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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05. 2019

트룸프, 교양 있는 독일 히든챔피언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독일- 트룸프)

       

  

니콜라 라이빙거 CEO와 본사 전시장 (사진-이코노미조선)

    히든챔피언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중소기업들을 일컫는 말이다. 제품, 시장 점유율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들로 독일에 약 1500개사 있다. 벤츠가 자리 잡고 있는 슈투트가르트를 중심으로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에 가장 많이 있다. 자동차, 기계 산업이 발달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세계적 강소기업이 많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다. 독일 산업기술 연구조합 연합회(AiF) 같은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 시스템, 쉬타인바이스(Steinbeis) 같은 기술 이전 기관, 가업승계를 돕는 특별 세제 등이 거론된다. 헤르만 지몬의 ‘히든 챔피언’ 자료에 의하면 기술에 있어 한우물 전략, 시장에 있어 글로벌 전략, 그리고 계몽된 기업가의 존재 정도로 주요 요인이 요약된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이 소개될 때 자주 소개되는 기업들이 있다. 세계 1위 산업 청소기 카처(Kaercher), 공장자동화 설비 및 부품 훼스토(Festo), 세계 1위 레이저 공작기계 트룸프(Trumpf) 등이다. 모두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에 소재하는 업체들이다.


   토마스 만 애호 부녀

   1923년 기계 공작소로 설립된 트룸프는  크리스티안 트룸프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자는 후계 자녀가 없어서  수습생 출신 라이빙거에게 경영을 물려준다. 작년(2018)에 타계한 라이빙거 회장은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마스 만 팬이다. 토마스 만은 2차 대전 때 미국에 망명 가 있는 중에 독일 국민들을 위한 글과 연설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도록 힘을 줬던 작가다. 라이빙거는 미국에서 추진되던 토마스 만 기념 하우스 건설에 적지 않은 기부를 했다. 그때 그의 인터뷰 중 좋은 나라 미국이 이상해진다고 미국의 정치 리더십을 걱정하는 표현을 한 바 있다. 그는 토마스 만의  작품들을 좋아했다. '마의 산(Zauberberg)', '토니오 크레거 (Tonio Kroeger)', '부덴부르크가 의 사람들 (Budenbrooks)'을 특히 좋아했다. 북독일 시민계급, 상인 가문을 배경으로 사회적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들이다.  라이빙거 회장은 40년간의 경영 일선에서의 퇴직 후 후계를 딸에게 물려준다. 문학을 전공한 딸 까밀라 라이빙거 역시 부친과 같이 토마스 만 작품 애호가이다. 상인 가문의 융성과 몰락을 다룬 '부덴부르크가 의 사람들'은 스무 번이나 읽었다. 요즘도 침대 곁에 두고 보는 책이라고 한다. 남동생, 남편, 그리고 외부 출신 임원진과 함께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까밀라 라이빙거 사장은 특별히 근로자들의 복지와 근무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자녀 양육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탄력적인 근무시간 제도를 독일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중 하나다.  초과근무시간 운영도 특별하다. 일주일 3시간씩 더 일해 모아진 년간 129시간에 대해 3분의 1은 현금으로 지불하고, 남은 2시간 중 1시간은 영업 이익률 7.5% 이상일 때, 나머지 1시간 분은 15% 이상일 때 지불한다. 종업원들이 기꺼이 수용한 인센티브 제도이다.

       

   레이저와 스마트 팩토리

   원래 목공소로 시작한 트룸프의 발전사를 보면 성장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함석이나 금속판을 자르는 절단기를 개발하여 성공하고 그 후에 공작기계, 레이저 기반 공작기계, 레이저 기업 투자, 레이저 기술 상품화, 스마트 팩토리 스타트업 육성,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상품화로 성장 경로가 이어진다. 세계 레이저 서비스 시장 1위의 자리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레이저 기술을 써 보고, 확신이 섰을 때 레이저 관련 중소기업에 투자를 해서 키운 후에 핵심 사업화의 단계를 밟는다.  공작기계용 레이저로 시작한 레이저 기술이 지금은 의료분야까지 진출할 만큼 광원 개발 등 필요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레이저 분야 24%의 시장 점유율로 1위이며 2,3위 미국 기업들(8%, 7%) 과의 차이도 크다.

   

   독일의 4차 산업 혁명 프로젝트  인더스트리 4.0 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트룸프가 생산해 공급한 기계들을 모두 센서로 연결해 기계의 상태, 서비스 필요사항, 부품 주문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6만 4천 개에 달하는 기계의 연결 프로그램 'TruConnect'는 트룸프가 키운 스타트업에 의해 완성되었다.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Axoom 은 트룸프와 협력사, 고객사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구축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사뿐 아니라 외부 기업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트룸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대기업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만드는  지멘스, 중소. 중견기업을 위한 솔루션 업체 Adamos, Connyun과 함께 인더스트리 4.0의 중요 기업으로 성장했다(최근 GFT사와 합병, 트룸프와 협력 지속). 중요한 단계마다  트룸프식 혁신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식공장

   타계한 라이빙거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트룸프 사에서 수습생 시절을 가졌다. 이때의 유익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서인지 청소년들의 현장 견학, 실습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자체적으로 시작한 초. 중. 고 학생들의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확대해서 지금은 전 독일 기업이 참여하는 ‘지식공장’(Wissensfabrik)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2005년에 시작한 ‘지식공장’의 목적은 청소년들의 현장 실습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창업 지원까지 활동이 확대되었다. BASF, Bosch, 티센크룹 등과 협력해 발기한 운동이 140개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청년 현장 체험 교육의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것이다. 관심 있는 학교, 기관들은 재단을 접촉해 분야, 기업, 기간, 방법을 협의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말은 난쟁이, 실천은 거인 (Worte sind Zwerge, Beispield Riese)“ 라이빙거 회장이 생전에 자주 했던 말이다. 트룸프가 독일 히든챔피언, 스마트 팩토리의 모델 기업으로 성장한 씨앗은 바로 계몽된 한 기업인의 실천정신이었음을 알 수 있는 말이다. 독일 근무 시 투자유치를 위해  트룸프를 방문했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노신사가 싱긋이 웃으며 어디서 왔느냐,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고 따뜻하게 말을 걸어왔다. 내리면서 일 잘 마치고 가거라는 인사도 빠뜨리지 않은 라이빙거 회장의 생전 모습이 트룸프의 앞날에 환한 빛을 비추는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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