀의 큰 바구니에 가득히 쌓여있어 얼마든지 맘껏 집어다 먹을 수 있었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나를 포함한) 일부 유학생들은 이 1회용 케칩과 마요네즈를 잔뜩 집으로 가져가서  케첩을 별도로 사지 않고 이것들로 먹기도 했다.


나중에 다른 국가들을 여행, 출장 혹은 주재원 근무 등을 통해 살거나 경험을 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유럽 일부 국가의 M패스트푸드점에서는 1회용 케첩과 마요네즈를 별도로 구매해야만 받을 수 있다.   아니.. 이건 또 뭐지?라고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몇십 센트를 내고 1회용 케첩을 사느니 그냥 먹는 게 기분상 더 낫게 느껴졌다.


요즘 가끔 M 패스트푸드점에서 모닝세트를 먹을 때마다 이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   1회용 케첩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별도로 구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문한 음식을 내어주는데 항상 케첩을 안 준다.  


반드시 '케첩 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해야 1개를 카운터 안쪽에서 꺼내서 쟁반에 올려 놓아준다.  그 쟁반 위에는 주문한 음식과 냅킨은 언제나 '1장'이 놓여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포함한 음식점에서 반찬, 냅킨 등을 필요 이상으로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터이긴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만 꺼내 주는 모습(이 또한 손님 대응 매뉴얼이겠지만)이 왜 이렇게 정이 없어 보이는지...


내가 괜히 예민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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