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rick JUNG May 05. 2024

비를 기다리는 마음

땅을 일구고 농부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란 나는 비오는 날이 싫었다.   


비오는 날 양복과 구두에 빗물이 튀는 것도 싫고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번거로웠다.  비오는 날 습도도 높은데 지하철이나 버스에 타고 출퇴근 하는 것도 상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비오는 날 운전을 하고 다니면 길이 더 막히는 것 같고 차가 더 지저분해지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휴경지로 있던 산중턱의 시골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작년부터 시작했다.    그간 놀던 땅을 어렵게 포크레인을 수배해서 개간하고 무성한 잡초를 쳐내고 나무를 심었다.  귀농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나마 관리와 손이 덜가는 밤나무로 결정을 하고 힘들게 사람들을 구해서 작년에 묘목을 심었다.

작년에 심은 밤나무 묘목들

겨울이 지나고 올해 그 묘목중 반이 살아 남았다.  빈땅에 다시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심기로 했다.  밤나무가 반 정도 남았으니 대추나무, 감나무, 체리나무, 앵두나무 등을 심기로 했다.

겨울을 지나 살아남은 밤나무엔 귀여운 밤송이가 열렸다

나무를 심기 전에 잡초들을 잡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는 작업을 했다.   바쁜 농번기임에도 먼친척의 경운기를 빌려서 경운기 물통에 농약을 넣고 농약을 치는 작업을 태어나서 처음 해봤다.

매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잡초가...  

일주일 후에 다시 시골로 갔다.


그 사이 옥천 농원에 나무를 주문했다.   나무심는 시기가 조금 늦었기에 묘목이 아닌 3~4년 생 나무들을 주문해서 심었다.  직접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삽질이 쉽지 않은 것은 예상 했지만 역시 도시인에게  땅을 파는 삽질은 만만치 않았다.

삽질이... 정말...
경운기에 물을 담아서 가는 중

이번에도 경운기를 이용해서 심은 나무들에 물을 듬뿍 주었다.   나무를 심고 처음에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 했다.   산중턱의 땅이기에 경운기에 물통을 싣고 긴 호스로 밭까지 연결해서 물을 주는 작업을 했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주문했다
나무를 심고 나니 뿌듯한 기분이 힘든 삽질의 피곤을 잊게해준다

힘들게 나무를 직접 심고나니 땅, 밭, 흙, 나무, 잡초..  그간 도시 생활에서 전혀 상관 없다고 믿었던 자연 하나 하나가 새롭게 느껴다.


나무를 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써 다음에 내려가서 잡초를 제거하고 나무를 살펴볼 생각에 어설픈 설레임이 생겼다.  


동시에 힘겹게 힘겹게 경운기를 빌려서 나무에 물을 준 것을 생각하니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비를 싫어하는 내가 비를 기다리다니...   

일기예보에 어린이날 연휴에  비소식을 보니 예전 같았으면 연휴 비소식에 짜증부터 났을 터인데, 이번 비소식은 무나 반가웠다.


오늘 주룩주룩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어린이날 연휴에 즐거운 나들이를 계획했던 사람들에겐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이번 비는 평생 처음 내마음까지 촉촉히 적셔주는 반가운 단비이다.   


이게 땅, 하늘과 교감하는 농부의 마음인가보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노캐디 골프 그리고 배달 음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