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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6. 2019

도레이의 '긴 호흡' 경영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일본- 도레이)

   

<사진: 조선닷컴>

   신소재 개발 관련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도레이의 탄소섬유 이야기다. 50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해 보잉사 동체 납품, BMW 차체 납품을 계기로 본격적인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양산업인 섬유산업에서 듀퐁, BASF 등 글로벌 합섬 기업들이 손을 털고 나갈 때 도레이는 ‘생활필수품 섬유엔 불황은 없다’는 신념으로 고부가 소재 개발을 지속해 섬유기업 이익률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제품인 First 1 제품, 도레이만 생산할 수 있는 Only 1 제품, 세계 1위의 No.1 제품을 31가지나 갖고 있는  도레이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언더그라운드 제도

  도레이에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자율연구 제도가 있다. 근무시간의 20%는 자기 관심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글, 3M 도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도레이는 창업 때부터 시행해왔다.  일본의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전 이화학연구소 이사장은 ‘도레이 입사가 꿈’이었다는 말로 도레이의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표현한 적이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진행되는 주제는 정기적으로 땅 위로 올려져 유망성이 있을 경우 '탐색 연구' 대상으로 지정된다. 3년 주기 심사를 통해 특허 등록, 사업화 혹은 폐기의 과정을 거친다. 탄소섬유 토레카, 액정 컬러필터, 안경 닦는 극세 섬유 토레이 씨 등도 이 제도를 통해 탄생했다.  언더그라운 제도는 글로벌 9개 연구소 4천 명의 연구원, 1인당 년간 교육비 10만 엔씩 투자되는  도레이 직원의 창의적 연구 의지가 표출되는 창구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오퍼레이션

  경북 구미에 도레이 탄소섬유 공장 건설이 결정되던 2011년 도레이 내부에서는 첨단기술 유출 우려와 함께 당시 한일 관계를 들어 신중론이 대두되었다.  니카쿠 당시 사장은  한국의 대기업 수요, 인력, 인프라, 그리고 정부의 법인세, 부지 등 지원내용을 고려할 때 한국이 최선이다, 한국 투자는 혐한 친한과는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반대자들을 설득해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반대로 한국의 기술이 도레이에 기여한  경우도 있다. 중국, 신흥국 등 글로벌 수요 증가로 효자 품목이 된 기저귀용 부직포는 오히려 한국의 기술이 세계 1위 도레이 품목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미국의 염화 수지(PVC), 동남아 폴리에스터, 프랑스 탄소섬유 제조 공장, 중국의 필름 투자 등 도레이의 글로벌 투자에는 적지 생산, 적지 판매의 글로벌 오퍼레이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유니클로 협업

 3억 장 이상이 팔린 발열 기능성 내의 히트텍,  접으면 손안에 들어올 정도로 줄어드는 울트라 라이트다운 재킷 , 여름용 언더웨어 에어리즘 등 히트상품을 개발한 도레이와 유니클로 협업은 오픈 인노베이션의 베스트 사례로 평가된다. ‘소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모토인 도레이, ‘옷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가 모토인 유니클로의 협업은 2000년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도레이 방문 및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양 사의 컬래버레이션은 점차 파트너, 굿 파트너, 베스트 파트너 관계로 발전해 지금은 도레이에 유니클로 전담 부서가 설치된 '원 컴퍼니'로까지 발전되었다. 유니클로로서는 신소재 기능성 원단 확보, 도레이로서는 섬유 산업의 상류(원사), 중류(텍스타일), 하류(봉제) 전체 공급체인을 확보할 수 있는 상호 윈윈 사례가 된 셈이다. 도레이 매출 중 유니클로 부분 은 년간 약 1천억 엔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도레이 총매출 2017년 기준 2.2조 엔)

        

 마에다 회장

 신에츠화학의 가나가와 치히로,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처럼 최근의 일본 기업을 발전시킨 대표 경영자의 이름에 도레이의 마에다 가쓰노스케 전임 회장도 자주 회자된다. 87년 CEO에 취임한 마에다 회장의 공적으로 '자조노력 경영' 원가절감, 글로벌 오퍼레이션, 탄소섬유 연구 등을 꼽을 수 있다. 불경기 때 외부요인에 그 이유를 돌리는 일이 없도록 문제 발생 시 외부, 내부 요인을 철저히 구분해서 고친다는 것이 요지다.  ‘자조노력 경영’ 성과 비교를 통해 전 세계 직원들의 의식 개혁 효과를 거뒀다. , 최적지 생산, 최적지 판매 원칙의 ‘글로벌 오퍼레이션’,  부장 시절 회사의 탄소섬유 연구 포기 결정을 번복케 한 뚝심 등의 실적으로  마에다 회장은 오늘날 도레이 중흥의 아버지로 존경받고 있다. 2005년 한국 투자 공로로 한국 정부로부터 금탑 산업 훈장을 수여받은 적도 있다.   


  도레이 미래사업

  주력 섬유사업의 매출 비중 40% 외에 도레이는 IT, 탄소섬유, 환경 엔지니어링 등 신사업 분야가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한다.  탄소섬유 1위(세계 점유율 32%)에 이어 배터리, 물산업에 필요한 2차 전지 분리막 2위(점유율 24%), 수처리 분리막 3위(점유율 20%)가 그 예이다. 보잉과의 장기 납품 계약(100억 불)으로 본격 시장이 형성된 탄소섬유는 철의 1/4 무게, 강도 10배, 탄성 7배의 장점으로 수요가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도레이가 중점 준비하고 있는 탄소섬유 활용 분야는 자동차 사업이다. 탄소섬유의 자동차 분야 적용을 연구하는 오토모티브 센터가 시제품으로  개발한   TEEWAVE는 일반 자동차보다 무게가 40% 가볍고 연료효율은 30%가 높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BMW와의 계약에 이어 우주개발업체 Space-X도 도레이 탄소섬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혈액 한 방울로 암 진단을 할 수 있는 도레이 암 진단 킷은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와 협업한 결과물로 2014- 2019년 기간 동안 개발 완료되어 도레이 생명과학 사업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 진출

 63년 한국 나이론에 대한 기술 전수로부터 시작된 도레이의 한국 진출은  삼성과의 제일합섬 합작, 도레이 새한, 구미 탄소섬유 공장, 새만금 슈퍼플라스틱 PPS 공장 설립에 이르기까지 55년간 4조 원, 13건의 공장 설립, 그룹 매출의 17%를 차지한다. 투자 비중도 한국 사업은 도레이 해외투자의 1/3에 달한다. 2018년 도레이 첨단소재, 도레이 케미컬이 핵심인 한국 도레이 그룹은 서울 마곡에 R&D 센터를 설립했다. 


도레이는 일본 도레이 과학진흥회를 시작으로 해외에도 과학진흥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2018년 제1회 시상식에서 니카쿠 CEO는 "도레이 과학진흥회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 5명이 배출되었는데 한국의 수상자 중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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