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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5. 2019

무라타, 일본 부품기업의 대표주자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일본- 무라타)

  

 

무라타 MLCC (사진-비즈 조선)

   무라타제작소는 일본 전자부품 기업이다.  반도체와 함께 전자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는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의 세계 1위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리는 대표적 기업의 하나다. 적층 세라믹 콘덴서는 전자회로가 있는 곳이라면 모든 곳에 쓰이는 부품이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필수 부품이다. 전류의 흐름을 안정화하고 기기 내  전류의 간섭을 조절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쌀 한 톨 보다 작은 크기에 세라믹과 니켈이 번갈아 700층으로 쌓아지는 초미세공정이 필요하다. 고부가 부품으로 와인 잔 한 하나의  분량이 1억 원을 넘는다. 세계 시장의  50%를 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가 최근 한국 삼성전기의 추격으로 40%대로 낮아지고 있다. 일본 전자부품 7인방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교토 기업

   일본 전자부품 7인방 (무라타, 교세라, 일본전산, 롬, 니토덴코, 알프스, TDK)중 4개 사가 소재하는 교토는 일본 모노츠쿠리 (일본식 장인 제조방식)의 본산이라 할 수 있다 (무라타, 교세라, 일본전산, 롬 ). 제품 제조에 대한 철저함과 글로벌  시장 대상 마케팅 방식이 흡사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들과 비슷하다.  부품 제조 B2B 기업으로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갑’ 대기업들에게도  당당한 자세를 견지한다. 소니에 대한 납품 거부로 인해 소니사가 대체 기업을 찾으러 국내외를 물색하다가 다시 무라타로 돌아왔다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도쿄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인 150만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총 28회 노벨상 수상자 중 교토대 출신이 10회나  차지했다.  금년(2019)에 아사히 카세이 직원 출신으로서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화학자 요시노 아키라도 교토대 출신이다. 작년(2018) 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리학자 혼조 다스쿠는  교토대 교수이다. 평범한 기업 연구원 출신으로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의 소속 회사인 시마즈 제작소도 교토 기업이다. 일본의 한 TV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도쿄대와 교토대 비교 퀴즈에서 도쿄대는 모범생, 관료 배출 창구로, 교토대는 괴짜, 개성 있는 자유인으로 평가된 바 있다. 일본 천년 수도였던 교토는 장수기업도 많다. 100년이 넘는 일본 기업  2만여 개 사 중 교토에 3천 개가 있다. 도쿄에 수도를 뺏긴데 따른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교토 특유의 반골기질은 기업들 문화에도 남아있다. 한 우물 연구정신, 독립적인 비즈니스 마인드, 글로벌 시장 개척, 차입 최소화, 고객 중심 정신 등이 그것이다. 미국 시장을 맨 먼저 개척한 일본 기업들 중에 교토기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무라타, 교세라, 일본전산이 그 예이다.


     한우물 무라타

    교토 대표기업 무라타 제작소도  제품 전략은 한우물 정신을 견지한다. 아날로그적인 제조공정의 특성상 세라믹의 소재, 구울 때의 온도, 적층 방식에 따라 제품 성능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실험이 반복된다.  고객과의 맞춤형 테스트도 필수다. 수 천 번의 테스트를 거쳐 무라타의 노하우가 완성되면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장벽을 쌓아 보호한다. 교토의 도자기 공예기술이 바탕이 된 세라믹 가공 기술은 장인의 솜씨에  따라 수없이 많은 제품 모듈이 나올 수 있다. 세라믹 소결, 분쇄하는 방법에 따라 반복된 실험을 거쳐 90가지 핵심기술을 선별한다.  이를 다시 8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서 핵심기술을 심화시키고 정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세라믹 기술로 고도화시킨다. 가령 블루투스에 쓰이는 세라믹은 수축하는 성질이  있다. 수축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제조공정에서 1만 3500건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가공 과정에서 원재료의 물질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원재료 선별 작업이 반복되어 불량률을 20분의 1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LG 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원 자료 인용).    


   스마트폰 한 개에 1000개, TV 한 대에 2000개가 들어가는 MLCC는 전기차에 1만 개 이상이 소요된다. CASE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연결, 자율, 공유, 전기화)의 도래에 따라 자동차의 전장화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무라타 쓰네요 (창업자의 3남) 사장은 최신 미국 전기차를 들여와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분해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의 기술이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는지 분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해결사 제도

    무라타는 현장 정보를 중시한다. 경쟁사인 다이요 유덴 CEO 와타누기 에이지도 인정한 바 있는 무라타의 시장 중시 정책이다. 다이요 유덴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비싸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해 기술에 집중했는데 시장이 원하는 것을 신속히 내놓는 무라타의 전략이 더 옳았다고 한다. 무라타의 특징 중 하나로 권한 있는 기술 영업맨 제도가 있다. 영어로 Business Developer(BD), 번역하자면 개선사, 해결사 정도의 직책인데 기술력이 높은 직원을 BD로 임명해 현장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보통 영업사원이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를 수집해 본부에 보고하고 사내에서 연구개발, 생산부서에서 의견 수렴을 해서 피드백을 한다. 이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소요시간이 오래 걸려 고객들에 대한 신속한 서비스가 안될 수  있다. 제품 딜리버리 기간을  줄여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대해 보통 같으면 본사에 통보하고 본사의 검토 결과를 받아야 하지만 무라타의 BD는 자체적으로 결정해 답변을 준다. 실제 1년 소요 프로젝트를 2 개월로 줄여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대해 BD의 3일 검토 기간을 거쳐 회신을 해주고 작업 기간을 맞춰준 사례가 있다. 자격이 되는 직원을 현장 해결사로 임명해 고객의 요구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다.  무라타의 연구개발 시스템 운영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은 생산 부서와 연구개발 부서 사이에 설계, 기술 부문이 존재하지만 무라타의 R&D 파트는 생산 계획에 직접 개입한다.  제품이 기획될 때 R&D 로드맵이 수립되며 R&D 로드맵은 고객 로드맵, 제품 로드맵, 기술 로드맵으로 구성된다. 로드맵은 영업, R&D, 생산 등 관계부서에  전부 공유된다. 6개월마다 업데이팅되는 R&D 로드맵의 기초 역시 시장과 현장의 고객을 잘 아는 BD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다. 

       

   무라타 코리아

   2001년에 설립된 무라타 코리아는 그룹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에도 선정된 무라타 코리아는 교토기업 특유의 수평적 경영, 실력 중시, 글로벌화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직원들의 전문지식 배양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11명의 직원을 선발해 일본 본사 등 해외 지점에 파견하고 있다. 180명의 직원 규모에 비하면 쉽지 않은 파견 규모이다. 금년 (2019) 12년째 근무 중인 후지모토 세이지 한국 무라타 전자 대표는 한국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 집중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강하다고 평가한다. 영업 직원들의 높은 엔지니어링 지식이 본사에서 인정받는 한국 무라타 성과의 바탕이라고 한다. 사훈 ‘기술 연마’를 내걸고 글로벌 전자제품의 쌀을 공급하는 무라타제작소는 한우물, 개방, 글로벌화의 교토기업 장점들을 익힐 수 있는 통로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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