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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희 Dec 21. 2019

핀란드 이딸라의 글로벌 마케팅

글로벌 혁신경영 사례 (핀란드- 이딸라 Iittala)

  

<사진-이딸라 홈페이지>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유리 공예는 1세기 시리아의 팔미라, 3세기 사산조 페르시아를 거쳐 15세기 베네치아, 18세기 보헤미아에서 꽃을 피운다. 19세기 북유럽까지 올라온 유리공예는 스웨덴 오레포쉬 지방에서 자리를 잡아 오레포쉬(Orrefors), 코스타 보다 (Kosta Boda) 브랜드가 탄생했다. 핀란드 이딸라 지방의 유리공예산업은 스웨덴의 영향을 받았다. 1881년 설립된 핀란드  이딸라 (iittala)도 원래는 스웨덴 사람이 설립했고 기술자들도 스웨덴의 기술자들이 와서 일했다.  

                 

<사진-이딸라 홈페이지>

    알바 알토와 카이 프랑크     

   스웨덴의 기술자들이 전해준 유리공예 양식에 핀란드적인 특징을 불어넣은 예술가가 핀란드의 문화적 국부로 칭송받는 알바 알토 (Alvar Aalto)다. 기하학적 유리공예에 자연과 유기체적 생동감을 불어넣어 일약 핀란드 유리공예를 세계적으로 도약시켰다. 원래 건축가인 알토는 건물용 가구, 유리공예에서도 작품 활동을 했는데  부인 아이노 알토와 함께 제작한 '알토 꽃병(Aalto Vase)'은 핀란드 유리공예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1936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 이딸라 후원으로 출품해 상을 받고 1937년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박람회 후에 헬싱키 사보이 호텔에서 이 화병 제작을 주문했기 때문에 사보이 꽃병(Savoy Vase) 이라고도 불린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기를 좋아하는 알토는 화병 디자인 작업 시 핀란드 호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18만 개가 넘는 핀란드 호수들의 오랜 침식 과정에서 생긴 부드러운 곡선이 디자인의 모태가 되었다. 일설에는 원주민 여인들의 치맛자락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의견도 있다. 호수는 부인 아이노 알토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노 알토 작품 역시 호수에 잔잔히 퍼지는 물고리 모양의 패턴이 활용되었다.  알토 화병은 당시의 기하학적 딱딱함과 바우하우스풍 직선에 곡선과 유기체적 느낌을 부여해 핀란드풍 유리공예를 탄생시켰다.  알바 알토가 북유럽 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다.

     

<사진-이딸라 홈페이지>

     알바 알토와 함께 핀란드 유리공예를 국제화한 또 한 사람의 작가는 카이 프랑크(Kaj Franck)다. ‘핀란드 디자인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카이 프랑크는 1950-1976년 이딸라의 파트너 디자이너로서 활동했는데 그의 특색은 미적, 기능적 면에서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식탁에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했다. 그가 시도한 원색 칼러는 세계적 인기를 끌어 다른 작가들의 모방이 이어졌다. 그는 아라비아 도자기 제품도 디자인했는데 특히 Kilta 시리즈가 유명하다. 전후 부족한 물자, 협소한 주거 공간을 고려해 장식용보다는 생활용 그릇으로 많이 쓰여 다른 그릇과도 쉽게 조화를 이루었다. 뒤에 떼에마 (Teema) 시리즈로 이어진 Kilta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싫증 나지 않아 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딸라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디자이너와 콜라보로 출시한 한식 그릇 떼에마 티미(Tiimi)도   떼에마와 유사성을 고려해 떼에마 시리즈로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띠미는 팀이란 뜻이다.

     

