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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6. 2019

보쉬의 혁신 키워드, 연결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독일- 보쉬)

   

보쉬 IoT 셔틀 (사진:Bloter.net)

   독일의 세계 1위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촉발된 디젤차 시대의 종말을 내다보고 기름차 이후 전기, 자율, 공유로 상징되는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혁신의 중심에 전기로 움직이는 이동수단  즉 ‘e-모빌리티’와 사물의 연결 즉 ‘컨넥티비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동 역시 연결을 통한 이동 즉 컨넥티드 모빌리티다.  점화장치를 개발해 연료차 기술의 원조인 보쉬가 이제 미래차 기술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변신

   전기차, 자율 차로 상징되는 미래차에는 기존 부품 2만 5천 개가 1만 개 이하로 줄어든다. 파워트레인, 브레이크, 구동장치가 주력인 보쉬는 이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업 정리도 빨라지고 있다. 주력인 디젤 분야도 예외가 없다.  2008년 Innovations Software Technology를 시작으로 2014년 미국 공유차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SPLT 인수 등 필요한 기술과 기업 인수를 통해 자체 소프트웨어 하우스를 구축했다. 인력 2만 5천 명의 인재영입도 이어졌다. SAP의 IoT 전문가 뤼커르트, 도이체텔레콤의 AI 전문가 파일로, 시스코의 모빌리티 솔루션 전문가 하인리히가 그 예다. 주력 사업이라 할지라도 미래차와 관련이 없는 분야는 매각하고 있다. 5만 명의 디젤 분야도 포함된다. 보쉬의 성장 동력이기도 한 스타터(시동모터), 제너레이터(발전기) 사업의 중국 매각, 말레(Mahle)와의 터보차저 생산 합작 자회사 BMTS의  홍콩 사모펀드 FountainVest Partners에 대한 매각이 그 예다.       

  보쉬는 차량용 반도체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재 차량 한 대당 300개 정도 들어가는 반도체가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 들어갈 전망이다. 보쉬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10억 유로가 투자된 드레스덴 반도체 공장은  2021년 준공 예정이다. 자율주행 분야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ADAS (운전자 보조 시스템) 매출은 2019년 20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보쉬는 레이다 및 비디오 센서 매출은 40%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이믈러와의 자율차 협력도 준비 중이다. 미국 산호세에서 시행 예정인 자율차 테스트는 보쉬 기술, 다이믈러 차량 합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콘넥티비티

   벽, 지붕, 바닥 외에는 모두 이동과 연결이 가능하다고 천명한 보쉬의 연결(콘넥티비티) 캠페인은  혁신의 키워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이 주도하고 있는 IoT 클라우드 구축  라인에 보쉬도 자동차 기업 대표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한다. 보쉬 IoT 클라우드(Bosch IoT Suite)는 자동차 컨넥티비티를 비롯 유럽 1위인 보쉬 가전이 기반이 된 스마트 홈, 싱가포르 등 14개 도시에서 시행 중인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도 활용된다.     

   전기차 주행 시 중요한 것은 충전이 필요할 때 충전장소이다.  보쉬가 개발한 컨넥티드 서비스 중 ‘system! e’는 주행거리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충전소 주변의 카페, 식당, 쇼핑 장소를 안내해서 충전과 연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보쉬 공유 소프트웨어 SPLT앱은 라이드 셰어링, 카풀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한다. SPLT 앱의 장점 중 하나는 동료들과 함께 라이드를 공유할 수 있다. 주어진 교통 상황에서 가장 빠른 길을 계산해  출발 지점, 출발 시간, 최적의 경로, 승객들을 조율한다. 캐나다 플랫폼 기업 Mojio와의 제휴를 통해 도로 긴급 사고 정보도 제공된다. 베를린, 파리, 마드리드에서 선보인 스쿠터 공유(COUP), 보관 식품 정보를 알려주는 보쉬 냉장고, 로봇 잔디 깎기 인디고 등이 보쉬가 구축한  IoT 클라우드(보쉬 IoT Suite)를 통해  연결된다. 보쉬가 수행 중인 270개 이상의 프로젝트, 총 850만 개의 기기가 보쉬 IoT 클라우드에 연결된다 “커넥티비티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운송 수단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보쉬 CEO의 말이다.

     

       글로벌

     보쉬 창업자 로버트 보쉬는 글로벌 전략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1920년대에‘경쟁이 없는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하는 것만큼 기업에 나쁜 환경은 없다.’라고 했다. 1908년 신흥시장이던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였고, 1913년에 이미 독일 밖 세계 매출이 총매출의 88%를 차지했다. 1차 대전 시작 전 적대국 영국의 자동차 90%에 보쉬 점화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창업자의 글로벌화 의식이 기초가 되어 오늘날 보쉬는 60개국 460개의 자회사 및 지사가 있다. 150개의 엔지니어 센터, 270개의 생산 거점도 그중 일부다. 보쉬의 현지화 정책에는 차별이 없다. 2019 준공 예정인 멕시코 전장부품 공장은 보쉬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다. 중국의 우시 공장은 세계 경제포럼 (WEF,2019)에서 4차 산업 선도 공장 16개의 한 곳으로 발표되었다. 국내 대전 공장도 스마트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쟁력 원천

   보통 갑을관계로 형성된 완성차와 부품사 관계는 보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있었던 슈투트가르트의 보쉬 125주년 행사에 세계의 완성차 업체, 자동차 부품 기업 대표 2000명이 참석한 바 있다. 세계의 도로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중 ABS든 디젤 분사장치든 보쉬 부품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보쉬의 영향은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미래차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16년 기준 세계 자동차에 평균 9개의 보쉬 반도체가 장착되어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보쉬의 경쟁력 비결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바탕에는 보쉬의 독립된 경영, 장기적 연구개발 정책이 있다. 두 번의 세계 대전, 미국의 대공황을 거치며 전쟁 주축국 기업 보쉬의 미래는 불안정했다. 창업자의 정신을 기려 1964년 재단이 설립되었고 재단의 나라 독일의 대표적인 공익 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쉬의 지분 92%가 이 재단에 속해 있고, 지분과는 별도로  의결권의 93%는 별도의 신탁 재단에 속해 있다. 신탁 재단 구성은 기업, 공공기관 대표의 전문가 7명, 가족 지분은 7%이며, 가족 의결권은 재단 내 9명의 이사회 중 2명으로 대표된다. 물론 가족 대표일지라도 정년 72세 퇴직 조항의 적용을 받으며 경영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유지된다. 지분율 93%의 보쉬 재단이 받는 막대한 배당금은 공익사업으로 활용된다. 독일-폴란드 학생 교류, 고령자 케어, 호스피스 학과 개설 등이 그 예이다.


        ‘신뢰를 잃기보다는 차라리 돈을 잃는 것이 낫다.’“당신의 인간성을 높이 평가하고, 타인과 거래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항상 존중하라.’‘내가 부자라서 동료들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니까 내가 부자가 되었다.”로버트 보쉬의 말이다.  창업자의 경영철학, 주주의 간섭 없는 독립경영, 긴 호흡의 장기 경영이 보쉬의 경쟁력의 원천이요,  보쉬 역사상 최대 전환기라 일컬어지는 이 시기의 혁신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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