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이 11년째 세계 가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GE와 산요 가전사업을 인수한 덕분도 있지만 실제 품질도 크게 달라졌다. 하이얼의 성장을 얘기할 때 창업자 없는 하이얼은 생각할 수 없다. 장루이민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 인정받는 경영자이다. 경영계의 오스카상인 ‘싱커스 50 (Thinkers 50)’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는 동양 사상과 서양 경영이론을 소화해 하이얼식 경영을 수립해 실천해왔다. 칸트의 인간 중시, 피터 드러커의 가치 경영, 노자의 자각 정신이 바탕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는 점을 중시한다. 하이얼의 특징인 고객 중심, 주인의식 경영이 그의 철학에서 나온다.
인단합일
하이얼의 중요한 경영이념 인단합일(人單 合一)은 고객과 직원이 하나라는 뜻이다. 국제전기전자학회(IEEE)로부터 제조공정의 표준으로까지 채택된 하이얼의 인단합일 생산은 쉽게 말해서 고객 맞춤형 생산이다.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Cosmoplat)을 구축해 고객의 희망 사양이 제조 과정에 반영된다. 사용자 참여 설계와 디자인이 가능하다. 하이얼의 고객중심 경영은 신제품 개발에도 반영된다. 고구마를 세탁기로 씻는 농촌의 수요에 맞춰 만든 고구마 세탁기, 기숙사 학생들 수요에 맞춘 탁자 겸용 냉장고, 미국 시장 수요에 맞춘 와인 쿨러 개발이 그 예이다. 고객 불만은 지속적인 개선의 원동력이다. 하이얼의 불량 냉장고 파괴 일화는 유명하다. 고객 클레임을 계기로 출하 대기 중이던 400개의 냉장고 중 하자 제품 76개를 종업원이 부수게 했다. 냉장고가 직원 월급의 몇 배 가격이던 시절이다. 당시 사용했던 해머는 하이얼에 지금도 전시해 놓고 있다.
자주 경영체
장루이민 회장이 자주 쓰는 노자의 도덕경 구절 중 ‘태상, 부지유지(太上 不知有之)’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피터 드러커의 '직원들이여 스스로 CEO가 되어라'라는 말도 그가 선호하는 문구다. 자율과 주인의식을 갖춘 직원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경영자다. 하이얼에는 벤처회사와 같은 단위 조직이 있다. 자주 경영체(지주징잉티, ZZJYT)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독립된 기업처럼 움직인다. 10~20명 규모로 약 2천 개가 있으며 규모와 숫자는 유연하게 바뀐다. 기업가치 2억 불로 평가받은 게임업체 선더보트는 하이얼의 자주 경영체에서 분사된 벤처기업이다. 초기 자본 27만 불을 내부에서 조달해 성장했다.
글로벌 경영
하이얼은 초기에 독일 기업 립헤어(Liebherr)와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립헤어는 건설 장비와 함께 냉장고를 만드는 기업이다. 립헤어의 중국식 이름 리보 하이얼(Libo Haier)이 하이얼의 회사명이 되었다. 립헤어와의 제휴는 하이얼 글로벌화 시발점이 되었고 GE가전 인수를 비롯 7개의 글로벌 기업 인수는 글로벌화의 발판이 되었다. 마윈의 자서전에는 하이얼 직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에어컨 설치를 하러 왔던 하이얼 직원들이 덧신을 신고, 소파에 천을 씌우고, 설치 후에 바닥을 깨끗이 닦고 가더라는 것이다. 마윈은 그들이 닦고 간 것은 바닥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닦고 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계 1위 하이얼을 만든 건 제품이 아닌 사람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