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오디오의 대명사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혁신이 눈부시다. 수 천만 원대 대형 오디오 전문업체인 이 기업의 요즘 인기 상품은 소형 제품들이다. 스마트폰용 이어폰, 블루투스 스피커가 그 예다. 스마트폰 트렌드에 맞는 소형 신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소형 조직도 따로 만들었다. 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코펜하겐에서 활동하는 별동부대 조직 베오플레이가 그것이다. 고가 음향기기를 포기한 건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시장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다.
베오플레이 (B&O Play)
뱅앤올룹슨은 덴마크의 두 공학도 페테르 뱅(Peter Bang)과 스벤 올룹슨(Sven Olufsen)이 1925년 창업했다. 최초로 개발한 플러그식 라디오 ‘일루미네이터’는 성장 기반이었다. 스피커 한 세트에 2천만 원이 넘는 대형 음향기기 제작 기업이 위기를 맞은 건 금융위기 즈음이다. 불경기로 인한 소비 감소에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2008년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음악 소비 방식이 바뀐 것이다. ‘일루미네이터’의 혁신 정신은 이때 되살아 났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 조직 베오플레이가 만들어졌다. 창의성과 독립성 부여를 위해 위치는 본사 밖에 설치한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최종 코펜하겐 지역으로 정해진 것은 트렌드 파악과 독립성이 고려되었다. 인원은 100명으로 하고 실패에 대비해 자체 생산은 최소한으로 하고, 외부 협력을 활용했다. 디자이너는 5-10명 규모로 외부 디자이너 풀을 활용 했다. 일관성 유지를 위해 디자이너 멤버는 고정화했다. 민첩한 새 조직은 바로 이듬해에 아이폰용 전용 스피커 ‘베오사운드 8’을 출시했다. 999달러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첫 해 6만 개 이상 팔렸다. 베오플레이는 브랜드명도 베오플레이(Beoplay)로 정했다. 스피커에 이어서 나온 이어폰, 헤드폰 등 스마트폰 보조 제품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세련된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와 더불어 높은 품질이 발휘한 효과였다. 전체 인원의 1/10 조직이지만 매출 기여도는 50%를 넘었다. 투명한 칸막이, 스탠딩 회의, 신속한 업무 처리 등 새 조직이 만들어 내는 문화는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 취급 고급 가전 중 TV는 한국에 PC는 미국 기업에 위탁했고, 체코 공장은 매각했다.
덴마크 스타일
북구의 디자인은 간결, 실용성이 특징이다. 독일 바우하우스 영향을 전반적인 스칸딕 스타일 특징이기도 덴마크 디자인은 특히 유명하다. 뉴욕 유엔 총회장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핀율, ‘더체어’로 유명한 케네디와 닉슨 토론장 의자를 디자인한 한스 웨그너도 덴마크 사람이다. 베오플레이의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는 덴마크 디자인 특징을 제품에 잘 녹여냈다. 2018 파리 메종 오브제의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힌 바도 있는 실력자다. 작은 도시락 모양, 소풍가방처럼 생긴 베오릿 시리즈는 알루미늄 프레임과 가죽끈, 그리고 4가지 가기 다른 칼러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은 뱅앤올룹슨은 2018년 대표상품인 베오랩 50 스피커에 ‘K20th’ 각인을 새겨 기념했다. ‘스웨덴은 제품을 만들고, 노르웨이는 제품을 운송하고, 덴마크는 마케팅을 한다’는 말이 있다.뱅앤올룹슨의 혁신과 마케팅이 한국 가전 전략에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