<사진-이딸라 홈페이지>

      콜라보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북유럽의 유리공예 산업도 침체를 겪었다. 핀란드의 바칠라 그룹, ABN Amro 은행에까지 소유권이 넘어갔던 이딸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후 피스카스 그룹으로 인수되었다. 피스카스는 주황색 손잡이의 가위로 유명한 북유럽 최대 생활용품 기업이다.  핀란드 피스카스 그룹으로 소유권이 바뀐 2007년을 기점으로 이딸라의 사업은 활기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화, 고급 백화점 위주의 유통 전략과 함께 이딸라의 오랜 전통인 국내외 디자이너와의 협업(콜라보)이 그 성공요인으로 분석된다. 알바&아이노 알토, 카이 프랑크와 함께 오이바 토이까(Oiva Toikka), 타피오 비르깔라(Tapio Wirkkala) 등 다양한 핀란드와 외국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콜라보는 이딸라의 전통이고 핵심 경쟁력이다. 새를 주제로 한 버드 바이 토이까 시리즈로 유명한 토이까의 디자인은 대담하다. 특히 유리 속에 공기방울이 들어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가스테헬미(Kastehelmi) 디자인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소비자들의 인기를 많이 누리고 있다.  가스테헬미는 이슬방울이란 뜻이다. 고독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타피오 비르깔라는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그의 울티마 툴레(Ultima Thule)는 헬싱키와 뉴욕간 노선 개설 기념으로 핀에어에서 주문한 제품이다.  오늘날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이딸라 히트 제품의 하나다. 시리즈 이름이 없다는 의미의 사리아돈(Sarjaton)(‘No’시리즈) 디자인에는 각계의 다양한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한 협업 제품으로 단독 혹은 셋트 용기로 사용할 수 있다. 조규형, 민치아 왕 등 한국, 중국계 디자이너도 콜라보 파트너로 활동한다. 일본 이세이 미야케와의 컬렉션 (Issey Miyake), 불란서 로낭&에르완 부홀렉(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와의 컬렉션 등 해외 패션, 디자인 회사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부홀렉 형제는 삼성과의 세리프 TV 디자인 프로젝트도 주조했다.

            

<사진-이딸라 홈페이지>

   피스카스     

  2007년 이딸라를 인수한 피스카스(Fiskars)  그룹은 생활용품 시장에서 북유럽의 대표기업이다. 1649년 창립되어 3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피스카스는 핀란드인의 높은 신뢰를 받기업이다. 자회사 4개와 함께 존경받는 핀란드 5대 기업에 선정된 적도 있다.(피스카스, 이딸라, 아라비아, 하크만)(2008, 핀란드 M&M지 설문조사). 피스카스 브룩 마을에서 제철소로 시작한 피스카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67년 주황색 손잡이의 가위를 발명했을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손잡이가 없어 무겁고 쓰기 불편하던 금속제 가위가 피스카스의 플라스틱 손잡이 발명으로 가벼워지고 사용하기 편해졌다.  주황색인 이유는 처음 사용했던 기계의 몰드에 남은 플라스틱 원료의 색깔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 10억 개 이상이 팔린 가위는 요즘은 복제품이 주로 팔리고 있지만 피스카스 오리지널 제품은 아직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불황 시의  보수적인 재무전략과 함께 전략적인 M&A가 370년 역사를 유지하고 있는 피스카스의 비결이다. 2013년 덴마크 로얄코펜하겐 인수, 2015년 영국의 웨지우드 그룹 인수로 유럽의 전통 있는 프리미엄 도자기 업체가 모두 피스카스 그룹 소속이 되었다. 웨지우드는 워터포드·로얄덜튼·로얄알버트·로가스카와 함께 영국. 아일랜드 럭셔리 리빙 그룹 WWRD에 속한다. 존경받는 핀란드 그룹 피스카스는 공장 이전으로 황폐화될 위기의 피스카스 마을을 예술인들을 초빙해 예술가 마을로 변화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피스카스 마을은 주민 600명 중에 150명이 예술가로 년간 15만 명이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피스카스 마을 (사진: 피스카스 )

  이딸라 마케팅     

  2014년 진출해 5년에 불과한 짧은 한국 진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딸라의 마케팅이 주목을 끈다. 대학생 디자인 어워드, 편리한 반품 제도, 한식 그릇 콜라보, 애호가 커뮤니티 운영 (마이 이딸라),본국  총리 등 귀빈 방한 시 홍보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 고급 백화점의 거점 지역에 이딸라 단독 매장을 설치하는 숍인전략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전에 평범한 유통채널 혹은 자체 숍을 통한 판매에서 고급 백화점을 통한 유통전략으로의 전환은 이딸라의 프리미엄 브랜드화를 돕고 있다. “유리 공예가는 도구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신이 흙으로 인간의 형상을 빚은 뒤 숨을 불어넣었던 것처럼”. 유럽에서 유리공예자요 설교가로 알려진 요하네스 마테시우스의 말이다. 1937년 파리박람회에서 알토 화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핀란드 유리공예가 2020년을 맞는 지금 한국 소비자의 호응 속 우리 산업의  글로벌화에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해주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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