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Patrick Jung
해외 거래선이 여러분을 부를 때 어떻게 부르는지요?
Mr. Kim? Ms. Lee? 아니면 이름의 영문 이니셜? 해외 거래선들과 업무가 많은 경우 상대방이 한국이름을 부르고 발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 알 것이다. 그렇다고 Mr. Kim, Mr. Choi 와 같이 성(姓)만 부를 경우 같은 부서내에 여러 명의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 헛갈리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전달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는 HP Jung, HJ Lee와 같이 성과 이름 이니셜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왕 해외거래선들과 좀더 친밀한 관계를 다지기 위해 영어 닉네임을 써서 한발 더 쉽게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내 이름의 경우 서양인들이 발음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느끼고 정확히 발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아무리 한국이름을 몇번씩 이야기 해줘도 제 각각으로 발음을 하곤 했다. 발음만 어려우면 그럭저럭 지낼 텐데 그들이 한국인의 파트너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숙제 같아 보였다. 해외영업이 주업무인 종합상사 였기에 내가 입사한 부서는 전원이 영어 닉네임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한국 이름의 성(姓)인 Jung(정)은 어차피 사용을 해야 하니 나도 닉네임을 만들어야 했다. 다른 팀원들의 닉네임들을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나 소설의 주인공 등 나름대로 작명을 선정했다. 내가 세운 원칙은 내이름의 이니셜인 H 와 P로 시작되는 영어 닉네임을 짓는 것이었다. 닉네임 후보로는 Harold, Henry, Harry, Peter, Paul, Patrick 등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영어이름을 리스트업 해보았다. 결국 낙점은 Patrick이었다. 그냥 낙점이라기 보단 나 나름의 이유를 만들었고 그것은 St. Patrick과 같이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으로 Patrick이라는 이름이 아일랜드와 괜히 친숙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아일랜드인의 기질이라고 하는 열정, 정의감, 불의에 대한 저항, 반골기질 등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입사부터 현재까지 나는Patrick Jung으로 불리고 있다.
영문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 오버라고 생각하고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상이 지어준 이름을 법적으로 바꾸는 것도 아니고 창씨개명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글로벌 시대에 해외 파트너들과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고 나를 좀더 빨리 친숙하게 익히게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이 있다면 이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특히 자신이 왜 이런 닉네임을 쓰는지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해외 거래선에게 소개를 한다면 그들에게 더욱 뚜렷한 인상을 남겨 줄 수도 있다.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좋은 효과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 해외 영업담당자들이 영어공부를 좀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냥 본인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거나 이니셜 정도로 줄여서 쓸 때 보다 나름 멋지게 영어 닉네임을 지어 놓고 영어구사가 원활치 못하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닉네임을 쓰지 않았던 부서에 비해서 당시 우리 부서원들이 해외 출장이나 거래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더욱 적극적이었다.
're:Global(다시, 글로벌)' 저자 정해평
만일 해외영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그냥 Mr. Kim, Ms. Lee로 불리고 계시다면 이제부터 자신의 닉네임을 만들어서 해외파트너와 이야기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만일 딱딱하고 서먹서먹한 거래선과의 관계였다면 이를 녹여줄 또다른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 거리가 생길 수 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