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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8. 2019

즐겁고 재밌는 회사 호리바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일본- 호리바 )

     

호리바 소개 영어판 만화(사진-호리바)

    직장도 재밌고 즐거워질 수 있을까.  하루를 거의 보내는 일터가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업무 부담과 인간관계 때문이다. 구글처럼 자유로운 기업문화로 창의적 성과를 거두는 기업이 많아지는 가운데 사훈 자체가 '재밌고 즐겁게'인 회사가 있다.  2015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때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배기가스 측정장비로 썼던 그 장비의 메이커이기도 한 호리바(Horiba) 사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벤처 1호

      일본 벤처 1호로 불리는 호리바 사의 창업자 호리바 마사오 씨의 인생관은 독특하다. 그는 교토대 물리학과  재학 중  무선연구소라는 회사를 설립해 pH 측정기, 축전지를 만들어 팔았다.   전후 어려운 시기를 겪어서인지  직장에서 만큼은 즐겁고 재밌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보통 일본 문화의 특징이 '튀어나온 못 박기'로 알려진다.  도요타의 생산방식이 '마른 수건 또 짜기'로 표현되는 것 처럼 일본기업문화의 주요 요소가 규율과 개선이다.  하지만 호리바 사의 표어는  '튀어나온 못 더 튀어나오게'이다.  호리바 사의 60년대 제품 중 건강 진단용 인체 가스 측정기가 있었다. 정부에서는 기기의 용도가 인체의 가스 측정이지만 자동차 가스 측정에도 활용될 수 있으니 자동차 가스 측정장비의 개발 요청이 있었다. 호리바 마사오 씨는 사람을 측정하는 장비를 자동차에 쓸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연구원 중에 남 모르게  배기가스 측정기를 개발 작업한 사람이 있었고  이를 안  사장의 질책에 대해 '재미 삼아' 개발했다고 둘러 댔다.  오늘날 세계 배기가스 측정기 1위 업체 호리바 사의 이 분야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소아용 감염 진단기

   소아과 의사와 동물병원 의사의 공통점은 아픈 증상에 대해 환자의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호리바에서 개발한 감염 진단용 혈액 분석기는 소량의 혈액 만으로도  질병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자동 염증 진단 CRP'는 열이 날 때 그 원인이 인플루엔자 때문인지 세균 감염 때문인지 바로 판별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세계시장 점유율 100%의 호리바 효자 품목이다.  배기가스 측정장비와 함께 이 회사의 핵심 품목으로  반도체 측정 장비도 있다. 반도체 제조 핵심과정인 노광 공정에서  회로를 그리는 판인 웨이퍼와 회로를 투사하는  포토마스크의 상태를 판별하는 측정장비를 호리바 사가 만든다. LCD 필름의 초미세 박막 두께를 측정하는 엘립소미터의 시장 점유율 역시 세계 1위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원전 유출 방사능 측정에 큰 역할을 했던 방사능 계측기 'Radi'가 있다. 이 제품은 핵물리학을 전공한 창업자가 초기부터  연구해온 제품이다. 동일본 사태로 더욱 발전시켜  GPS 위치추적기까지 부착해서 인기상품이 되었다.   유출 상황을 지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맵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펀 앤 조이

        호리바의 계기 기술력의  축적에 기여를 한 것으로 사내 제안 제도인 블랙잭 경연대회와  외국 기업의 인수를 들 수 있다.  불란서의 200년 된 기술 기업 Jobin-yvon 인수로 박막측정 기술을, 독일의 Carl Schenck사 인수로 배기가스 계측 기술을, 미국 Spex사 인수로 분광 기술을 획득했다. 호리바는 글로벌화도 선도적이다. 일본 직원의 30%, 임원의 90%가 해외 주재 경험이 있으며 회의도 영어로 진행될 만큼 글로벌 수준이 높다.  창업자의 2세이자  현 CEO를 맡고 있는  호리바 아츠시 사장의 희망은 일본인 일색인 경영진에 외국인 임원을 초빙하는 것이다. 즐겁게 일하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는 철학으로 '재밌고 즐겁게( Fun & Joy)' 사훈 도입을 추진했으나 직원들은 처음에 반대했다. 사훈으로 쓰기엔 적당치 않아서이다.  뜻을 버리지 못한 창업자는 본인의 사장직 퇴임 조건으로 사훈 도입을 주장했고 1978년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야 그의 뜻을 이뤘다. 회사 소개 자료에 회사 이름을  Abiroh라고 거꾸로  쓴다든지, 제안 제도 명칭을 21세기를 블랙잭이라고 하는 것도 그의 괴짜 경영철학을 반영한다.  블랙잭은 카드놀이할 때 최고 점수가 21이므로  21세기를 상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직원 생일 파티를 매월 개최하는데 간부 직원들은 참여하지 않고 평직원들만 참여한다.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시 조성을 위해서다.  '펀 앤 조이'는 세계 최고의 계측기 회사의 성장의  원동력이다.


     '학문에 민족이 무슨...'

     일찍이 70년대에 한국에 진출한 호리바의 한국과의 관계에 이태규 박사와의 인연도 있다.  한국 최초의 화학박사인 이태규 박사는 창업자 호리바 씨 부친의 제자였다. 1931년  호리바 마사오 씨의 부친 호리바 신기찌 씨가 일본에서 화학교수였고 이태규 박사가 제자였을 때의 일화가 전해진다. 학교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태규 박사의 교수 임용에 반대가 있었는데 학문에 민족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임용을 강행했다는 이야기다.   재밌고 즐거운, 동시에  생산성도 매우 높은 회사를 만들어놓고 2015년 타계한 호리바 마사오 씨의 어록 중에 '차별 없이 남을 대하라', '인맥은 상대가 다가와서 생기는 것이다'. '우연한 성공은 있어도 우연한 실패는 없다'라는 문구들에서 호리바 혁신의 뿌리를 느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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